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안민 사무국장 차홍구

 [서울=동북아신문]사람이 생활하면서 제일 어렵고 또 중요한 것이 바로 남들과의 소통이며, 상호간의 이해와 배려이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으뜸으로 강조하는 것이 ‘소통과 화합'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일 안 되는 것 또한 소통과 화합이다.

▲ 법무법인 안민 차홍구 사무국장
그런데 요즘 보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70만 중국동포사회도 상호간에 소통과 화합이 전혀 안 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지역 차별과 감정이 심한 것 같다. 연변사람, 심양사람, 흑룡강사람, 길림사람 하면서 서로를 차별하고 무시하고, 심지어는 패싸움을 해서 서로가 피해를 보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다. “저 연변 깍쟁이 같은 게…”, “저 안쪽 문둥이 같은 게…”하고 어쭙잖은 일에도 욕이 앞서다 보면 싸움이 일어나기 일쑤이다. 술을 먹으면 칼도 서슴없이 들이댄다. 그로 해서 단속이 되고 추방 위기에 몰리면 부모들이 울며불며 변호사 사무실을 뻔질나게 찾아와서 우리 자식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한다.  서로가 다른 지역에서 살면서 가지게 된 정서와 이해가 다르다고 해서 배척을 하고, 또 오랫동안 형성돼 온 편견을 갖고 상대방을 매몰차게 밀어붙이면 불화가 생길 것은 뻔하다. 연변사람들은 오랫동안 모여 살면서 소도시 생활을 해왔기에 장사 머리도 텄고 사람 간의 처사에도 밝은 편이다. 반면에 상호 이해관계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이기심도 없지 않아 있다. 그리고 흑룡강 등 산재지구 동포들은 한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생활해 왔기에 단결심이 강하고 마음이 곧고 직심이다. 반면에 대체로 도시생활 적응력이 떨어지고 조금 거칠어 보이는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이런 것도 사람 나름인 것은 분명하다.  지역감정을 갖고 사람을 잣대질 하는 습관은 제일 나쁜 악습(惡習)중의 악습이다. 동포들이 알아야 할 것은 대한민국의 최대 악습이 바로 '지역감정'이란 것이다. 오늘의 남북분단이 70년을 이어가고 정치가 이렇게 혼란스럽고 지역과 지역발전이 이토록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지역감정’으로 인해 조장된 역사적 결과이다. 동포들도 이런 말을 자주 들을 것이다. ‘전라도 깽깽이’, ‘경상도 보리문둥이’, ‘충청도 핫바지’, ‘서울 깍쟁이’, ‘경원도 감자바위’ 등등. 한국사회는 이렇게 안 좋은 의미를 만들어 지역적으로 상대방을 비하해왔다.  그 뿌리를 보면, 조선건국 이래로 뿌리 깊은 영남 기득권 세력에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과 혈연 지연을 통한 도가 넘치는 영남 패권주의와 권력욕이 대다수 선량한 경상도 전라도 국민들을 갈라놓고 싸움질을 하게 한 것이다. 광복이후에도 정치권에서는 지연과 학연에 따라 지역감정을 조장해왔다. 이를테면 71년 대선에서 박정희 vs 김대중 싸움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연고로 장기적 대권을 잡은 영남세력이 바로 영남권을 발전시켜 국토발전의 불균형을 초래한 것이다. 서울을 머리, 즉 꼭짓점으로 해서 대전을 배꼽으로 볼 때 영남 지구에는 경부고속도가 제일 먼저 뚫리고 구미, 포항, 부산 등 지역에 공업단지와 물류단지가 들어서며 ‘다리’가 피둥피둥 살이 찐 반면, 충청도 전라도 등 서쪽 지역은 지금까지 경제발전에서 뒤떨어진 형국이다. 국토의 한쪽 ‘다리’가 메말라 있어, 인체로 비유해 볼 때 절름발이가 된 것이다. 또 이런 불구가 곧 대한민국의 끊임없는 ‘불화’를 초래하고 ‘분단’의 역사를 지연시키는 중대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 이것은 인류가 추구해온 보편적인 진리이다. 따라서 한국 체류 70만 중국동포는 절대 한국의 지역감정의 소용돌이 휘말리지 말고, 또 중국에서 갖고 있던 지역감정을 갖고 같은 동포를 난처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지역감정 자체가 당신을 ‘불구’로 만드는 근원이고 악습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연변사람’, ‘흑룡강사람’ 따로 없이 모두가 독립운동을 하러간 우리 민족 투사들의 후손들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들인 것이다.  병신년 새해에 중국동포사회가 지역감정을 해소하며 서로 소통하고 한마음으로 뭉치는 좋은 한해를 만들어 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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