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신문 창간 30주년 년말기획 <한국은 지금 한풍시대>(5)

[서울=동북아신문] 한국미술협회 여성분과위원장 김세정 화가로부터 듣는 중국문화이야기
 
“중국사람들이 참 잘 생겼다!”고 늘 말하는 한국 여류화가가 있다고 해서 기자는 특별히 찾아보았다. 그렇게 김세정 화가를 만난 것은 지난  8월19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화가의 자택에서였다. 65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어보이는 매력적인 얼굴에 따뜻한 미소, 조용한 말씨가 인상적이었다.

서울의 주한중국문화원에서 지난 4월에 《중국문화와 생활속의 중국사랑》을 주제로 한 강연모임에 100여명의 한국인들이 참석했다. 바로 그 모임에서 한국미술협회 여성분과위원장이며 서울미술협회 부회장인 김세정화가의 강연이 깊은 감동을 주었는데 그녀의 중국사랑이 유난히 특별하다고 소개받아 기자가 인터뷰를 하게 된 것.

▲ 한국미술협회 여성분과위원장 김세정 화가

 중의학, 동양화에서 알게 된 중국문화의 극치

기자가 만난 한국인들의 중국사랑은 저마다 연원(渊源)이 달랐다. 김세정 화가 역시 10대 소녀때 살고있던 대구의 중국학교와 중국음식점, 그리고 화교친구들인 미화와 미래라고 불리던 소녀를 잊지 못하고있었다.
 
명절때 먹는 중국음식인 춘권(春卷)이 들어있는 곽을 열어보면 점을 보는 종이같은 것이 들어있었던 것과 이국풍의 중국 장난감들, 한달에 한두번씩은 중국집에 가서 먹었다는 “짜장면과 탕수육은 지금도 최고로 맛있는 음식”이라고 할만큼 좋아한다.

중국약재를 신기하게 생각해서 중의학을 배웠고 그 과정에 한문의 깊이와 중국의 정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중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김세정 화가가 중국문화에 본격적으로 접촉하게 된 것은 지난 1985년 결혼하고 나서 남편과 함께 공부하러 필리핀에 가면서부터였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중국 산동성에서 온 유명화가를 만나게 되며 그에게서 동양화를 배우게 된다. 그 과정에 그녀는 또 더 많은 중국화가들을 알게 되며 중국의 산수화, 화조도, 대나무, 사군자, 서예 등 깊이를 알아갈수록 중국 미술문화에 더 깊이 심취된다. 당시까지만해도 중국과 한국은 수교전이다보니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중국의 문화를 접할 길이 없었다.

당시 그림을 배우면서 “많이 화가 났다”고 김화가는 말한다. 중국에는 그림배우기에 필요한 모든 기법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한 책들이 있는데 한국에는 그런 것이 없다는 점에 화가 났단다.

중국인들은 수천년을 내려오면서 전승된 노하우가 있으며 어떤 면에서 보면 고차원적인 문화의 극치를 알고있는 민족이라고 김 화가는 말한다. 그러한 점은 중국의 의상이나 음식에도 또한 표현된다. 중국의상의 화려함은 제쳐두고라도 깊은 조화가 어우러진 색상의 조합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만큼 대단한 깊이와 무게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문화를 통해 마음은 크지만 작고 잔잔한 것에도 감동받는 중국인들의 면면이 느껴진다고 김화가는 해석했다.

▲ 중국문화가 너무 좋다보니 김세정 화가의 집안 곳곳에 중국이미지들이 넘쳐난다
 
중국사람이 잘생긴 원인은 “머리속의 자기철학”

“중국이 좋아서인지 중국사람들이 잘 생겼다”고 김화가는 말한다. 한중간 미술협회 모임에서 중국미술계 인사들과의 만남도 자주 갖는데 “그들이 머리속에 자기철학이 있으니 바깥으로 그 철학이 보여진다”면서 “그래서 모두들 너무 멋있다”고 말한다.

한국과 중국이 한시기 단절되면서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그냥 ‘못사는 나라’, ‘낙후한 나라’ 등으로 덮어놓고 폄하하는 편견도 적지 않았다. 그때마다 김화가는 “비록 중국사람들이 잘 못 입고 못 먹을지라도 머리속에 갖고있는 마음의 부와 긍지의 부는 대단하다”고 설득해 왔다고 한다.

“95%가 수분덩이인 수박을 가루약으로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침 한대로 피임도 시키고 마취 안하고 수술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기술력과 지혜는 대단하지 않아요?” 김화가는 “중국이 적어도 약으로 마취해야 수술이 가능한 서양민족보다 수백년은 앞선 것이 아닌가” 반문한다.

중국문화가 너무 좋다보니 김세정화가의 집안곳곳에 중국이미지들이 넘쳐난다
 
한국사람들은 중국에 대해 ‘워낙 크기때문에, 워낙 사람이 많기 때문에’하고 응당한 것처럼 말하는데 중국은 결코 ‘워낙’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구가 많고 땅덩어리가 커서 거대한 발상과 지혜가 나오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지적이다. 민족적인 발상의 DNA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명옷을 입을때 중국사람들은 실크옷을 입었습니다. ‘비단이 장사 왕서방’이라는 노래도 있잖아요? 중국에 다녀온 사람한테서 선물받은 실크내복을 입어보고 옷의 질감, 착용력, 보온력 등에 너무 놀랐어요.” 김화가의 진솔한 고백이다.
 
중국과 중국인들은 다른 나라들이 흉내낼 수 없는 역사와 스케일이 있다고 김화가는 말했다. “한국인들은 중국 여자배우들인 공리나 장만옥, 탕웨이에게는 혹하죠. 팽려원 여사는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한국가수 중에 주현미라고 하는 중국인 후예 가수가 있어 매우 좋아하는데 노래하는 기품이 한국가수들과는 분명히 다르지요.” 그녀는 엄지손가락을 내밀어보인다.

김 화가는 중국옷을 특별히 좋아한다. 20벌 넘게 가지고있다고 했다. 중국사람들이 한국에 가서 한국옷을 많이 쇼핑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녀는 “그것은 잠시 동안의 바람같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사람들이 안목이 있으니 한국을 이쁘게 봐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사람들이 가지고있는 “한국의 것을 좋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까지도 한국은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김화가는 주장한다. 중국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부단히 충족시켜주어야지 그렇잖으면 얼마 못가 중국사람들은 식상해서 한국을 외면하고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사람들의 안목이 높기때문에 잣대가 예민하다는 것, 그것을 한국은 놓치면 안된다고 부언한다.
 
중국과 한국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한국은 중국과 서로 주거니 받거니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같은 민족도 아니고 같은 국가도 아닌데 당연히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내가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내가 대접받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중국을 열광시킨 “별에서 온 그대”같은 한류드라마와 음악, 미술같은 문화적인 것일 수도 있고 첨단 IT산업같은 경제적인 것일 수도 있다고 김 화가는 말한다.
 
화가는 사물을 보는 법을 배우고 사물의 본질을 파악한다. 의식의 본질도 본다. 남보다 먼저 볼 수 있는 그림을 파악하는 것이 바로 화가이다. 김세정 화가는 바로 이면에서 독특한 시각으로 중한문화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한국은 중국과 떨어져서는 안 될, 또 떨어질 수도 없는, 함께 손잡고 걸어가야 할 상생의 파트너예요. 예로부터 중국사람들은 한국사람들을 가리켜 <말을 타는 동이족>이라고 해서 극진히 예우하고 대접했어요. 분명한 것은 현실의 한국도 중국에 대접받을 만한 좋은 친구로서의 예의를 해주는 것이 앞으로 나갈 방향이고 길이죠.”
 
김 화가는 그렇게 하자면 중국과 한국 모두 서로 갖고 있는 장점을 서로에게 보여주고 함께 상생발전하기 위한 적극적인 경제문화교류가 활발하게 잘 이루어져야 한다고 희망한다.

특별취재팀 김경 안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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