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령 흑룡강신문 산동지사 기자
[서울=동북아신문]오래전에 난 외로움의 씨앗을 뿌렸다. 그러던 어느날 그게 한송이 목련이 되어 햇볕 잠드는 곳에서 느즈막히 작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수많은 세월이 흐른뒤 그렇게 말없이 핀 꽃은 어떤 꽃이길래?

그동안 어둠고 침침한 흙속에서 그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몸부림을 치고 긴긴 기다림과 가슴 여미는 통증을 참아냈을까? 하늘마저 감동의 빛과 빗물을 내려준 그 지극한 정성이 흙속을 울리지 않았다면 짠한 사랑으로 녹아내려 꽃으로 피우지 못하리라. 

비바람에 거슬리며 거침없이 케리어를 쌓아왔고 조금씩 마음의 도를 닦아왔고 자신을 다듬고 다스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마음 한구석에 덩그러니 차지한 건 허전함과 외로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말이 아마 그 뜻인지도 모른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지만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해봐야 진정한 인생을 살았다 말할 수 있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 그런 과정을 겪는다는 것은 또 한번 어른이 된다는 것, 그건 겪어본 사람들만이 아는 도리다.

과거가 없는 사람이 없다. 과거는 과거에 불과할뿐 미래를 말할 수 없다. 여자의 과거는 쉽게 아무나 말할 수 없고 말을 해도 부끄러운 일로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자의 과거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남자의 과거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어떤 과거이든 거기에 집착하지 말고 한줄기 바람과 강물에 흘려보내는 그런 마음을 비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과거는 과거에 불과할뿐 과거만 말하고 과거만 생각하는 사람은 간이 없는 음식처럼 맛이 없고 멋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쁜 앞날도 없을 것이다.

상처입은 조개가 진주를 만드는 것처럼 그런 아픔과 시련을 겪은 사람은 살며시 다가온 사랑을 더 소중히 하고 그걸 평생 간직하면서 도란도란 잘 살 것이다.

가는 길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온 나에게 기적처럼 참된 사랑이 찾아왔다. 그 사랑은 움츠린 나를 깨워줬고 울고 싶은 나에게 눈물을 닦아 주었다. 힘에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사랑이 나에게 다가섰다.

꽃이 되어 나를 반겨준 사랑, 그래서 나에게 이젠 꽃이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피어난 꽃, 그런 꽃은 또한 시들지도 아니할 것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영혼이 살아있는 꽃이기에 어럽게 피어난 것만큼 또한 쉽게 시들지 못하리라.

서로의 사랑이 정서적으로 성숙되고 깊은 와인처럼 숙성됐을 땐 그 꽃은 영영 시들지 않을 수도 있다. 암석틈에서도 피어날 수 있는 하나밖에 없는 꽃이기에. 춥고도 높은 산에서만 피어나는 그런 꽃, 그 꽃의 의미는 시인마저 표현할 수 없고 가수마저도 노래할 수 없는 것이다.

꽃은 피어날 때 소리가 없지만 향기를 토한다. 그 향기에 취해 난 아무도 없는 마음속에 작은 별 하나 심어본다. 그 별들마저도 어두울 때야만 빛이 나는만큼 사랑도 꽃으로 보일 때야만 우리네 삷도 비로소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꽃이 없는 세상은 또한 칙칙하다. 이 세상을 밝고도 화사하게 꾸며주는 꽃, 돌위에서나, 바위에서나, 들에서나, 밭에서나, 산에서나, 물에서나 비를 맞으면서도 흔들림없이 피어날수 있는 꽃, 꽃은 꽃으로만 보일 때가 꽃이 아니라 사랑으로 보일 때만이 진정 꽃으로 보인다. 그런 꽃이 이젠 나에게도 보인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우주를 사랑하는 것이다. 우주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의 마음이라는 큰 그릇에 평화와 자유로움을 담는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우리 모두의 인생은 행복의 꽃잎을 지닌 한송이 꽃이 되어 영원속에 활짝 피어나고 지상에서 오래도록 행복할 것이다. 그래서 이젠 나에게도 꽃이 보인다. 그런 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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