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룡강신문 논설위원/ 본지 칼럼니스트
 [서울=동북아신문]한국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조선족’ 관련 발언이 세간화제로 부상했다. 저출산대책을 논의하는당회의에서 대표가 ‘조선족을 대거 받아들여야한다’고 말한 것이 큰 파장을일으킨 것이다. 네티즌들은 ‘중국동포비하’발언, 야당은 ‘황당무계한 저출산 대책’이라고 공격했다. 실제로 김 대표의 발언은 맥락상 출산대책이라기보다는 조선족 유입을 통해 생산인구감소문제에 대처할 이민정책을 뜻한 것이다. 따라서 일각에서 ‘조선족이 애 낳는 기계냐’고 비난한 것은 김대표의 발언 취지를 다소 곡해한 측면이 있다.

김무성 대표 발언의 문제점은 ‘조선족 이민’을 통한 저출산 문제 해결, 생산인구 감소 대비책으로서의 ‘이민정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관계가 정상화되면서 중국 조선족이 ‘코리안 드림’을 위해 한국에 진출한지도 어언간 20년이 넘는다. 특히 2007년 방문취업제의 실시로 조선족의 유입이 본격화되었다. 2015년 10월 기준 한국체류 조선족은 65만명, 여기에 국적취득자 13만명을 합치면 그 수가 80만명에 달한다. 그들은 서울 대림동 등지에 ‘차이나타운’을 형성해 생활하고 있고, 2010년 이후 ‘정주(定住)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비록 처우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일상차별, 오해와 편견 속에서 이방인으로 생활하고 있다.

현재 재한조선족들은 서울 영등포구, 구로구 등지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차이나타운’을 형성하여 가족친지 위주로 생활하고 있다. “서울대림동지하철 2·7호선대림역인근의조선족 주거지는한국속중국마을이다. 대림역인근거리에 한글과 중국어가 병기된 상점 간판이 어지럽게 들어서 있다. 중국 음식점과 옷가게부터 여행사, 휴대폰매장, 부동산알선업체, 장례업체까지구비돼 재중동포들의 생활에 큰 어려움이없다.” 한국언론에 비춰진‘차아나타운’의 모습이다. 아직도 중국식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재한조선족은 한국인들에겐 ‘불편한 이웃’이며, 최근 조선족 강력범죄 발생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은 차겁기만 하고 오해와 편견은 더 쌓여간다. 조선족들이 ‘중국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끼리끼리 살아가는 이유다.

‘차이나타운’은 80만 재한조선족의 사회생활 축소판이다. 중국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차이나타운’의 주인공들은 ‘한국계 중국인’이라는 외국인등록증을 소지한 중국동포들이다. ‘차이나타운’에는 한국 특유의 스트레스가 없다. 독한 배갈에 느끼한 중국요리, 중국어가 섞인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다. 반면에 ‘주류사회 진출’과는 거리가 퍽 멀다.  한국언론이 재한조선족의 ‘사회적 융화’를 ‘제자리 걸음’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이나타운’이 유지되는 한 중국동포들의 ‘한국인 동화’는 요원한 일이다.

2010년 이후 조선족들의 한국 진출이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면서 재한조선족의 체류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또 돌아가는 경우는 적어진 반면, 중국에 남아있는 가족까지 불러들이면서 ‘정주화’의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각에서 재한조선족을 ‘이주민’이라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재한조선족의 ‘정주화’가 단기적 현상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국면으로 발전해 명실상부한 한국인으로 동화될지는 향후 두고봐야 알겠지만, 이는 중국 조선족의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로서 ‘정주화’가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재한조선족의 ‘정주화’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운 점 및 변수가 상존한다. ① ‘정주화’가 지속되는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조선족을 위한 강력한 이민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② ‘차이나타운’의 ‘중국인’ 정체성 유지와 주류사회 진출을 통한 한국인 동화는 자가당착, 이율배반적으로 양립이 불가능하다. ③ 작금의 ‘정주화’는 입국정책 완화에 따른 중도입국 청소년 증가에 기인된, ‘부모와의 화합’ 성격이 짙다. ④ 많은 재한조선족은 중국(고향)에 ‘돌아가 살’ 살림집을 마련했고, 노후보험과 부모자식간 인연이 중국에 남아있다. ⑤ ‘중국인’ 정체성이 강한 조선족 3~4세대는 향후 중국경제의 발전으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면, 언제든지 돌아갈 개연성이 존재한다. 조선족 젊은층의‘중국인’ 정체성과 중국 변수는 ‘이민정책’의 효과적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한국정부가 단기간 내 재한조선족 전체(65만명)에게 한국국적 혹은 영주권을 부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즉 ‘이민정책’을 추진할 동기부여가 결여되어 있다. 재한조선족의 96%가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일자리에 집중, 저임금·저숙련 단순기능직에 근무하고 있다. 기술개발 등 성장동력의 확보에 도움이 되는 고급인력은 거의 없다. 또한 한국인 인상 속의 재한조선족은 ‘돈 벌러’ 한국에 온 외국인 염가노동력, 사회적 안정을 ‘위협’하는 사회적 집단으로 각인돼 있다. 또 이민정책은 전체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며, 조선족에게만 따로 적용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실제로 한국정부의 이민정책이 절박한 ‘약세 군체’가 존재한다. 즉 사실상 이주민으로서 장기간 한국에서 생활해온 재한조선족 1세대들이다. 이들 대다수는 하루살이 일용직으로 열악한 생활환경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고, 바야흐로 빈민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사회통합의 과제로서 이들 빈민층을 위한 ‘대가없는’ 이민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재한조선족을 위한 이민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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