▲ 申 吉 雨 (본명 신경철)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국제문학지 <문학의강> 발행인한국영상낭송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skc663@hanmail.net
 [서울=동북아신문]어린 아이가 그 아이의 머리보다도 더 큰 고무풍선을 잡으려고 뒤뚱뒤뚱 걷는다.

풍선은 아이가 다가가 잡으려고 손을 대자 굴러가 버린다.

아이는 다시 걸어가 풍선을 잡으려고 한다.

그러자 풍선은 건들인 힘으로 다시 떼굴떼굴 굴러간다.

아이는 풍선을 따라가 잡으려 하고, 풍선은 아이의 손이 닿기가 무섭게 또 굴러간다.

아이는 잠시 속상해 하다가 다시 용기를 내어 풍선을 따라간다.

하지만 여전히 풍선은 아이의 손이 닿자마자 저만치 굴러간다.

그러기가 몇 차례 계속된다.

 

그래도 그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풍선을 쫓아간다.

이번에는 두 손을 펴 들고 풍선에게로 다가간다.

아이는 두 손을 높이 든 채 온몸으로 풍선을 덮친다.

그러자 풍선은 터지고 아이는 땅바닥에 넘어졌다.

 

아이가 천천히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며 풍선을 찾는다.

그러나 풍선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터져서 찢겨진 풍선 조각들이 땅바닥 여기저기에 널려 있다.

그때서야 아이는 아앙 울었다.

 

삶이란 어린 아이가 잡힐 듯하면서도 잘 잡히지 않는 풍선을 쫓아가는 것과 같다.

풍선은 희망이요, 삶은 그것을 추구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풍선이 자꾸 달아날 때에 아이는 속상해하기는 하지만 울지는 않는다.

풍선이란 희망이 이루어지지는 않더라도 늘 옆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선이 터졌을 때에는 울 수밖에 없다.

풍선을 얻지 못한 실패에서가 아니라, 풍선 곧 추구할 대상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절망은 실패에서보다 희망 상실에서 오는 경우가 훨씬 더 큰 것이다. ☺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