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요섭 수필가 창작담

▲ 이요섭 수필가
[서울=동북아신문] 문학은 자기 생각, 자기의 체험을 쓰는 것이다.  

1, 감동스런 경험에서 마음은 꽃을 피운다.

수필은 마음의 소리를 적는 글이다. 그것이 작가의 시각이다. 작품의 좋고 좋지 않음에 대한 구분은, 작가가 세계를 보는 태도에 달려 있다.

서산의 새벽별이 어머니의 한처럼 쏟아져 내린다. 간이역을 떠나는 기차의 기적 소리가 나를 고독하게 만들고 향수에 젖게 만든다. 차가운 가을바람에 병들어 뗠어지는 낙엽을 보며 무상한 인생, 덧없는 생명에 번민한다면 이것이 인간의 감정이나 정서가 가져다 붓는 시적 변용의 파장이 아니겠는가!

다투어 피어나고, 무성하게 자랐다가 책임을 다하고 떨어져 뿌리로 돌아간다.

이것이 우주질서(Cosmic order)다.

2, 문학은 자기 생각, 자기 체험을 쓰는 것

묘사니, 성격이니, 하는 너절한 생각을 하지 말고 숨김없이 쓰는 것이 문학의 요체다. 법을 다문하여도 실습이 없으면, 번뇌는 끓을 수 없다. -법화경-

작품이란 자기의 내심에 비추어 재구성한 빛과 그림자의 배합이다. 대상의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라! 새로운 나래를 달아 주라! 정서의 옷을 입혀주어라.

3, 수필의 장르적 특징

우리는 거울을 닦는 사람들이다. 사색적이며, 철학적이며, 하나의 깊은 삶의 명제를 제시하고 해명하려는 몸부림이 없이는 한 편의 수필도 쓸 수가 없다.

시는 말을 놓을 자리에 놓는 글이며, 소설은 인물을 놓을 자리에 놓는 글이라 면, 수필은 마음을 놓을 자리에 놓는 글이다.

수필은 마음의 소리가 생명이다. 가슴 속에 애정의 염이 충만했을 때 글은 생 겨난다.

사상은 가슴에서 생겨나고, 머리에서 정리된다. 뜨거운 열정과 깊은 생각이 없이 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 수필문학이다.


 4,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자기 유일한 증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염원의 정에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리 고 쓰고 있다. 아직 그 과실들은 미숙한 과실이다. 그러나 그 과실을 질식시키는 일은 내 자신의 생존의 의미를 포기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도 쓰고, 또 내일도 쓰고, 하는 것이다.

글 쓰는 일은, 어떤 정신을 만드는 일, 사랑과 행복을 만드는 일이다.

사랑은 행복의 열쇠다. 사랑하는 기쁨이나 사랑을 받는 보람을 가질 때, 우리는 인간으로 이 땅위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되고, 기도하게 된다.

5. 어려운 시간을 이겨낸 기억이 ‘추억’이다.

인간은 서로 살아가면서 하루도 수많은 기억을 만들어 낸다. ‘추억’은 아 어려 운 시간을 이겨낸 기억들이다. 시간이 가는 것을 흐른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 은 강물처럼 소리 내지 않고 흐른다. 우리는 우리에게 맡겨진 삶이 뜻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한다.

6. 감동을 주는 글 

감동을 주는 글은 진실에 와 닿는 글이다.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는 화 려한 수식어도 없고, 위대함을 자처하는 사상의표백도 없다. 거기에는 진솔한 아픔이 있고, 진솔한 목소리가 있다. 한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실존의 목소리가 있고 진실이 있다.

수필은 마음의 소리가 생명이다. 중국 동포들이 한국에 오기까지와 한국에서의 생활상을 가슴으로 수필을 쓰면 명수필이 될 것이다.

좋은 작품은 항상 놀랄만한 ‘감동’을 수반하는 경험의 표현이다. 그것은 솔직한 목소리, 진실한 아픔이다.

7. 피천득 선생의 수필의 비유

수필은 청자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여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포장도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 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다.

수필은 청춘의 글은 아니오, 서른여섯 살 중년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며,

정열이나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문학이 아니오, 그저 수필가가 쓴 단순한 글 이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인생의 여운이 숨어있다.

<끝>
 

이요섭 프로필 :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수필문학회 이사.  좋은문학 편집위원, 국보문학 고문(전), 김포 문인협회 회원, 별문학회 고문.  경기도 심의 심사위원, 김포문학상 본상 수상 2002년, 국보문학 대상수상 2006년 서정문학 수필부문 최종심사 위원장. 서정문학 고문.  저서 :  <바람은 쉬지 않는다>,  <호수에서 부르는 노래( 공저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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