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봉 본지 편집인
[서울=동북아신문]80만 중국동포를 대변할 중국동포 출신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꿈이 무산됐다. 3월 22일 더불어민주당, 3월 23일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공천 후보자 명단이 확정 발표되면서 ‘이번 총선에는 중국동포 비례대표가 배출될 것’이라고 기대를 크게 가지고 있던 80만 재한중국동포 사회는 허탈해 하고 있다.

중국동포 비례대표만 없는 게 아니라 720만 전체 재외동포를 대변할 사람으로 그 누구도 양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당선권 순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역 출마를 포기하고 비례대표 후보 신청을 한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에서 탈락하고 강남지역에 전략공천 됐다. 19대 회기 중에 비례대표 의원을 승계했던 양창영 새누리당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에 들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지역구에도 공천되지 못했다.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 재외동포를 대변할 인물이 전혀 없는 새누리당과는 달리 더불어민주당에는 당선권과는 거리가 먼 순번이긴 하나 중국동포 출신 후보로 박옥선 K-pop학원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아야 할까?

오로지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고민하여 전략을 짜고 비전을 제시하여 그에 맞는 후보를 공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야 주요정당의 20대 총선 공천은 한 마디로 당리당략과 편가르기만 무성한 공천이었다. 이런 점에서 양당의 공천관리위원회와 지도부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재외동포란 어떤 존재인가.

전세계 176개 나라에 산재해 있는 720만 재외동포는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영토가 작은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전 세계로 확장시켜주는 디딤돌 같은 존재들이다. 애국 애족의 마음으로 조국의 물품을 사 주고, 고국이 IMF와 같은 환란을 당했을 때는 송금과 금모으기 등으로 조국을 도와온 존재가 바로 그들이다.

그 중에서도 중국동포는 국내에 이미 80만 명이 거주하면서 모국의 발전에 경제적으로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0만 중국동포는 한중 FTA가 지난해 말부터 발효되면서부터는 그 중요성이 더욱 더 커져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으로 인해 한중관계와 남북관계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한 지역 국회의원 선거구의 유권자 수를 대략 13만 명에서 26만 명 사이라고 볼 때 집단으로서 80만 재한중국동포를 대표하고 대변할 사람 3~4명은 국회에 있는 것이 정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80만 동포 전체가 투표권을 가진 것은 아니므로 3~4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동포들의 한중관계, 남북관계에서의 특수한 위상을 고려할 때 중국동포를 대표하고 대변할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 정도는 20대 국회에 진출할 수 있어야 했다.

당선권에 중국동포 비례대표 후보가 없는 것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이 주요정당의 비전 부족, 전략부족, 민족의 미래를 내대보는 긴 안목의 부족에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재한 중국동포사회에도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국내에는 국회의원이 되고도 남을 만한 자질과 조건을 갖춘 중국동포가 여러 명 있다. 대한민국의 명문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학의 법대 교수, 정치학을 전공한 성균관대학 교수 등 많은 중국동포 엘리트가 이미 주류사회에 진출해 있다.

만일 이번 총선에 재한중국동포 사회 60여개 단체가 일치단결하여 이런 사람 중 한두 명을 주요정당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했을 경우에는 어땠을까?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단장, 유럽한인회총연합회장, 아시아한인총연합회장, 대양주한인총연합회장, 중국한국인회장, 러시아·CIS한인총연합회장, 아프리카중동한인총연합회장, 중남미한인총연합회 장 등 8명이 ‘세계한인회총연합회 회장단’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해달라고 추천서를 제출했음에도 비례대표 후보에서 탈락했다. 그러므로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조건과 자질을 갖춘 중국동포 비례대표 후보라 하더라도 당선권 순번에 공천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재한 중국동포사회의 주요 단체들은 ‘세계한인회총연합회 회장단’이 했던 노력을 했는가? 주지하듯이 재한중국동포 사회의 주요단체들은 이번 총선과 관련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중국동포 비례대표 후보를 당선권에 배정받기 위해서 재한 중국동포사회는 동포사회의 의견을 모아 주요정당이 거부하기 어려울 만한 자질과 조건을 갖춘 후보를 발굴하고, 성명서도 내고, 주요정당을 방문해 중국동포 비례대표를 배정해달라고 요청하고, 대규모 집회를 열어 압력을 행사해야 했다.

동포사회는 그러한 집단적 노력은 하지 않으며, 감나무 밑에서 감이 익어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듯 각 개인의 역량에 맡기고 ‘이번에는 동포 출신 국회의원이 출현하겠지’ 기대만 키웠다.

이제 중국동포 국회의원이 출현하려면 적어도 4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 동안 재한중국동포사회는 한국사회의 동포들에 대한 편견과 왜곡을 바로잡고, 정치력을 신장시켜 한국사회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더욱 성장해야 한다.

우선 이번 총선에서부터 국적을 취득한 13만 여명의 동포들이 투표에 참여하여 적어도 내국인보다 높은 투표율을 보여주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2017년 대통령 선거,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단결된 힘을 과시해야 한다. 재한중국동포 사회가 한국사회의 무시할 수 없는 주요 구성원임을 확실히 보여줄 때만이 4년 뒤 중국동포 국회의원 배출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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