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나라 공화국 남이섬에서 꿈같은 추억을 남기다

 
[서울=동북아신문]꿈과 낭만, 그리고 유토피아적인 색채가 짙은 환상의 섬으로, 너무 유명해서 수많은 국내외의 유람객들이 즐겨 찾는 나미나라 공화국 남이섬에서 나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기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서울에서 한강을 따라 동쪽으로 63km지점에 가랑잎처럼 청평호수 위에 떠있는 남이섬, 하늘까지 뻗어 오르는 나무들과 광활한 잔디밭, 그리고 강물로 에워싸인 자연생태문화 청정정원 남이섬, 평상시엔 육지였다가 홍수 땐 섬이 되던 동화나라 노래의 섬 남이섬, 세계인의 꿈나라 나미나라 공화국 남이섬이 '나미나라' 공화국으로 불리게 된 것은 상상의 즐거움이 가득한 동화 속 꼬마나라를 세우겠다는 뜻으로 문화독립을 선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봄이면 아름다운 꽃들이 섬을 뒤덮고 여름이면 짙게 드리워진 숲 그늘 아래로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오는 곳, 가을이면 낙엽이 양탄자처럼 깔리고 겨울이면 고드름과 눈으로 가득한 세상이 되는 곳, 14만평의 섬 위에 수놓아진 아름다운 정원과 숲속에서 사슴이랑 타조 토끼들과 이름 모를 무수한 새들이 인간과 평화로운 삶을 나누는 곳, 사랑을 들고 껴안고 욕망으로 가득 찬 마음을 비우고 색깔 없는 삶의 짐들은 어딘가에 벗어둔 채 인간이 자연의 모습으로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태초부터의 평화를 함께 나누어 가는 곳, 나미나라 남이섬은 나이 스물여섯에 사나이의 용맹이 꺾인 남이장군의 묘가 있어서 남이섬이라고 불리는데, 1965년부터 수재 민병도선생(전임 한국은행장)의 손끝 정성으로 면적 46만 평방미터에 둘레 약 5킬로미터인 모래섬에 수천그루의 나무들이 가꾸어져서 50년이 지난 오늘 이 섬은 한국에 가면 누구나 꼭 가보고 싶은 곳, 누구나 한번은 그곳에 가서 꿈과 낭만을 만들고 싶은 환상의 섬이 되었다.  

 
인간의 노력이 창조한 놀라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아름답고 유래 깊은 이 남이섬에서 인간노력의 새로운 기적을 꿈꾸며 지난 10월 21일 꿈과 뜻이 있는 재한중국동포들이 뜻 깊은 모임을 가졌다. “2016년 사회통합을 위한 중국동포아카데미 야외 간담회”가 단풍이 붉게 물들인 계절인 가을을 맞이 하여 알찬 내용으로 펼쳐졌다.  

(사)재한동포총연합회가 중국동포단체로서는 최초로 서울시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2015년에 이어 올해에도 “사회통합을 위한 재한중국동포아카데미”의 첫 강의를, 지난 5월 14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총 11회의 강의로 진행됐다. 중국동포사회문제연구소 김정룡 소장, 재한동포문인협회 이동렬 회장,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 곽재석 원장, 법무부 국적난민과 차규근 前과장 등 많은 유명 인사들이 재한중국동포사회의 정책 및 문화 이해, 한국지역사회의 융합 및 소통 정착방안 등에 대한 모색을 주제로 한국역사와 한국문화 이해, 재한중국동포사회 문화예술발전의 현황과 전망, 이주민사회가 타국에서의 정착문제, 사건으로 보는 중국동포사회의 범죄의식 및 개선 등 내용으로 정열적이고 열띤 강의를 펼쳤다. 

아카데미는 재한동포연합총회가 한국국적을 회복했거나 취득한 재한중국동포를 대상으로 대한민국의 건강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시민의식 함양, 사회의식 고양, 권리와 역할 그리고 의무 학습, 한국사회와 재한중국동포사회의 교류와 소통 및 공감 확보, 불필요한 갈등과 분쟁의 예방 및 상생과 공존의 길을 모색코자 야심차게 기획하여 서울시 공모사업에서 당당하게 선정된 프로그램들이다.  

아카데미는 동포단체 및 동포관련 시민단체와 동포언론사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운영위원회가 조직됐는데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선(총괄)씨는 한중간의 친선유대, 문화교류증진 등 차원에서 큰 기여를 하여 '2015년중화우수청년 500명'에 선정되어 인민대회당의 청첩장을 받고 영광스럽게도 위정성 정협주석(중국 권력 서열 4위)의 접견을 받기도 한, 아주 정열적인 여성동포사회활동가이다. 아카데미에는 서울 거주 중국동포중 연합총회를 비롯해 재한중국동포단체에 소속돼 활동하는 동포들이 주 대상이 되어 참가했다. 

이번 '야회 간담회'는 사색의 계절, 성숙의 계절, 수확의 계절인 가을 날, 울긋불긋 단풍잎들의 향연이 무르익는 나미나라 남이섬에서 개최되어 더욱 이색적이었다.  

오전 7시반 신도림역 테크노마트 앞에서 '내나라 관광버스'를 타고 10시에 목적지에 도착한 일행은 남이섬의 이색적인 정취에 흠뻑 빠져 흡사 남의 나라에 온 듯한 기분들이였다. 환상적으로 펼쳐진 꿈같은 낭만의 섬-남이섬, 아, 내가 그톡록 꿈꾸던 유토피아가 바로 여기였구나! 하고 나는 감탄했다. 한류열풍을 불러온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에서 나는 드라마와 같은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어 본다. 또 어려서부터 숭배했던 남이장군 묘 앞에서 나는 그의 호방한 북정가를 읊어본다.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갈아 사라지고/ 두만강의 물은 말을 먹여 없애고/ 남자 이십 세에 나라를 평안케 하지 못하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부르겠는가!"

이 시를 읊노라니 백두산과 두만강이 반겨주는 고향- 연변산천이 절로 눈앞에 펼쳐지고 두 동강난 고국 땅이 한없이 한스러워 보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불신과 원망 미움의 늪에 빠져 헤매는 한국사회와 중국동포사회의 답답한 현실이 내 마음을 너무너무 아프게 한다. 하긴 사회통합을 위해 한국사회와의 소통과 화합의 문을 열어 볼려고 성숙된 마음가짐으로, 꿈과 뜻이 있고 생각이 있는 동포사회의 지성인들이 우리민족의 미래에 관심을 갖고,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며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겠는가! 

11시부터 13시까지 오픈스페이스(간담회)가 열리였다. 이선위원장이 주최하고 한국인 사회자 김태완(34세)씨의 사회 하에 각자의 관심 영역에 따라 ‘정치 사회’, ‘복지 문화’, ‘기초법규’등 팀으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각 팀에서 팀장들이 나와서 토론한 내용을 발표하고 시간상 이유로 각 팀에서 추천하여 한명씩 나와 자유발언을 하였다.  

내가 소속된 '정치 사회 팀'에서는 생각밖에도 내가 뽑혀 앞에 나서서 발언하게 됐다. 본래 말주변이 없는 나는 늘 회의나 모임 같은 장소에서는 제일 뒤에 숨어서 종래로 발언한 적이 없었는데, 모두가 막무가내로 나를 추천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앞에 나서게 됐다. 난생 처음 숱한 낯선 사람들 앞에 나서서 5분 동안 내 생각을 말했는데 기분이 이상야릇하고 감회가 새로웠다. 우렁찬 호응 박수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날듯이 좋았다.  

아카데미운영위원회 위원인 이동렬 회장도 바쁜 시간을 내어 이번 간담회에 참석해 힘을 실어 주었다. 그는 우리민족의 현주소를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재한중국동포들의 현황과 나갈 길에 대해 제시하였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른바 ‘이스라엘 생득권’ 프로그램을 언급하면서 한국정부도 디아스포라 재외동포 전담부처를 신설하고 정부차원에서 ‘코리아 생득권’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외동포들에게 모국인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력을 신장시키는데 보다 진취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개인의 정체성 확립을 잘 하고 서로가 마음의 문을 열고 인격적으로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하여 상호간에 연대 의식를 높임으로써 지역적 차이점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담회 끝으로 참석자 일행 전원은 이선 위원장의 선창에 따라 ‘중국조선족-중국동포 시민선언’을 소리높이 읽었다.  

“우리 중국조선족-중국동포는 자랑스러운 한중(중한)양국 시민이자 한민족으로서 한국과 중국, 또는 세계의 어디에 거주하든 우리가 속한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우리에 대한 각종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을 극복해 세계시민으로서의 의무와 권리에 충실할 것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중국조선족이다. 한국에서는 중국동포라 불린다. 한반도는 우리를 낳아준 고국이며 중국은 우리를 키워준 조국이다. 우리는 양국을 모두 존중하며 사랑한다. 우리는 조선족임을 사랑하고 자랑스럽다. 우리는 구한말, 일제 시대에 국경을 넘은 한민족의 후손으로서 모국의 독립을 위한 항일투쟁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간직하고 있다.……우리는 비록 남과 북 사이에서 냉전으로 인한 갈등의 역사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모국의 통일과 화해를 지지하며 하나 된 한반도를 그리워하며 평화를 기원한다. ……우리의 모국 한국은 이미 재한중국동포 80만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조선족이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 하며 거주국의 시민으로서 거주국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이제 한국도 다문화사회로 넘어서면서 수많은 외국인들과 공생을 모색하고 있다. 그중 절반 가까이가 다문화이었다가 외국인이었다가 동포가 되기도 하는 조선족이다.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에 서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함께 어울려 살아가려 노력하듯이 우리도 또한 우리가 속한 공동체, 나아가 우리와 연결된 공동체에 대해 시민으로서 조선족으로서 당당하게 노력하면서 살아갈 것임을 선언한다.“ 

이날 점심, 일행은 오붓하게 모여앉아 즐거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바로 재미나는 단합오락프로그램으로 들어갔다.  

모두들 흥겹게 춤도 추면서 일상의 모든 고민과 번뇌를 잊고 대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한시간 정도 자유활동(포토타임)을 하고나서 우리는 아쉬운 심정으로 남이섬을 떠나 귀성길에 올랐다.  

정말 꿈같은 하루였다. 너무너무 뜻 깊고 즐거운 하루였다. 유감이라면 또 한분의 '운영위원' 김정룡 소장이 사정이 있어서 이날 행사에 참석못한 것이다. ‘제9회세계인의 날’을 맞아 지난 5월 20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2015서울특별시모범외국인주민'으로 선정돼 박원순 시장이 시상하는 표창장을 받으러 간 것이다.……  

오후 6시 귀성길, 나는 좌석에 편히 기대고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잘 살아보겠다고 오직 돈만을 바라보고 말처럼 정신없이 달려왔던 세월, 노동개미처럼 일만 하면서 힘겹게 살았던 시간들, 내 나이 이제는 오십 고개를 바라본다. 생각해보면 해놓은 일이 너무나 적다. 사회와 민족을 위해 한 것은 더더욱 없다. 지천명 나이를 먹게 되니 이제는 세상을 알 것 같다. 돈이 인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생의 의미는 생존을 위한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다.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꿀벌처럼 꽃밭에서 향긋한 꽃향기를 맡으며 사회를 위해 사람들을 위해 달콤한 꿀도 빚고 어여쁜 꽃들과 더불어 즐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 밝고 깨끗한 사회를 위해 동포사회의 밝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 나로부터 아름다운 사람, 꿀벌 같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동포사회의 미래는 나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2016, 11, 22

대한민국 전북 김제에서

 박영진 프로필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시, 수필 다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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