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 중국동포 상대 즉문즉설 행사 가져

[서울=동북아신문] 법륜스님 즉문즉설, '중국동포에게 드리는 말씀, 참 고맙습니다' 행사가 지난 11월 28일 저녁, 구로구구청 5층 대강단에서 진행됐다. 

동북아평화연대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재한동포총연합회, 동포모니터링단, 중국동포한마음협회, CK여성위원회, 재한동포문인협회, 중국동포연합중앙회, KC동반성장기획단, 청년공동체세움 등 여러 단체의 회원들과 일반 시민 130여명이 참석했다. 

중국동포들의 질문은 대체로 중국동포들에 대한 한국인의 차별 문제, 중국동포의 정체성 문제, 투표의 중요성, 이민생활의 고충 등으로 나뉘었다.  아래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간추려 싣는다. 

 
◇ 우리는 같은 콩입니다.  

 여러분, 한국 사회에서 사는게 힘드시죠? 이민은 다 힘듭니다. 힘이 안 든다면 그건 거짓말이에요. 저도 외국 여기저기에서 살아봤는데 힘들었어요. 음식도 안 맞고, 여러가지가 안 맞으니까요. 그래도 여러분들은 우리와 같은 동포니까 그나마 나은 거에요. 콩과 팥이 같아요? 달라요? ……

예, 달라요. 콩끼리 비교하면 알알이 다 다른 콩이에요. 그런데 콩과 팥, 전체를 말할 때는 '같은 콩이다'라고 해요. 그런데 콩끼리 비교하면 알알이 다른 콩이에요. 그런데 콩하고 팥은 다르다고 하면서 무하고 비교할 때는 같은 곡식이다는 말을 써요. 그러니까 중국 사람과 비교할 땐 우리는 같은 한국인이라고 하고, 한국 사람들과 비교할 땐 중국동포라고 구별을 짓고 한국 사람과 다르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끼리 있어도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를 분리하고 같은 경상도 사람들끼리 있으면 또 영천 사람과 경주 사람을 분리하고, 같은 경주 사람들끼리도 무슨 면 사람이라고 분리합니다. 여러분들은 안 그럽니까? 같은 연변자치주 안에서도 용정 사람과 연길 사람이 경쟁하잖아요?……그러니까 그런 특성이 있다는 걸 알면 됩니다. 여러분이 여기서 사니까 차별을 느끼는 거에요. 차별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구분을 짓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여러분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덜 섭섭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정체성은 아까 어떻게 하는게 좋다고 했죠? 나는 몇개 가지고 있다?

두 개 다 가지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요. 한국사람들이 무시하면 어떻게 하면 되죠? 중국말로 해버려요. 욕도 한국말로 하면 싸워버리잖아요. 중국말로 하면 못 알아듣잖아요. '너 뭐라고 그랬어?'  그러면 '아, 나 너 칭찬했다.' 이러면 되잖아요. (웃음) 한국사람이 미국에 가서 영어로 욕하면 큰일나요. 그래서 성질나면 뭐라 욕한다? 한국말로 욕해요.  그리고는 '아, 아이다, 나 너 칭찬했다.' 그리고 그담에 어떻게 하라고요? 그리고 '니 중국말 할줄 모르지?' 이렇게 하면 되요. (웃음) 안좋은 삶을 위트있게 살아야 합니다. 무시하는게 아니라 한층 재미있게. 상대가 심각하게 나오면 웃으면서 넘겨버리면 되죠.

사람이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는지 어디에서 자랐는지 종교가 뭔지 민족이 뭔지 전혀 죄가 아닙니다. '너 중국에서 왔나, 조선족이냐?' 하면 '네' 하면 되요. 약간 무시하는 것처럼 하면 '그래, 난 중국에서 왔는데 왜? 뭐가 문젠데?’ 아니, 토끼는 중국토끼하고 한국토끼 차별해요 안 해요? 안 하죠? 토끼도 차별 안하는데 사람을 차별하면 되냐?' 이렇게 얘기하면 되요.

 
◇ 한국사회는 언제쯤이면 동포들을 이방인이 아닌 이웃으로 볼 수 있냐구요?……

다음 세대에 가면 되요. 다음 세대에 (웃음, 박수). 그건 너무 일찍 해요. 한국사회는 이렇게 생각해야 되요. 외형은 선진국인데  그런데 내심, 안은 아직 후진국으로서 많은 걸 갖고 있어요. 중국 건물하고 비슷하게 생각하면 되요. 중국 건물은 외형은 한국보다 훨씬 나은데, 실내 인테리어, 화장실 같은 건 아직도 후지잖아요. 이게 금방 따라가는 수가 없어요. 그것처럼 한국도 외형적으로는 선진국이지만 내심은 아직……한국도 옛날에 비해서 많이 좋아졌죠? 그렇지만 아직 껍데기에 비해서 속이 덜 됐어요. 그래서 헬조선이라고 하잖아요.

한국은 아직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해요. 청년실업률이 젤 높고 출산률이 젤 낮아요. 이런 안 좋은 현상이 한국사회에 많아요. 대학 나왔는데도 일자리가 없어서 커피숍에서 일해서 80만원 버는 게 많아요. 여러분들이 비교를 할 때, 그러니까 자꾸 좋은 조건에 있는 사람들과만 비교를 하니까……그것이 꼭 조선족이니까 차별을 한다 그런거 없어요. 그런데 어쨌든 중국에서 살다가 왔으니까 쪼끔은 손해를 봐야 한단 말이에요. 차별이 있는 건 감수해야 해요. 텃세라는게 있는데, 그건 여러분들이 조금 받아들이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법률적으로 남녀가 차별이 없다 해도 차별하잖아요. 유럽에 가서 살고 미국에 가서 사는 한국사람들, 차별해요 안해요? 다 해요. 한국은 그런 문제에 대해서 한국은 아직 준비가 덜 되었는데 여러분들이 한국을 너무 좋게 생각해요. 너무 기대감이 커요. 한국도 참 문제가 많아요. 문제가 없으면 100만명이 광화문에 나와서 데모를 하겠어요? 근데 100만명이 나와서 데모를 할 수 있는 나라도 대단한 거에요.  근데 한국은 이번 광화문에서 100만명이 촛불물결 일으킬 때 연습했어요, 안했어요? 안 했어요. 그런데도 금방 잘 하잖아요. (웃음) 한국이 나쁘다 하기에는 좋은 점이 너무 많고, 좋은 나라다 하기에는 문제점이 많다 그렇게 생각하면 되요.

◇한국에 70만 명이 살고 있는데, 그중 20만명이 유권자라?……투표 하세요!  

원래 한국의 이름이 뭐였는지 아세요? ‘대한제국’이었어요. 나라의 주인이 임금입니다. 그런데 나라의 이름이 3.1운동 이후 바뀌었어요. 만세를 부른 이들은 임금이나 관리가 아니라 일반 ‘민’이었어요. 그래서 ‘대한민국’으로 바뀐 거에요.

우리 헌법 제1조 1항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장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있습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거에요. 우리의 권력을 대통령한테 ‘우리를 좀 대신해라’고 위임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그 위임받은 권력을 사사로이 쓴 거에요. 그러니 국민들이 위임한 권리를 도로 돌려달라고 하는 겁니다.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 사이에 탄핵 절차를 진행한다고 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이 ‘이 나라의 주인은 나다’라는 걸 인식하게 됐습니다. 그런 내용이 헌법에 적혀있는 건 알았지만 실제 국민들의 의식 속에 뿌리내리진 못했거든요. 우리가 5000년 동안 왕조시대를 살아오다 보니까 자기한테 주어진 주권을 저 장롱 밑에 넣어두고는 그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노예처럼 살았어요. 이번에는 대통령이 워낙 잘못한 게 많이 밝혀지니까 초등학생도 광장으로 나와서는 ‘물러나라’고 하고 있고 대통령의 고향에서도 ‘내려오라’고 할 정도가 된 거에요. 그래서 지금 한국에서는 국민들이 주권, 즉 자기 권리를 잊고 살다가 ‘이 권리가 원래 내 거였네. 눈 부릅뜨고 지켜보지 않으면 큰일 나겠구나.’ 이렇게 각성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내가 나라의 주인이다’라는 생각을 별로 안 갖고 있었기 때문에 투표율이 굉장히 낮았어요. 젊은이들은 투표일에 투표하러 안 가고 놀러 가버려요. 그러니 정치인들이 투표율이 낮은 젊은이들을 위한 정책이나 공약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반면 노인들은 들것에 실려서라도 투표장에 갔거든요. 노인 인구가 적어도 막상 투표율은 젊은이들 보다 높습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청년보다는 노인을 위한 정책을 중요하게 여겨서 실제 시골에 가보면 노인정이 굉장히 잘 되어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자기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되도록 표를 찍어주는 사람들의 눈치를 더 많이 보고, 투표 할 사람들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도록 정책을 입안할 수 밖에 없는 거에요.

미국에 살고있는 한국교민들도 투표를 잘 안해요. 그런데 유대인들은 어떻습니까? 엄청나게 단결해서 정치계에 로비를 하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유대인은 600만 명밖에 안되는데도 ‘미국은 유대인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유대인들의 영향력이 세잖아요……여러분도 이곳 구로구나 영등포구에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사람이 1만 명 정도 된다면, 그 1만명의 표를 얻느냐 못 얻느냐에 따라서 구청장의 당락이 결정된다는 걸 아셔야 해요. 어떤 때는 500표, 1000표로 당락이 결정될 떄도 있어요. 그러면 구청장 후보자들이 여러분이 원하는 공약을 만들어서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 총 20만 명이나 있다면서요? 그렇다면 대선에서 대통령의 당락을 결정 할만한 힘이 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는 표차가 20만 표밖에 안 됐거든요.

조선족 20만 명이 단결해서 각 후보들한테 가서 ‘우리 재한 중국동포를 위해서 이러이러한 공약을 해 달라. 그러면 우리가 당신의 당선을 위해 힘쓰겠다’고 하면 분명히 영향력이 있을 겁니다.

법륜스님이 재한동포문인협회 신현산 서예가가 쓴, 족자를  이동렬 협회장으로부터 전달 받다. 
◇ 남과 북의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게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은 후보들을 볼 때 ‘저 후보가 남북간의 평화를 중요시 하느냐, 아니냐’를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또 이 후보가 통일을 추진하느냐 안 하느냐를 굉장히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제가 여러분이라면 그럴 거에요. 만약 남북 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가 사는 이곳이 우선 불바다가 되어서 우리의 재산을 잃을 뿐만아니라 한국은 미국과, 북한은 중국과 한 편이 되어서 서로 적대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지요. 그래서 한국과 중국이 적대관계가 되면 여러분은 고향에 가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남북 통일이 되면 연변조선족자치구가 한국과 국경을 접하게 되니까 발전이 엄청나게 빠르겠지요? 그러니 여러분들께 가장 큰 이익은 남북이 평화를 유지하거나 통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보다 큰 이익은 없어요.

개인적으로 투표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능하면 여러분들끼리 오늘처럼 이렇게 회의를 하거나 공청회를 해서 ‘다가오는 대통령선거 때 한국에 와서 사는 우리 중국동포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2개만 문제제기를 하자’고 의견을 모아보거나 또 한국에는 ‘동포재단’이라는 게 있으니까 ‘이번에는 우리 해외동포들을 위해서 어떤 정책을 내놓겠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잖아요. 그걸 물어봐서 ‘그에 대한 대답을 제일 잘하는 사람한테 우리가 표를 주겠다'고 하면 대선주자들이 직접 못 오면 그 부인들이라도 와서 여러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거에요.

개별적으로는 영향력이 없으니까 동포들끼리 모여서 공청회를 개최하거나 해서 ‘우리 동포들은 이런 걸 원한다’며 요청도 하고, ‘우리 표는 몇 만 표다’라는 것도 자꾸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동포들을 위한 정책이 바뀝니다.

 
◇ 인생에 남는 건 행복 밖에 없어요.  

한국과 중국이 관계가 괜찮으면 중국동포들이 한국에 와서 살기가 괜찮겠죠. 중국과 관계가 나빠지면 중국하고 여행사업 하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피해를 받아요. 정치적인 갈등을 민간에 있는 교류나 경제활동에 영향주는 그런 활동은 안해야 됩니다. 정부간의 어쩔 수 없는 갈등이 있더라도

문화활동은 필요합니다. 한국 같은 경우, 지난번 경주에 지진이 일어나자 사람들이 여행을 안가요.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죠? 우리는 가능하면 좀 많이 여행을 가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민간교류는 정치와 좀 분류해서 합시다. 여러 동포들에 대한 많은 혜택을 줘야 하는데, 독일은 세계 각 나라에 사는 자기네 교민들을 다 불러와서 잘 살게 하잖아요. 그런데 한국은 지 살기도 어려우니까... 교민정책이 조끔 부족한 건 사실이에요.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 사람도 제대로 다 건사를 못하는데 언제 동포들까지 다 건사를 하겠어요? 못한 건 사실인데, 여러분들 기대가 너무 커요.

그러니 첫째, ‘한국이 우리를 그냥 받아준 것만 해도 고맙다’ 이렇게 생각하시고,  일단 사는데 편하게 살아야잖아요. 한국사람 매일 욕하면 입이 아파서 어떻게 살겠어요? ‘아직 부족한 것도 많지만 그래도 돈벌이가 좀 되니까 다행이다’ 이렇게 편하게 생각하면서 같이 힘을 모아서 살아가는게 좋잖아요.

두번 째는 한국에서 사는 동안 행복하게 살야야 되잖아요. 인생에 남는 건 행복밖에 없어요.

세번째는 여러분들은 평화와 통일에 기여를 해주세요. 혹시라도 중국으로 돌아가거나 하거든 북한 동포들을 돕는 일에도 참여해 주시구요. 여러분도 어렵지만 북한 동포들은 더 어려우니까요. 이런 당부의 말씀을 드리면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시간 예상했던 강연은 40분을 훌쩍 넘겨 9시 40분에야 끝났다. 행사는 재한동포문인협회 신현산 서예가가 쓴 '피는 물보다 진하다' 라는 족자를  재한동포문인협회 이동렬회장이 법륜스님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다. 

글 / 사진 곽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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