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한 달 전, 나는 실내계단을 내려오다 부주의로 발가락이 꺾이면서 왼쪽 엄지발가락이 부러지는 불행을 당했다. 그냥 삐었겠지, 하고 이번에도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사실 한의원은 피부 속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외상이 별로 안 보이면 자가 진단을 해서 한의원부터 가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심하지 않을 경우 방치하기도 한다.

이번 일을 통해 나는 큰 외상이 없더라도 다쳤을 경우 꼭 병원을 찾아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천숙 수필가
다친 그 이튿날이 토요일이라 한 이틀정도 지나면 낫겠지, 하고 별 생각이 없이 미팅도 하고, 즐겁게 모임에도 참석하였다. 아픈 느낌도 별로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진통소염제를 먹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마음이 즐거웠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저녁이 되니 발가락에 멍이 들고 붓고 아프기 시작하였다.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어 나는 월요일을 기다려 정형외과를 찾아가 엑스레이를 찍었다. 원장선생님은 컴퓨터의 엑스레이 사진을 가리키며, 한의원에 가서 침부터 맞았다는 나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발가락뼈가 부러졌다고 혀를 찼다. 만약 시간이 지체되면 근육까지 손상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심하지는 않았기에 근 20 여 일 동안 기부스를 하고 가까운 거리는 간신히 걷고 다닐 수 있었다. 발 물리치료를 받으며 나는 현대의학의 발전에 감탄함과 동시에 내 삶도 엑스레이를 찍어보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었다.  정말이지, 사람의 마음도 우울하거나 열등감이 생길 때면 삶의 엑스레이를 찍어 보는 것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마음의 뼈가 상처를 받지 않았는지, 어디를 어느 정도 다쳤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일의 충격을 받아도 우리는 외상이 없으면 마음속은 별로 돌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일정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갑자기 마음속으로 억울해 진다.  나도 가끔 우울해질 때가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까? 나는 왜 이 정도밖에 안될까?…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봐주는 내가 곧 나라고 착각을 하기도 한다. 진정한 자기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음의 뼈가 상처를 받는 줄도 모르고 눈에 보이고 들리는 것만으로 자신을 평가하기도 하는 것이다.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니 나는 빛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것은 빛 가운데 들어갔을 때 삶의 작은 비틀어짐이라도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서 일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잘못 된 부분이 있어도 제때에 치료하지 않고 지체되어 다른 부위까지 손상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엑스레이란 강한 빛을 통해 물체의 내부를 볼 수가 있다. 빛은 세상의 진리라고 한다. 빛이 없으면 어둠을 알 수 없다. 사람들은 건강에 좋다고 가끔씩 햇볕 쪼임을 한다. 그러듯이 마음도 빛을 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엑스레이 같은 참 많은 빛이 있다. 빛을 내는 책, 빛을 내는 사람, 빛을 내는 환경…그런 빛으로 나를 비추어 본다면 나의 잘 못된 부분을 바로 찾을 수 있으며, 그로 하여 영혼과 마음의 건강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그 좋은 빛을 받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배우려는 마음만 있으면 신은 그 사람에게 스승을 보낸다고 한다.  그러면 삶의 그 무언가가 당신을 도와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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