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갓바위 앞에서 친구와 함께 찰칵. 오른쪽이 필자인 박연희 재한동포문인협회 부회장.
[서울=동북아신문]목포여행의 세 번째 날인 2016년 2월 10일 목포시티투어 첫 코스로 목포8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유달산으로 갔다. 목포시의 서남부에 위치한 유달산은 해발 228m이며 충무공의 뛰어난 지략과 기재가 서려 있고 병풍처럼 솟아오른 갖가지 기암 형상들이 장엄하다.

유달산 왼쪽에는 노적봉이 있고 노적봉을 지나서 계단을 올라가면 오른쪽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봉우리를 이엉으로 덮어 멀리서 보면 마치 군량미처럼 보이도록 해 왜군들의 사기를 꺾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노적봉 ‘큰바위 얼굴’은 이 순신 장군이 호령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라 맞은편 이순신 장군 동상과 함께 서남해안의 관문인 목포를 수호하고 있었다.

유달산에 있는 가수 이난영을 기리는 목포의 눈물 노래비에서는 노래 ‘목포의 눈물’이 연이어 흘러나왔다. 천자총통, 대학루, 유선각, 소요정 등 5개의 누각을 지나 산 정상인 일등 바위에 오르면 탁 트인 다도해의 장관과 입출항 선박들의 물살을 가르는 요동이 장쾌하다. 목포시티투어의 2번째 코스는 목포근대역사관인데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구 목포일본영사관이다. 붉은 벽돌을 이용한 2층의 르네상스 양식건물인 목포근대역사관은 유달산 기슭에 있었다. 그곳에서 목포의 개항부터 저항, 외래문화 전파, 대중문화와 목포의 역사에 대해 볼 수 있었다. 목포근대역사관 안에는 옛날 목포시내 거리모습부터 실제 유관순열사께서 입었던 옷과 비슷한 옷을 입고 태극기를 휘날리는 독립만세운동 체험장도 있었다.  내리막길로 내려오면 1,2번 국도 시작점 도로원표가 있다. 1번 국도는 서울을 지나 평안북도 신의주까지 연결되고 2번 국도는 남해안을 따라 부산까지 연결된다.  1관에서 100미터쯤 가면 목포근대역사관 2관인 구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있다. 이곳에는 일제의 수탈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품 그리고 옛 목포거리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일본 순사의 고문사진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는데 일제의 만행을 후세에 전하는 기록물이기도 하다.  
▲ 목포 유달산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
목포시 용해동에 천연기념물 제500호로 지정된 갓바위가 목포시티투어의 3번째 코스였다. 갓바위는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영산강 하구에 위치해 풍화작용과 해식작용의 결과로 형성된 풍화혈(風化穴)로서 삿갓을 쓴 사람의 특이한 형상을 하고 있는 자연 조각품이다. 갓바위 전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진리를 깨달은 경지 높은 도사스님이 영산강을 건너 나불도에 있는 닭섬으로 건너가려고 잠시 쉬던 자리에 쓰고 있던 삿갓과 지팡이를 놓은 것이 갓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고 월출산에서 도를 닦던 도사스님이 상좌스님을 데리고 목포에 필요한 물건을 구하려고 축지법을 사용해서 영산강을 건너려다 상좌중이 잘못 따라와서 건너지 못하고 돌로 굳어졌다는 얘기도 전해 내려온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아주 먼 옛날 목포에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부지런히 일하며 살아가는 젊은이가 있었는데, 아버지의 약값을 벌려고 집을 떠나 돈을 벌다가 아버지를 돌보지 않아 그만 돌아가시게 되었다. 이에 자기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몇날 며칠을 굶어가며 삿갓을 쓰고 하늘도 보지 않고 용서를 빌다가 돌이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갓바위까지는 나무데크로 되어있다. 부교에서 갓바위를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 나무의자에 앉아 남해 바다의 낙조를 바라보았다. 부전자전이라 했던가. 어쩌면 쌍둥이 바위처럼 두 모습이 너무도 닮아있다. 갓바위 아래의 바닷물이 조금 빠져 있었다. 그 아래를 보니 마치 한 젊은이의 효심을 칭송이나 하듯이 갈치의 치어들이 떼 지어 다니고 있고 실처럼 가는 갯장어들도 갓바위 주위를 맴돌며 노래하고 있었다. 정면에서 갓바위를 바라보니 아버지 바위는 세상을 다 얻은 듯 활짝 웃고 있고, 그 옆 아들 바위는 겸연쩍은 모습으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 폭의 진경산수화처럼 내 마음의 도화지에는 그림이 그려지고 내 가슴의 원고지에는 글감이 문득 떠오른다. 갓바위는 입안반조 즉 저녁노을 물든 입암산 부근의 아름다운 풍경인데 가로등이 켜질 때쯤 갓바위 근처로 오면 영산강 하구 둑 너머로 지는 멋진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밤이면 바다 위로 해양음악 분수쇼가 펼쳐지는 평화광장도 있었다. 평화광장의 끝까지 달려가 보니 바다를 가르며 길게 만든 영산강 하구 둑이 나타났다.  갓바위를 지나 해상보행교를 걷는 곳에는 갓바위 외에 주변 바위들이 풍화작용으로 인하여 기이한 형상으로 파여 있어 지루하지 않게 감상을 할 수 있었는데 드넓은 바다에서 크고 작은 배들이 가끔씩 주변을 지나며 파도를 일으켜 해상보행교를 심하게 흔들어주는 것이 또 다른 재미였다. 몇 번을 바라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갓바위를 내 눈에 담고 또 담아보았다.  갓바위를 한 바퀴 돌고 문화의 거리로 나가는 길 멀리 신도심의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영산강 그 이름을 마음으로 불러본다. 서서히 서해바다 황해로 빠져드는 길목에서 바라본 갓바위는 슬픈 한 폭의 그림이었다. 바닷물이 넘실넘실 내 발길을 재촉하듯이 차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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