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는 다중적 의미…이중정체성 갖는 동포, 미래에 중요해져”

[서울=동북아신문]김종헌 동북아평화연대(이사장 도재영, 이하 동평) 사무국장이 오는 9월 21일부터 5박6일간 부천 지역 중고등학생을 이끌고 중국 동북3성을 방문한다. 부천교육지원청과 함께 부천시의 다문화, 햇살나눔 대상 학생 30명과 ‘경계에서 꿈을 찾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동평 측 실무 책임자인 김 국장을 지난 8월 27일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학생들에 대한 사전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부천시교육청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김종헌 동북아평화연대 사무국장

사업 명칭이 ‘경계에서 꿈을 찾다’라고 붙은 이유는?

“경계는 다중적인 의미가 있다. 사람이 살다보면 여러 가지 경계를 만나게 된다. 그 경계가 차별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런 것을 뛰어넘자는 취지이다. 우리 사회 현실로 보면 남북의 경계, 국가 간의 경계가 첫 번째 생각할 수 있는 경계이다. 게다가 한국사회 다문화 인구가 많이 늘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일부 구성원들도 다문화이다. 한국사회가 다문화의 경계도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이 학교의 좁은 울타리에 갇혀있지 않나. 그런 좁은 울타리를 벗어났으면 좋겠다라는 의미를 포함해 다중적으로 ‘경계’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 사업은 언제 시작했나? 시작한 이유는?

“이 사업은 3년째 하고 있다. 사실 이 사업의 전신으로 2007년도 쯤 부천에 사회교육, 청소년 교육을 하고 있는 팀하고 무한도전이라고 하는 청소년 여행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다. 이걸 지속적으로 하지 못했는데 부천시교육청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우리에게 이 프로그램을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해서 흔쾌히 함께 하게 됐다.”

참가자들은 어떻게 모집하나?

“참가자들을 모집할 때 부천시교육청에서는 ‘햇살나눔’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교육복지가 필요한 일반적인 여행의 기회를 갖기 힘든 친구들이 여행의 기회를 가져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교육복지 차원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을 햇살나눔이라고 하는 것 같다. 참가하는 스탭들은 부천시 관계자 분도 계시고, 현직교사도 계시고, 우리처럼 NGO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있고 시민교육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때그때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다양한 구성원들이 스탭으로 참여해서 이 사업을 이끌고 있다. 참가 학생들은 학교마다 교육복지 담당 교사가 있어서 교육복지 담당 선생이 추천한 학생들, 일부는 자기가 자원해서 참가하겠다고 한 학생들을 선정한다. 구성원들을 한쪽에서 다 뽑는 게 아니고 다문화, 일반학생들, 교육복지 대상 학생들 등 고루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는 게 이 사업의 특징이다.”

그동안 학생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며 어떻게 변화했는가?

“참여했던 친구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는 건 아니니까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만나는 기간 동안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니까 그것만 가지고 말하겠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했을 때는 다문화학생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들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주체성이나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닫혀져 있는 느낌을 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 학생들이 여럿이 어울릴 기회도 있고 해외에 나가서 이 프로그램을 자기주도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그 속에서 같이 끌고 가는 힘들이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친구들이 서서히 마음을 내놓고 친구들과 교사들과 격의 없이 지내게 된다. 이런 과정에 짧은 기간이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한 친구들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중에 담당교사에게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이 상당히 밝아졌다 그런 얘기를 듣기도 한다. 또 한 가지는 중국이나 동포들에 가지는 참여 학생들의 편견이 많이 개선된다. 참여 학생 중에 다수가 중국동포 출신인데 이 친구들이 자기의 또 하나의 정체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판단이 된다. 그런데 중국을 다녀오면서 자신의 중국동포로서의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게 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참가자들에게 우리 역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지는 않나?

“왜 아니겠나. 그러나 구체적인 역사, 이를 테면 독립운동사나 고대사에 대한 지식적인 변화보다는 그 지역을 직접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공기와 같은 것들, ‘그 쪽에도 우리와 연관된 사람이 살고 있었네’ ‘우리와 전혀 동떨어진 공간이 아니다’ 이런 것들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다. 학교에서 아이를 만나고 마을의 주민을 만나는 것 이런 것들을 통해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의 여행이다. 그런 지점 지점이 다 역사의 현장이다. 수남촌에 가면 봉오동 전투의 현장을 볼 수 있고, 용정에 가면 윤동주 시인을 만날 수 있고, 장춘에 가면 만주성과 관련된 역사적인 부분이 있다. 어쨌든 이런 것들을 지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대륙을 품자라는 슬로건을 머리에 많이 넣어 이런 것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같이 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실제로 느껴보는 것,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서 바로 이렇게 다양한 것을 경험하는 사람들, 또 동포들처럼 이중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미래에는 더욱 중요해진다고 생각한다.”

동평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동평은 올해로 창립된 지 15년이 된다. 동북아지역의 조선족, 고려인 재일동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동포들은 근세사의 아픔으로 흩어진 동포들이다. 이들은 각국에서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해 동북아시대의 평화와 우리민족의 협력, 혹은 민족의 통합을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동평은 이들을 잘 연계하고, 교류협력과 지원을 통해서 민족의 통일시대, 동북아 평화시대를 준비하자는 취지로 활동을 하고 있다.”

동평에서 일하는 이유는?

“90년대 후반 처음에는 중국 산동에서 유학하다 연변으로 옮겨 유학을 할 때 동평을 알게 됐다. 연변은 당시 상황이 한쪽에서는 북한에서 탈북난민들이 넘어오고, 우리민족끼리 서로 사기를 치고, 한편으로는 중국에 진출하겠다는 사장님들이 IMF로 큰 곤란을 겪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변방 중에 변방인 연변에서 우리 민족과 관련돼 세계사적 큰 변동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걸 보고 변방의 문제가 변방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민족의 정체성이나 우리 민족이 풀어야 할 평화와 직결된 문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 동평은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본부의 한 부서로 연변에 출장소를 두고 탈북자돕기 사기피해자돕기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일을 하고 있는 분들과 왕래하면서 유학을 끝내고 이 일을 해보겠다 이런 결심을 했다. 그 때는 단지 몇 년만 해보자 생각을 했는데 어느덧 15년이 됐다.”

가족관계는? 아이들이 아빠의 활동을 잘 이해해주는가?

“아내와 1남1녀를 두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은 중국여행을 같이 해봐선지 아빠의 활동을 그런대로 이해해 주는 것 같다. 중학교 1학년인 딸은 아빠의 활동에 대해 약간 툴툴거리는 편이다.”

오랜 시간 감사하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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