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고소의 위험–무고죄

▲ 허재원 변호사
[서울=동북아신문]최근 법률 상담을 하다보면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며 상대방을 우선 형사적으로 고소해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정말 상대방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래서 내가 피해를 입게 되었다면 응당 그 사람을 형사고소 해야겠지만, 단순히 상대방과의 금전적인 문제를 유리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또는 감정적인 문제로 그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서 고소해 달라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습니다. 일단 형사고소의 방법으로 상대방을 압박하거나 귀찮게 하려는 의도겠지요.

하지만 제대로 된 법적 검토 없이 무분별한 형사 고소는 오히려 고소인에게 큰 낭패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바로 형법 제156조의 무고죄 때문입니다. 우리 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무고죄를 엄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형사고소를 이유로 수사하였으나 혐의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경찰이나 검찰은 반드시 그 다음 절차로 고소인에 대한 무고죄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만일 그 과정에서 고소인이 상대방을 처벌받도록 하기 위해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판단되면 오히려 그 고소인을 무고죄로 처벌하게 됩니다.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 무고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형사처벌 등을 받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무고죄를 저지른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실제 처벌까지는 의도하지 않았다”는 변명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우리 대법원은 2005. 9. 30. 선고 2005도2712 판결에서와 같이 “무고죄에 있어서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은 허위신고를 함에 있어서 다른 사람이 그로 인하여 형사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으면 족하고 그 결과발생을 희망하는 것까지를 요하는 것은 아니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고소인이 고소장을 수사기관에 제출한 이상 그러한 인식 내지 목적은 있었다고 보는 것이지요. 허위사실의 신고 또한 무고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여야 합니다. 즉, 신고사실이 진실이 아님을 알면서 신고하여야 무고가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설령 고소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의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진실된 사실이라고 믿고 고소한 경우에는 무고에 대한 고의가 없으므로 무고죄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또한 고소내용이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아니고 사실에 기초하여 그 정황을 다소 과장한데 지나지 아니한 경우 역시 무고죄가 성립하지 아니합니다.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5939 판결 등) 주의할 점은 무고에 있어서의 고의는 반드시 확정적 고의를 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무고죄는 신고자가 진실하다는 확신 없는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곧바로 성립하고 그 신고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확신함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1997. 3. 28. 선고 96도2417 판결, 2006. 5. 25 선고 2006도4642 판결 등) 다시 말해 신고사실이 허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면서도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고소는 무고에 해당된다는 것입니다. 무고죄의 보호법인은 국가형벌권의 정당한 작용 무고죄 피의자 중에는 “결국 고소당한 그자가 처벌받지 않았으니 된 것 아니냐? 그런데 왜 나를 무고죄로 처벌하느냐”며 항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무고죄를 처벌하는 이유는 억울하게 고소당하여 심적으로, 현실적으로 고통당하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국가의 형사사법권 또는 징계권이 적정하고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즉, 무고죄는 단순히 무고의 상대방을 힘들게 하였다고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고소인이 허위사실을 신고하여 국가형벌권의 기능을 침해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처벌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무고죄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죄가 아니며 그런 만큼 고소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억울한 피고소인은 무고죄로 대응 반대로, 어느날 갑자기 경찰서로부터 “OO죄로 고소가 되었으니, 조사를 받으러 나오시기 바랍니다”라는 연락을 받게 된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이처럼 누군가의 무분별한 고소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었다면 그 사람은 고소인을 무고죄로 고소하여 처벌받게 함으로써 이에 대항할 수 있습니다.  문의 : 법무법인 안민 02-866-6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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