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희 재한동포문인협회 부회장
[서울=동북아신문]2007년도 8월에 북한의 아리랑축제에 초대되어 평양에 갔을 때 일이다. 북한 여행사의 한 사장님의 주선으로 저녁시간에 술을 마시면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출수 있는 가라오케에 가게 됐다. 그날 연변에서 함께 간 남녀 십여명이 춤과 노래로 무대를 점령한 것은 예상했던 바였다. 그곳에서 구경하던 외국손님들은 우리를 한국인으로 오해를 했다. 이렇게 보면 외국인들의 눈에는 연변인이나 한국인은 비슷한 맥락의 오락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생활해보니 한국인과 연변조선족들은 노래방문화에서 확실한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2008년에 한국의 모 출판사의 요청으로 한국에 왔었던 적이 있었다. 남자 신문기자 7명과 유일한 여자인 내가 술 마신 뒤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그때 처음으로 한국의 노래방에 가게 되었다. 연변은 노래방 규모가 비교적 크고 호화롭게 장식되어 있는데 한국노래방은 대부분이 규모가 작고 장식조차 수수하게 돼있어 살짝 실망했었다.

노래방에서 한국인들은 나더러 중국노래 ‘탠미미’를 부르라고 졸라댔다. 솔직히 북한노래나 한국노래를 많이 불러온 우리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탠미미’는 80년대에 중국에서 유행하던 노래이고 중국에서는 그냥 흘러간 유행가에 불과한데 한국에 나와 보니 중국을 대표하는 노래로 돼있었다. 그래서 나도 지금은 ‘탠미미’가사를 핸드폰에 저장하고 다닌다.

우리 조선족은 노래방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춤도 잘 춘다. 연변인줄 알고 끈이 풀린 내가 노래에 맞추어 사교무, 댄스, 룸바를 정신없이 추는 것을 보고 한국기자들은 동공이 커졌고 한참 멍해 나만 쳐다보았다. 한 신문사 사장 왈 “박 기자는 일은 하지 않고 노래방만 다녔나 봐요.” 중국에서 노래방 수준은 내가 중등수준도 되지 않는데 말이다. 나는 내가 실수를 했음을 눈치 챘다. 한국인들과 노래방에 갔을 때 연변식대로 마음대로 몸을 흔들거리면 찍히는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연변에서 우리가 노래방에 넘쳐나게 다녔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행운인지 다행인지는 알 수 없지만.

 조선족들은 노래방에서 너나없이 주인이 되어 마음대로 논다.
노래방에서 우리는 너나없이 주인이 되어 마음대로 논다. 마이크만 잡으면 우리는 북한노래, 한국노래, 중국노래, 연변노래 어느 것도 다 부를 수 있다. 중국에서 우리가 제일 처음 접한 것은 한국이 아닌 북한의 노래와 영화였다. 물론 그 후 한국과의 수교가 되면서 한국영화나 노래를 접하게 되었고 한국노래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행사가 있거나 경축할 일이 있으면 첫 코스가 식당이고 두 번째 코스는 무조건 노래방이다 보니 노래방문화가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자신들의 십팔번은 얼마나 불렀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근데 한국인들은 아는 노래도 적었고 우리처럼 노래방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노래방에 같이 동행하는 대상이 조금은 다르다. 한국인들은 직장동료 혹은 가족이나 애인 아니면 혼자서도 노래방에 가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 연변조선족은 대부분이 직장동료, 친구 혹은 동창들끼리만 노래방에 간다. 간혹 가족끼리 가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노래방에서 우리는 익숙한 남녀가 끌어안고 마음대로 춤을 추는데 한국남자들은 여자한테 동의를 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는 분위기가 고조되면 신발도 벗고 웃옷도 적당히 벗고 실컷 즐기는데 비해 한국인들은 꽤나 조심스러운 것 같았다. 우리는 노래방에 갔다 오면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데 한국인들은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노래방에서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사교무를 추는 스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춤을 추는 것이 4박자인 반면에 한국인들은 3박자로 춤을 춘다. 그래서 한국인들과는 한참을 추어도 박자를 맞출 수가 없었다.

  연변식 노래방에 나오는 술과 안주
노래방에서 주문하는 술과 안주가 다르다. 우리는 노래방에 들어가면 맥주를 상자채로 들여다 놓고 해바라기는 필수이고 기타 안주도 풍성하게 요구한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캔 맥주 몇 개와 마른안주가 다인 것 같다. 우리는 마시고 먹기 위해서 노래를 곁들이지만 한국인들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그냥 맥주와 안주를 곁들이는 것 같다.

현재 한국에 있는 조선족이 70만 명이 넘는다. 조선족이 주로 집거해있는 대림만 보더라도 조선족 음식점과 맞먹을 정도로 노래방이 많다. 그만큼 조선족들은 고향에 대한 향수를 노래로 달래고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노래방에 많이 간다.

한국인과 연변조선족은 분명히 한민족이지만 노래방문화로 보면 이런 차이점들이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점에서도 한국인들과 연변조선족은 같은 점도 있지만 분명히 다른 점도 많다. 중국조선족이라고 해서 다 같은 노래방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바라건대 중국조선족이나 연변조선족들이 같지 않은 점들에 대해서 한국인들이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인과 연변조선족의 노래방문화가 서로 보완점을 찾고 건전한 문화를 보유하면서도 유쾌한 한민족의 오락문화로 발전될 수 있을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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