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칼럼니스트
[서울=동북아신문]묵은해가 가고 새해를 맞는다는 년말년시입니다. 해마다 이때이면  지난해 회한같은 뭇생각을 뒤집어보며 새해는 이것저것 뭔가를 이뤄달라며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도깨비 경외우듯 곱씹었었습니다. 그런데 행방없이 어째봤자 복된 운수는 나를 귀신같이 피해가고 쏟아놨던 너스레들은 번번이 공념불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여 올해부턴 부질없었던 헛짓은 깔끔히 접어두고 무상무념(无想无念)의 상태로 한해한해를 넘겨가려 작심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모니터의 한 장면이 나의 생각을 발작적으로 뒤집어버리고 체념했던 속마음을 불어살궈 놓았습니다.

2015년12월22일, 운남성고등인민법원에서는 사실이 불명확하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운남성소통시교가현(云南省昭通市巧家县) 에서 독극물투입죄로 무기형 언도를 받았던 전인봉(钱仁凤) 소녀의 법죄사건을 재심하고 의사봉을 내리치어 무죄석방을 선고하였습니다. 17세 꽃나이에 13년 옥살이를 치른 끝에 자유라 부르는 자유를 되찾았습니다. 어린 딸의 출옥을 기다리지 못하고 끝내 타계하셨다는 그의 어머니에게 연민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딸을 낳아 키웠던 어미들이야 그 속을 알고 있겠지요!

그래도 소녀를 '행운아'로 봐야만 했습니다. 그의 형벌이 확정되는 때는 그가 17세 나이로서 미성년이란 형사책임한계로 무기형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1년 앞서 태어났더면 생명 처분이 가해지지 않았을가?는 아슬아슬한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더 하나,그가 자라는 바로 지금은 나라가 법치를 지향하는 사회건설에 가속페달(油门踏板)을 내리디디는 국가적 영광의 시대라는 현실입니다. 소녀는 그래도 팔자치레만은 했다고 봐야 합니다. 소녀가 물결처럼 흘리는 눈물을 보며 그가 흘리는 눈물은 물이겠으나 너무 흘린 눈물은 무색의 핏물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 피눈물이 바로 인민력사를 끌고 가는 렬차의 에너지로 전화되고 있으며 수천만 인민의 법제나라를 건설하려는 강대한 의지를 철로 다져주고 있습니다.

견디기 어려웠을 지리한 감옥살이 속에서 설욕의 신념을 굳게 다진 소녀, 가난한 오빠의 드팀없었던 후원,정의의 기발을 추켜들었던 사심없는 변호사, 시대의 물결을 탄 수만만의 네티즌(网民), 신성한 의무에 충성하는 법조인들의 법치정신과 인간량심은 한 줄기의 세찬 물결로 합류되어 소녀의 섬약한 손목에서 무거운 철쇄를 끊어버렸습니다. 소녀가 사랑하는 오빠와 정의로운 변호사 손목을 잡고 법정의 문턱을 넘어 자유를 향해 걸어 나올 때, 이 나라에 잠재한 정의와 량심의 력량이 얼마나 큰가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화폭은 우리나라가 법제나라로 향해 매진하는 찬란한 력사적 장면이었음을 실감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중국이 부강과 태양을 향해 나가는 축소도이며 명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살고보니 주제도 모르고 도를 넘는 욕심을 가지고 있었겠습니다. 이젠 노령인구에 편입되고 육신에 가려진 하드웨어(硬件)도 마모지시음(磨损指示音)을 심심찮게 내보내고 있으니 희망도 따라가며 소박해 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디에  애정을 쏟고 열정을 불살라야 한다는 원생적 념원이 잔재한게 원인일가요! 내 사는 내 나라가 번영하고 창성하라는 일념은 더워질 뿐 차가와지지 않았습니다.

이 땅에서는 내 아이들, 내 친인들과 내 버팀목이 되고 지렛대가 되던 정든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살아가게 됩니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내 나라 융성을 돈수재배(顿首再拜)하며 기원하려 합니다. 이마 껍질이 몇번 벗겨지고 고래고함을 질러 그들에게 도움된다면 부끄럼없이 머리를 조아리고 꺼리낌없이 납함(呐喊)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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