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세만 본지 칼럼니스트
[서울=동북아신문]성인 공자의 말씀은 무수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뜻이 쟁쟁하게 안겨 온다.  

공자왈 ‘삼십이립(三十而立)’, 서른 살이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나아갈 인생 목표와 발전계획을 단단히 세울 수 있다. 그러면서 인격수양을 갖추며 자신이 맡은 바 사업을 착실히 실행해 나가는 것이다.

공자의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 마흔 나이는 광음세월과도 같이 빨리도 흐른다. 이 나이에 의혹과 방황 뒤에 홀연히 분발하고 심사(深思)하며 문득 크게 깨닫게 된다. 사십 나이에는 어디에도 미혹되지 않고 명석하게 깨어있다. 사회를 이해하고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안다. 이 나이에는 부모의 연세도 많다. 그래서 부모에 효도하고 또 자식교육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공자의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 중국 고대철학은 하늘을 신으로 받들었다. 하늘이 인류를 좌우지 한다고 믿었다. 공자의 학설 중 뚜렷하게 ‘천명’의 관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오늘 우리가 말하는 인과응보이다. 나이 오십에는 무엇이든 강요해서는 안 되며 하늘의 순리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 쉰은 인생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본인의 학식, 경력도 최고치에 달했다. 그러기에 자기의 명운, 궤적을 잘 알며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의 책임을 묵묵히 여행하며 게을리 처신하지 않는다.

나이 오십은 인생의 가장 성숙한 단계이고, 성공과 ‘영예’도 한꺼번에 누리는 나이이고, 항시 압력도 동반되는 나이이기도 하다.

공자의 ‘육십이이순(六十而耳顺)’, 이 나이는 상대적으로 좋은 일, 궂은 일은 다른 사람들이 처리하게 된다. 자기는 듣고 있으면서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흥분도 안 하고, 의연히 평온한 상태이다. 학자 호적(胡适)이 말했다. “이순(耳顺)은 귀에 거슬리는 것도 받아들이고, 거슬리는 말일지라도 거슬리게 들리지 않는다.” 이 나이에 누가 뭐래도, 또 그 어떤 곡절에도 끄떡하지 않는다. 냉철한 사고와 자기의 정서를 객관적인 환경에 순응시킨다.

나이 육십이면 인생도 꿰뚫어 본다. 개개인 인생단계별로 나타나는 생활특징, 성격특징을 속속들이 맞춘다. 이 나이에 중요한 것은 건강과 쾌락이다. 그래야 자녀들의 부담도 덜 수 있다. 이 나이에 명예와 이득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사업할 때 처장이요, 과장이요, 주임이요, 공정사요, 교사요 하는 것이 퇴직 후에 하나의 호칭 ‘퇴직인원’에 불과하다. 이 나이는 인생의 늦가을이다. 생활의 발걸음이 늦어진다. 서서히 인생 여행길에서 갖가지 풍경을 흠상하고 감상한다.

공자의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从心所欲不踰矩)’, 이 나이는 아주 간단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생각대로 할 때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건강준칙만은 꼭 지켜야 한다. 이 나이에는 삶이 극(剧)의 커튼이 내려오는 순간을 맞이한다. (장수하는 오늘날 편차가 있을 수 있다.) 병석에 누워 회상하는 동안 깨닫기도 한다. 자기가 방심했던 일, 실타래처럼 엉킨 잘못에 회한(悔恨)을 가지기도 한다. 수없이 잃어버린 물질적인 것들은 다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잃어버린 ‘인생’은 절대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또 자부심 가졌던 사회적 인정과 부는 결국 닥쳐오는 죽음 앞에서 희미해진다. 어둠 속에서 생명연장선의 녹색 빛과 윙윙 대는 기계음을 들으며 죽음의 신의 숨결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긴 인생을 살다 보면 희로애락이 반복된다. 그 가운데도 불행, 고충(苦衷), 무기력이 줄기 차게 따른다. 사람은 짠 바닷물을 마시면 탈수현상이 생긴다. 심하면 세포가 오그라들어 생명까지 잃게 된다. 삼투(농도가 다른 두 액체의 합류현상)작용으로 세포 안의 수분이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짠물을 마시는 물고기들은 어째서 탈수현상을 일으키지 않을까? 그것은 고기만의 독특한 노하우를 가진 덕분이다. 짠물을 흡입한 물고기들은 염분을 바깥으로 배출해 담수만 체내로 공급한다. 삼투압현상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

살아가면서 ‘내 인생에서 왜 파란만장한 일들이 일어날까’라고 한탄하기보다는 바다의 물고기처럼 ‘염류세포’를 작동시켜 나에게 찾아오는 불행은 바깥으로 펌핑하고 유익한 것들만 체내로 흡수하도록 노력해 보자. 그러면 인생의 종점에서 근심걱정 없이 더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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