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 창립 5주년 기념 코리안 디아스포라 여성 말하기 대회 열려

▲ 후원의 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서울=동북아신문]“통일이 되면 2,000만 북한사람과 함께 살게 되는데 2,000만 동포 전부에게 사투리를 고치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여기에 우리도 있다, 전해라’라는 캐치 프레이즈 아래 진행된 한국에 이주해 살고 있는 코리안 디아스포라 여성들의 말하기 대회에서 두 번째 연사로 나온 연지(가명)는 북한 사투리 때문에 겪는 어려움에 대해 말하며 이같이 반문했다.

지난 8월 26일 서울시민청 지하 2층 태평홀에서 (사)조각보(대표 김숙임) 창립 5주년 기념 및 후원의 밤 행사 제1부 순서에서 7명의 디아스포라 여성들이 각각 연사로 나서 한국사회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이해응 서울시 명예부시장의 사회로 진행된 말하기 대회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중국동포 박연희씨는 “중국에 있을 때보다 한국에서 살며 외국인이라는 것을 더욱 실감한다”며 영문으로 표기된 신분증 이름과 관련해 겪게 된 난처한 상황과 영주권 취득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80만 조선족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며 “조선족과 한국인이 공생 공존하며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북한 이탈주민 연지는 한국사회에서 언어의 장벽 때문에 겪는 어려움에 대해 호소했다. 그는 “생사를 넘나드는 모험을 하며 한국에 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했다”고 말한 뒤 “대화중에 북한사투리가 튀어 나오면 사람들이 사투리를 고치라고 한다. 그런데 통일이 되면 2,000만 북한사람과 함께 살게 되는데 2,000만 전부에게 사투리를 고치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사투리를 귀엽게 봐 주면 좋겠다. 다름과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사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연사로 나선 배정순씨는 배우자와 동행해야 결혼이주여성의 체류연장을 해주는 제도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국제결혼을 원하는 남성은 심신이 건강하고 경제력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배우자 여성 나라의 문화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결혼이주여성도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해야하고 자기사랑을 가져야 한다”며 “한국사회에는 스스로 노력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 중국동포들이 중국 부채춤을 추었다.
네 번째 연사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최 스베들라나씨는 직접 참석하지 못하고 영상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전했다. 그는 “교회를 통해 한국에 왔다”며 “외국인도 고려인도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어로 말하면 한국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한다”며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은 우즈베키스탄에도 고향이 없고 한국에도 고향이 없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러시아어를 써서 한국어를 말하기 힘들다. 조금만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다섯 번째 연사인 북한 이탈주민 위영금씨는 남한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겪은 한국의 노동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자기소개서를 써 본적이 없다”며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몇 문장 쓰는데 밤을 꼬박 새운 적도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윗사람 눈치보고 아랫사람에게 냉혹한 한국 직장의 수직적 상하관계를 지적하며 “북한이탈주민은 계약직밖에 갈 데가 없다. 북한이탈주민이 갈 수 있는 안정된 직장, 일이 노동의 목적이 되는 그런 직장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섯 번째 연사인 우즈베키스탄 출신 장올가씨는 자신의 정체성을 주제로 발언했다. 그는 “우즈벡은 다문화국가라 고려인은 남의 나라에 얹혀사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며 “한국을 처음 여행을 했을 때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들 사이에 있어서 마치 동화속 세상을 보는 듯 했다. 고려인이란 게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 행복을 찾는 것을 꿈꾸었으나 결혼이민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외국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고려인 가운데는 독립운동을 한 사람의 자식, 조선민족의 기상을 드높인 사람의 자식도 있을 것이다. 고려인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보아달라”고 호소했다.

마지막 연사로 나온 가을 엄마는 남편이 북한 출신인 남북부부였다. 그는 “자선단체에서 남편을 만나 10년만에 결혼해 많은 우여곡절 끝에 가을이를 낳았다”며 “평범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특별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그것이 남북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 개인의 성격에서 오는 것인지 구분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친족의 부재를 느낄 때, 시동생이 천안함 사건 발생 당시 동료들이 북한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따져 직장을 때려치웠을 때 남북부부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추석이면 시부모님 생각하며 임진각에서 제를 올린다”며 ‘임진각 가는 길’이라는 시를 낭송해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 참석자들 전체가 손 잡고 아리랑을 불렀다.
전은주 조각보 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2부 ‘(사)조각보 창립 5주년 기념 후원의 밤’ 행사에서 축사에 나선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당사자운동이 가장 힘이 있다”며 “조각보가 이주여성들의 민간대사관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각보 김숙임 대표는 인사말에서 조각보가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하고 “코리안 디아스포라 여성이 주체가 되는 통일운동, 평화운동에 더욱 정성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는 회원들이 준비한 음식과 도시락을 즐기며 최계순 이사와 박연희 회원의 조각보 미래 청사진 발표, 조각보 전속가수인 탈북여성 가수 김향의 노래, 조각보 회원들의 댄스, 참석자 전체가 손을 잡고 부른 아리랑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