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만 행정사/언론인

[서울=동북아신문]광장은 무엇인가. 고대 그리스에서는 광장을 아고라라 했다. 아고라에 모인 사람들은 재판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했고 다분히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의사결정 과정이 오늘 날 민주주의의 근원이 되지 않았나 싶다.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수의 의견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민주국가에서의 모든 선거과정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사실 다수결 원칙에는 결정적 함정이 있다. 51대 49의 구도에서 51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이 경우 거의 50에 가까운 49의 결정은 폐기되고 51의 주장만 남는다.

그런데 51의 주장이 민주를 가장한 오만과 독선이 될 경우 민주주의는 흔들리고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45대 대선은 힐러리를 향한 투표자 수가 더 많았음에도 선거인수가 적어 트럼프에 패한 묘한 다수결의 원칙이 발생했다. 물론 전에도 투표에서 이기고 선거에 졌다는 엘 고어 후보의 불만이 있었다. 엘 고어와 힐러리 클린턴의 이런 경우라면 억울하지 않을 수 없겠다. 미국의 이런 의사결정 과정을 탓할 수는 없다.

다만 미국의 선거제도는 다수결 원칙의 함정을 엿볼 수 있는 전형으로써 가치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선거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박근혜는 51.6%라는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라이벌이었던 문재인 후보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문재인 후보의 모든 공약은 허공으로 사라졌고, 오직 박근혜의 통치만이 남게 되었다.

이는 19대 대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력한 대통령제를 택한 우리 선거 제도의 불비문제이다.

선거제도의 정비는 헌법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최근 7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헌법이 개정된다면 강력한 대통령제가 아닌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책임제 정도의 개정이 이루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헌법 개정을 언급한 바 있으나 최순실 게이트를 피해가려는 꼼수로 보고 야권이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다시 광장으로 가보자.

어제 광화문광장에는 백만이 넘는 시민이 모여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추궁했다. 성난 시민은 박근혜의 하야를 넘어 구속을 주장했다.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는 한 연예인의 질문에도 청와대는 물론 여권전체가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51.6%의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나 51.6%의 의견을 담기는 커녕 한낱 비선 최순실에게 대통령직을 맡겼다는 자괴감에 분노한 시민들이 광장에 나서 추궁한 것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강력한 대통령제가 한몫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제는 중세의 절대 권력에 버금가는 제도이다. 따라서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절대 부패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절대 부패한 정권을 어떻게 추궁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분노한 시민들은 탄핵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시민들은 광장에서 해결하고자 한다.

수많은 시민의 함성을 듣고 스스로 판단하라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하야를 하든, 탄핵을 하든 다음은 헌법 개정이다.

광장이 필요 없는... 이찬만 행정사 010-5239-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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