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송 본지 칼럼니스트/ 흑룡강신문 논설위원/재한동포문인협회 해외이사
[서울=동북아신문]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와 시진핑 정부의 적극적 노력에 힘입어 한중관계는 ‘불신의 벽’이 높았던 소원한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그동안 양국 정상의 ‘잦은 접촉’으로 양국간에는 상호 신뢰관계가 구축됐고, 한중관계는 ‘사상 최고’의 동반자 관계로 발전됐다. 그 댓가로 전통적인 북중 혈맹관계는 많이 소원해졌다. 그러나 최근 경북 성주에 주한미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가 전격 결정되면서 한중관계는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한중관계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있다. 

2013~2015년까지 3년 간의 한중관계는 ‘사상 전례 없는’ 밀월기로 평가된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심신지려(心信之旅)’는 중국전역에서 박근혜 신드롬을 일으켰다. 2014년 시진핑 주석의 방한으로 양국간의 신뢰관계는 더 깊어졌고, 2015년은 한중관계가 ‘역대 최고’로 친밀해진 한해였다. 2015년 3월 한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했고, 6월에는 한중 FTA가 정식 체결됐다. 9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참가해 천안문 성루에 올랐다. 그동안 한중 양국의 정상간에는 8차례 정상회담이 진행한 반면, ‘혈맹국가’인 북중간의 정상회담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사드 배치 추이는 한중관계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사드 배치’가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자위적 방어 차원이며 방어적 무기체계로 공격용이 아니고,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한편 중국의 반응은 매우 강경하다. 한국의 ‘사드 배치’가 결정된 후, 중국정부는 강렬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단호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얼마 전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한국의 ‘사드 배치’는 중한 간의 ‘상호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로 못 박으면서 사실상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중국정부의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의 대표적 언론매체인 CCTV는 이례적으로 평양 노동신문(8.17)의 사설을 인용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한반도와 동북아지구의 평화를 파괴하는 행위이며, 또 중국과 러시아의 안전에 위협을 초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는 관련 사설(8.3)을 발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강한 어조로 한국의 ‘사드 배치’를 비난했다. 또한 환구시보는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관계 경색은 한국의 연예산업과 기타 업종에서 각종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이런 중국 언론의 여론몰이는 반한감정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또 이는 ‘경제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한국 모 국회의원의 ‘11억 중국 거지떼’라는 (중국)비하 발언이 중국언론에 의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중국인들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다. 또한 주한미군 ‘사드 배치’가 전격 결정되면서 한중간에 흐르는 정치기류가 심상치 않다. 한편 중국언론의 여론몰이는 중국 전역에 확산된 한류가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중국 내 한류스타들의 드라마 중도하차, 콘서트 일정의 돌연 취소 등은 이런 가능성을 더욱 입증한다. 또 중국전역에 반한감정이 확산되면, 그동안 중국 특수를 누려왔던 여행업계가 직견탄을 맞을 것이다. 최근 중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대만과 일본의 중국관광객 급감 사례가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특히 중국의 ‘경제보복’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 내 한국기업에게 불똥이 튄다면, 가뜩이나 고전하고 있는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에게는 짜장 설상가상이 될 것이다.

코트라가 작성한 ‘사드 배치에 대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지방정부는 한국과 진행하던 무역교류를 잠정 중단하고 있고, 중국정부는 한국을 향한 ‘비관세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필리핀과 대립 중인 중국은 ‘비관세 장벽’을 적용해 경제적 불이익을 준 적이 있다. 중국의 민간기업들도 ‘경제보복’에 동참하고 있다. 실제로 다롄, 청두 등지의 주최 기업측은 돌연 한국 상품진열 계약을 취소했다. 난징시의 모 문화컨텐츠 기업체는 그동안 한국 투자를 활발히 진행해 왔지만, 최근 ‘사드 이슈’가 부각되면서 추가적 프로젝트 진행을 잠정 중단했다. 향후 ‘사드 배치’로 인해 한중관게가 악화될수록, 재중 한국기업이 받게 될 경제적 불이익은 더욱 커질 것이다.

‘사상 최고’의 한중관계는 역전되고 있는 반면, 그동안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동참으로 소원해졌던 북중관계는 최근 들어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편 개성공단 폐쇄로 남북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냉각되고 있고, 한국은 ‘경제파트너’와 ‘통일파트너’를 동시에 상실하는 ‘최악의 결과’를 얻게 된다. 결과적으로 중러북(中俄北)과 한미일(韓美日) 대립구도 형성의 신냉전 도래에 작금의 한국정부가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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