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과 실을 동시에 얻는 작업”

  

 
 [서울=동북아신문] 곽미란 특약기자= “우리는 축복받은 민족입니다.”
                                                          “조선족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13년째 한국에서 생활하며 늘 조선족의 미래를 고민하고 재한조선족의 권익보호, 봉사문화 확산 행사를 주최해왔다. 중국동포한마음협회 회장, 한중무역협회회장, 한중경영신문 사장, 서울시자문위원, 1년에 들어오는 인터뷰 요청만 100건…. 김용선씨를 장식하는 타이틀이 화려한 만큼 그는 그 누구보다 바쁘다.

 

   지난 10월 18일 오후, 부천에서 막 행사를 끝내고 돌아온 김용선(40세)씨를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근에는9일 동안 8개나 되는 행사를 치렀다고 했다. 1박2일 행사 두 개까지 포함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 
   중국 길림성 조양천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김용선씨는 연변대학 사범학원을 졸업하고 뒤늦게 대학원시험을 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그러다가 재외동포재단 장학생으로 한국의 서강대에서 한국사 박사공부를 하게 되었다.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중국에 돌아가 한국사를 가르치는 교사로 활동 할 생각이었다.

 

   2004년 9월, 추석 중국동포 망향제 행사에 참석해 망향문을 읽게 되었다. 추석을 맞이해 타향에서 모여든 수천명의 동포들은 그 동안 겪었던 차별과 설움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행사현장은 순간 눈물바다로 변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불법 체류하는 동포들이 받았던 차별과 처한 현실 등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처음으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는 결심했다. 한국에 남아서 동포들과 함께 삶의 고뇌를 함께 하기로. 그때부터 동포들의 권익보호, 봉사문화 확산을 위해 몸담고 활동한 것이 올해로 어느덧 13년을 맞았다. 
 
한국사회에서의 조선족의 실태는 어떠한가?
   “재한 조선족이 70만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국에서 거주할 수 있는 비자를 받은 사람의 수에 불과하다. 비자는 받았지만 중국이나 외국에서 살고 있는 조선족들도 많다. 정확한 통계는 어렵지만, 아마 65만명쯤 되지 않을까 한다. 한국인들은 한국에 조선족들이 더 많이 늘어나면 어쩔까 걱정하는데 이미 조선족사회는 정착을 했고 더 이상 큰 이동은 없을 것이다.

   중국관광객 1000만 시대, 한국에서 가이드자격증을 딴 동포가 24,000명, 신세계 등 면세점과 백화점의 직원 70%가 중국동포이다. 옛날엔 3D업종에 종사하는 조선족들이 대부분이었다면 현재는 관광업, 물류, 류통, 교육, 무역, 컨설팅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중국동포들은 글로벌 마인드와 자생력, 문화적 다양성을 갖추고 한국 경제의 조력자 역할, 한중 경제문화 교류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조선족사회의 3가지 트렌드는 정착, 경제력 신장, 통합이다.”

 
왜 경제력 상승이 중요하다고 하는가?
  “월드옥타 12기 회장을 지녔던 분이 이런 얘기를 했다. 캐나다의 한인동포도 지난 세기 70년대에는 한국에서 대접을 못 받았다. 경제력이 상승이 되자 자연스럽게 한국사회에서 대접을 받는 부류가 되었다. 현재 조선족들에게 경제력을 상승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마련되었다. 대중국 한국 무역흑자는 800억불이란 호황의 시기를 맞이했다.

   2008년부터 실행된 H2 방문취업비자, 2012년부터 실행된 F-4 재외동포비자 등 정책으로 인한 합법적인 체류가 가능해지면서 중국동포들이 한국에서 마음 놓고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경제력이 상승해야만 주류사회에 진입할 수 있다.”
 
정착을 위한 필수조건은 무엇인가?
   “정착을 하려면 두 가지는 필수다. 하나는 자기 뿌리와 역사를 알아야 한다. 나는 현재 사학과 전공을 살려 재한 중국동포 역사교육과 문화탐방을 진행하고 있다. 주제는 중국조선족의 정체성과 비전을 위한 것이다. 제목은 “Who am I ?”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다. 경주 편, 백제 편, 조선 편으로 나뉜다. 

   시민정신 함양을 위해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대림동 합동청소, 한마음봉사단 등에서 진행되는 연탄 나르기, 길거리청소, 재활센터 중증장애인 도와주기 등이 그 사례이다.” 


학교교육의 문제점 및 대안은 무엇인가?
  “동포자녀의 교육이 중요한데 학부모교육이 더 시급하다. 교육은 1차로는 가정에서 완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하여 주말학교에서 학부모에 대한 강좌를 무료로 제공하여 학부모 교육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조선족들의 자녀가 있고, 중도 입국한 자녀가 있고, 중국어를 배우려는 한국인들의 자녀가 있다. 각자 원하는 것이 다르다. 한국어, 중국어, 영어 세가지 언어를 모국어처럼 할 수 있는 학생으로 만들어야 한다.

   강남의 학동초등학교에서는 중국의 흑룡강신문과 손잡고 한중 언어 문화 교류를 통한 글로벌 인재 양성을 취지로 ‘중국어 특성화 캠퍼스 협약’을 맺었다.  중국의 교육시스템을 도입해와서 아침시간에 중국어로 영상 수업을 한다. 그런데 반대로, 중국동포자녀들이 많이 있는 대림초등학교에서는 한국 부모들이 자녀를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보내 이탈률이 10%나 된다. (서울 학교들의 평균 이탈율은 6% 정도)  가리봉동이나 대림에 있는 학교들의 인프라를 활용하여 중국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육이 발달한 명소학교로 만들어 중국어 수업을 우세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자.

 중도입국자녀들은 먼저 한국어부터 완벽하게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대안학교나 주말학교를 통해 한국어를 완벽하게 배운 뒤에 일반학교에 투입이 되면 언어의 장벽도 없고, 왕따를 당하지 않고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지역사회와의 통합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글로벌 문화콘텐츠의 활용이다. 그동안 대림지역은 중국동포들만 다니는 곳, 범죄 우발지역으로 한국인들의 뇌리에 강한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 이런 이미지 개선을 위해 나는 대림동 중국동포타운 문화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사회와의소통을 위해 민속문화, 스포츠, 축제, 이주사진전 등을 주제로 강의와 대림동골목투어, 음식문화체험을 곁들여 한주일에 한번씩 행사를 하는데 신청자가 넘치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이나 중국동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모순과 오해, 편견이 있었던 점을 인정했다.

   원래 정부에서는 대림동을 차이나타운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그것보다는 교육이 발달한 학교가 있고, 관광자유화가 실현된 서울 서남권 명소로 만들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포커스를 맞춰, 도시 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더 이상 중국동포들만 찾는 곳이 아니라 주말에 중국동포와 한국인들이 같이 어울리는 멋진 대림동으로 재 탄생시켜야 한다.” 
 
이민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법적 지위의 안정이 있어야 경제가 안정되고, 경제안정이 뒷받침돼야 가정의 안정이 있다. 현재 정착과 경제안정을 실현한 사람들의 욕구는 정치,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로 전환되었다. 각종 동호회, 모임이 한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민운동, 정치활동을 위한 인재는 전무하다. 그 대안으로 젊은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뜻과 정으로 뭉치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싱크탱크(thinktank)를 배양하고 있다.”

 

   주:  thinktank: 모든 학문 분야의 전문가의 두뇌를 조직적으로 결집해서 조사 분석 및 연구·개발을 행하고 그 성과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을 말하는데, 두뇌 집단이라고도 한다.

 

조선족의 정체성, 나는 누구인가?
   “정체성이라는 것은 주류사회에서 결정한다. 중국에서는 조선족이라고 불리고, 한국에서는 재외동포라고 불린다. 내가 규정짓는 것이 아니다. 주류사회에 결정권이 있다. 주류사회에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우리 개개인이 뭉쳐 주류사회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우리 자녀들이 한국에서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살 그날까지.” 

 

한국인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참 고맙습니다란 말을 듣고 싶다.

   한중경제문화교류의 확대와 한중 FTA시대를 맞이하며, 무엇보다 법적 지위의 개선으로 젊은 중국동포 사업가, 전문직 등 엘리트의 유입과 관광업, 무역업, 국제교류사업, 유통업, 컨설팅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의 역할 상승으로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화합과 공존, 공동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재한 중국동포사회가 형성되고 있다. 전에는 중국동포들이 한국에서 벌어서 중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외화반출이지만, 현재는 한국에서 정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중국동포들은 외화반출이 아니라,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 중국동포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재한중국동포 사회에 구심점이 없다, 그 대안은?
  “한국의 중국동포사회는 아직 구심점이 없다. 동포들의 창업이나 교육에 필요한 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2013년에 나는 중국동포만을 위한 교육지원사업 지원서를 올렸고 2014년에 서울시중국동포연구 제안서가 채택 되었다. 2013년에 설립한 한중창업경영협회, 2014년 11월에 설립한 한중무역협회 등은 조선족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경제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각 대도시에 진출해있는 조선족들은 성숙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분들이 한국 동포사회에서 도움을 준다면 참 좋겠다.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한 창구역할을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싶다.”

 

김용선 회장의 소박한 꿈
   13년째 이 일을 해온 김용선 회장은 55살이 되면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시골에 집을 짓고, 사과배나무를 가득 심어 조선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마을을 만들고 싶단다. 김용선 회장의 소박한 꿈이 실현되는 그날이 꼭 오기를 기대해본다.   

 

▲ 곽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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