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칼럼니스트
[서울=동북아신문]힘찬 청양의 울음소리를 들은지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양울음소리도 미약해지고 붉은 원숭이의 웃음소리가 은은히 들려온다. 을미년(乙未年)의 착한 청양은 가고 병신년(丙申年)의 엉덩이가 빨간 재주군 원숭이가 희망을 안고 뛰여온다.
 
운동부족인 나는 언제부터인가 버스와 이별하고 걸어서 출퇴근했다. 보행코스는 버스코스와 달리 다양하게 선택할수 있어 좋았다. 나는 공원다리를 지나는 코스가 아니라 공원안을 가로질러 돌다리를 건너는 코스를 선택했다. 거리를 줄이려는 원인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것은 지나가면서 공원의 경치, 특히 원숭이를 곁눈질하려는 의도였다.
 
그렇게 나는 출근하면서 한번 흘끗, 퇴근하면서 한번 슬쩍 원숭이들을 곁눈질 했고 여유가 있을 때면 가까이 다가가 재롱을 부리는 원숭이를 구경하기도 했다. 나처럼 매일 두 번씩 원숭이를 구경할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 나의 이런 “행운”이 새해부터 더는 따르지 않을 뻔한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직장에 변동이 있어 새해부터 하남으로 출근하게 될 것으로 기본상 결정이 나있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원숭이앞으로 다가가서 “잰내비야, 안녕!”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그리고 한동안 원숭이를 구경하다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무엇보다도 여태껏 날마다 보던 원숭이를 원숭이해에 마음껏 볼수 없다는것이 서운했다. 출근길이 달라지면 일부러 공원에 가지 않고는 원숭이를 볼수 없게 되는것이다.
 
그런데 얼마 안되는 사이에 일은 180도로 돌아 변동이 없이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으로 최종 결정이 났다. 그 순간 “원숭이해에 원숭이를 날마다 볼수 있게 되였구나”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희망찬 새해에 원숭이는 희망의 나무에 올라 이리뛰고 저리뛰고 분주히 돌아칠 것이다. 우리도 원숭이해를 맞아 가슴 설레이는 날에 새 희망을 안고 새 출발을 하면서 분주히 돌아칠것이다. 원숭이해에 흉내 잘 내는 원숭이를 흉내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 되리라 믿는다.
 
원숭이는 사람을 가장 많이 닮은 동물로 흉내를 잘 낸다. 우리도 원숭이처럼 흉내를 잘 내보자. 하지만 우리는 맹목적으로 흉내 내지 말고 나쁜것은 버리고 좋은것만 흉내내자. 그른것은 버리고 옳은것만 가려서 흉내내자. 찌꺼기는 버리고 알짜만 골라서 흉내내자. 기계적으로 흉내만 내지 말고 알짜만 섭취해 참신하고 기발한 자신만의 창발력을 발휘해 기적을 만들자.
 
원숭이는 팔이 길다. 우리도 원숭이처럼 긴팔을 가져보자. 하지만 우리는 긴팔로 남의것을 가져오거나 남을 때리지 말고 긴팔을 뻗쳐 힘든 사람을 도와주자. 또 내게 차려진것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긴팔을 뻗쳐 내것을 챙기고 내것을 지켜보자.
 
원숭이는 꾀가 많고 지혜롭다. 우리도 원숭이처럼 꾀와 지혜를 가져보자. 하지만 남을 해치고 탐욕만 챙기는데 얕은 꾀를 부리지 말고 범행이나 음모를 꾸미는데 지혜를 악리용하지 말고 다 같이 희망을 키워 성공하고 복을 누리는데 꾀를 쓰고 지혜를 모아보자.
 
원숭이는 민첩하다. 우리도 원숭이처럼 민첩하게 살아보자. 하지만 행동만 민첩하게 하는 원숭이가 되지 말고 민첩한 행동과 민첩한 사고능력을 겸비한 인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원숭이는 타고난 재주군이다. 누구나 잘 아는 손오공을 련상하게 된다. 우리도 원숭이같은 재주군이 되여보자. 공부 잘해 출세하고 농사도 잘 짓고 장사도 잘 하는 재주를 가져보자. 돈을 잘벌어 가족이 함께 살고 민족이 모여살고 두번째 아이 낳는 재주도 가져보자.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것은 두려운 것이 아니다. 두려운 것은 한번 나무에서 떨어졌다고 다시 나무에 오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이다. 파란만장한 가시덤불 같은 인생길에서 희망의 나무에 오르다가 한두번쯤 떨어지는 것은 누구나 다 할수 있는 자그마한 실수이다. 왜서 나무에서 떨어졌는가를 생각해 그 답을 찾은후에 다시 나무에 오르면 희망이 현실이 될 것이다. 더구나 붉은 원숭이해에 우리의 희망이 아침노을처럼 붉게 타오름에랴.

조글로/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