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미얀마의 변화

2015년 국제부문 10대 뉴스 중 하나로 가장 인상 깊게 주목받은 나라 중 하나는 ‘아시아의 마지막 프런티어’라고 불리운 미얀마일 것이다. 필자 역시 평소에 아시아지역 국제관계를 연구할 때 북한의 군사정치 문제와 비교분석하는 과정에서 가장 유사한 성격을 띄고 있는 미얀마를 늘 중요한 지역으로 생각해 오고 있었는데, 특히 올해 들어 미얀마 주재 한국 및 일본기업 방문, 양곤대학 초청 세미나 참석, 현지 선교사들과의 미팅 등을 위한 출장 기회를 통해 특별히 미얀마에 큰 관심이 쏠렸다.

미얀마는 2011년 민선 정부가 들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로 국제투자가 집중되고 있으며, 아세안 10개국 중에서도 가장 ‘핫’한 국가로 국제사회의 구애가 ‘밀물’처럼 쇄도하고 있는 지역이다.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양곤공항의 현실이 전 세계에서 미얀마를 찾은 비즈니스맨들의 투자의욕과 ‘니즈(Needs)’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거기에 최근 11월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자유총선에서 압승하여 내년 1월 정권교체가 유력해지면서 개방정책과 국제협력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재미 역사학자 딴뮌우는 그의 저서 「Where China Meets India(2011)」를 통해 “미얀마는 중국과 인도 사이에 낀 하찮은 연결고리가 아니다. 새로운 실크로드 개척이나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간의 에너지 자원 획득을 위한 신거대게임(New Great Game)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라고 미얀마의 역할을 역설하기도 했다.

마침 필자는 지난 10월 7일 미얀마 양곤국립대학 국제관계 & 비즈니스포럼 강사로 초청되어 미얀마를 다녀올 기회가 생겼다. 필자는 미얀마의 국내정치 변화에 따라 산업화, 민주화 초기를 지나고 있는 미얀마의 변화를 실제로 체감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또한 우리가 미얀마와의 양자협력 혹은 일본, 중국과 함께 다자협력 관계를 구축해 볼 최적합국이라는 판단 하에 방문 전부터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미얀마를 방문해 양곤국립대학 비즈니스포럼의 특강뿐만 아니라 이백순 주 미얀마 한국대사 방문, 민주평통지도자대회 참석, 대우인터내셔널 현장, Promart(대표 김세종) 등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기관 및 기업을 방문하거나, 크리스천 기업인들의 모임인 미얀마기독실업인회(CBMC) 재건모임에 참석하는 등 3박 4일간 강행군의 일정을 보내고 돌아왔던 기억이 새롭다.


Ⅱ. 미얀마에서의 다자간 국제협력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일본 미쓰비시그룹이 진출해 있는 띨라와(Thilawa)공단을 시찰했던 일이다. 미얀마를 방문하기 한 달 전인 지난 9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최한 ‘한일 산업기술페어 2015’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이 박람회에 홍보업무차 방한했던 미쓰비시상사 미얀마 대표인 Mitsuo IDO씨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의 알선으로 미얀마 띨라와공단 건설계획과 진행상황을 자세히 견학하기 위해 지난 출장시 띨라와공단을 집중 시찰할 기회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미얀마가 최초 특별경제구역으로 선정한 띨라와경제특구는 2013년 1월 착공 때부터 일본이 미얀마 정부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개발을 선점하면서 현재 미얀마 내 경제적 입지를 선도적으로 넓히고 있는 지역이다. 최근 중국도 이 같은 일본의 움직임에 대항해 다른 특별경제구역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필자는 양곤국립대학에서 있었던 비즈니스포럼 특강을 준비하며 미얀마 내 한국기업 진출을 살펴보니 중국, 일본에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 아웅산 수지 여사의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얀마 진출 전략을 공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갖게 되었다. 특히 일본, 중국과 공동투자방식으로 진출하는 등 다자간 국제협력으로 공동진출하는 방안이 리스크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점에서 양곤대학 특강을 통해 이런 제안을 집중적으로 제기 했다. 이는 결국 ‘아시아화(化)’ 현상의 국제협력을 통해 동아시아경제공동체를 모색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제3국에 있어서의 투자개발주체와 개발대상국가 상호 간에 공동번영의 길을 모색하는 새로운 경제협력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얀마 방문 일정 가운데 특히 보람되었던 것은 주변 강국들 즉,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등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있는 미얀마의 지정학적 양태가 마치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대 강국 사이에 끼어있는 한반도 정세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인식과 함께, 이런 주변 강국들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국가발전의 미래를 개척하는 방안으로 ‘북한’을 여하히 우리의 경제개발협력 파트너로 삼을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를 재삼 강하게 인식할 수 있었던 점이다.


Ⅲ. 투(Two) 코리아를 바라보는 뉴 미얀마의 시각

‘뉴 미얀마 & 투 코리아’를 주제로 한 양곤국립대 Chaw Chaw Sein 국제대학 학장은 특강에서 “군부독재 50년의 올드(old) 미얀마를 뛰어넘어 미래지향적인 뉴(New) 미얀마를 향해 가야 한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서 지역경제권 확대 경쟁에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외교협력을 강화해야 하고, 동시에 대동아공영 이후 최대의 지원을 받고 개발협력을 돕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 증진에도 힘쓰고, 나아가 동남아 국가 등 주변국가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새 길을 개척하는데 미래지향점을 두어야 한다.”고 미얀마의 국가발전 전략으로서의 미래상을 제시하면서 “바로 이때 중요시할 파트너십 선호국가는 단연 한국이다.”라고 발표한 것이 특히 감명 깊은 내용이었다.

이 특강을 들으며 필자는 미얀마가 2차 대전 후 신생독립국가로서 유일하게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한 한국을 자국 발전의 ‘롤 모델’로 인식하고 있으며, 개발정책 및 실천적 경험을 배우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 증진을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에 대한 그 기대와 희망적 요청이 절실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또한 현재 지정학, 지경학적 이유로 중국, 미국, 인도, 일본 등에 끼어 큰 세력다툼의 중간지대에 있는 미얀마가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으면서도 선도적 중견국가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는 한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뉴(New) 미얀마의 미래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롤 모델’로 삼으려 한다는 점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더불어 1983년 아웅산묘역테러사건 이후 철수했던 북한 대사관이 최근 재진출 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있는 시점에 북한과 한국과의 사이에서 어떤 협력관계를 이끌어 갈 것인가 하는 ‘투 코리아 정책’이 미얀마 국가발전전략에 중요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인식되었으며, 이런 관점에서 미얀마 신정부뿐 아니라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남달리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도 깨달았다.

결국 미얀마의 외교안보정책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이슈가 미일동맹과 중국의 각축전이라고 한다면, 이에 연루된 한반도의 남북한 문제 즉 ‘투 코리아 정책’을 여하히 다룰 것인가 하는 점이 미얀마 신정부 입장에서도 앞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점에서 필자가 양곤대학 특강을 통하여 제안한 일본, 중국 등 다자국가 간 국제협력을 통해 안보와 경제를 융복합하는 ‘윈윈(win-win) 패러다임’ 방식의 협력체제로 풀어가는 방법이 시대 조류에 가장 합당한 맞춤형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마침 미얀마 민선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해외투자유치, 인프라 확충, 경제협력 인센티브제도 등 주변국들과의 대외협력 방안을 강화하도록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 몇가지 제도개혁 항목을 잘 활용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크게 달라지리라 전망된다. 그런 과정에 자연스럽게 북한도 경제협력 또는 개발협력의 파트너로 동참하도록 유도하여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이끄는 것이 한반도 통일정책에도 유효한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Ⅳ. 미얀마와 북한의 미래

이런 다자간 국제협력의 인식뿐 아니라 필자가 이토록 미얀마에 관심을 갖게 된 연유는, 한반도 정세와 비교할 때 (다소 불투명하지만) 북한의 미래발전전망이 여러 측면에서 미얀마의 미래발전계획과 비교분석할만한 유사성이 많다는 점에서 미얀마를 북한의 바람직한 미래상으로 제시하고 싶은 각성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군사독재에서 스스로 변화하고 스스로 개방에 성공한 국가이다. 평화적 정권이양과 같은 진화과정을 거쳐 얻은 미얀마 신정부의 개혁개방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제사회에서는 벌써부터 ‘글로벌 머니와 국제인력’의 ‘밀물현상’이 쇄도하면서 엄청난 경제적 지원과 개발자금이 몰려오고 있다. 더욱이 아웅산 수지 여사의 정권교체를 앞두고 산업화와 더불어 민주화라는 국가사회적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미얀마의 발전상황과 국가계획을 북한의 바람직한 미래상으로 제시하여 언젠가는 북한도 미얀마와 같은 개방사회적인 발전구도로 나아가길 희망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을 바탕으로 군사독재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미얀마 현상’은 개방사회와 경제성장의 합목적적인 메커니즘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북한체제에 ‘롤 모델’이 되기에 매우 적합한 사례라고 인식되며, 그럴 때 필자는 미얀마를 뛰어넘어 북한이 언젠가 ‘아시아의 마지막 프런티어’로 재인식되어 세계 어느국가보다 더욱 각광받는 때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물론 미얀마와 북한은 정치 분야에서 큰 차이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군부에 집중된 권력을 사회 각 기관에 분배하는 과정, 해외투자 유치와 경제협력 등 국제사회와의 관계증진을 위해 점진적 유화태도를 보이고 있는 부분이 상당히 넓어지고 있는 것을 본다. 이런 경제사회적 변화는 ‘장마당 시장경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 경제발전에 가시적 효과를 나타내며 점차 국가발전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런 현상은 최근 북한이 취하고 있는 경제과학기술 중점 정책으로 보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라 전망된다. 또한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취함으로써 유엔,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제재가 완화되고 ‘협력 모드’로 전환되기만 한다면 마침내 한반도 안에 존재하는 ‘두 개의 한국(Two Korea)’ 상호 간에도 평화와 협상과 소통의 흐름이 왕성하게 일어나면서 한민족 통합의 ‘새 시대상’을 연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곧 한반도 뿐 아니라 동아시아에 새 시대를 열어갈 ‘빗장을 여는 길’이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묵상하면서 2015년을 마무리하는 가운데 문득 동아시아 지도를 바라보니 50여년 군부독재로부터 새로운 신생 민주산업개발국으로 도약하는 뉴(New) 미얀마의 도전이 내 마음에 하나의 강렬한 빛으로 다가오며, 또한 ‘미얀마의 변화’가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절실히 찾아든다.

아! 2015년은 가고 새로운 2016년이 다가오고 있다. 이 새로운 2016년의 새해에 대망의 새날이 활짝 열리기를 고대해본다. 우리 한국인들 뿐 아니라 동남아지역과 세계에 흩어져 있는 700만 코리안 디아스포라들까지도 다 함께 힘을 합쳐 ‘새날의 그날’을 기약해보자.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향기로운 존재다.”라는 아웅산 수지 여사의 말처럼, 북한에도 언젠가 향기로운 장미의 방향(芳香)과 같은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정신, 즉 자신을 이롭게 할 뿐 아니라 그것이 곧 남들도 이롭게 하는 ‘새 시대의 국가정신’이 장미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글쓴이 / 이승률
이승률 (사)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은 연변과학기술대학과 평양과학기술대학의 대외부총장을 역임하고 있고, (사)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과 (사)신아시아산학관협력기구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동북아 전문가로서 각종 국제포럼 및 한반도 통일 사역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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