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만 행정사/언론인 lcman2@naver.com
[서울=동북아신문]몇 사람이 모여 공동으로 행한 범죄를 공범이라 한다. 공범은 명확한 범죄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공모했음을 적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범죄자임을 밝힌 것이다.

대통령은 행정과 외교의 수반이며 국군통수권자인 헌법기관이다. 우리 헌법에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른바 대통령 불소추권이다. 소추란 형사 소송에서 공소를 제기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죄가 있어도 검찰이 나서서 당장 기소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3차 담화에서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하면서도 “국회가 결정하는 일정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범죄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본인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믿었던 최순실이 홀로 저지른 범죄라며 최순실에게 모든 죄를 떠넘긴 것이다. 비겁하다. 또 국회가 결정하는 일정에 따라 물러나겠다는 것은 임기단축을 위한 개헌을 통해서만 물러나겠다는 뜻이니 그 전에는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국민과의 충돌을 야기할 수도 있는 다소 위험한 주장이다. 교활한 꼼수이다.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이 법칙은 어떤 큰 사건이나 일이 벌어졌을 때는 그 전조증상이나 조짐이 여러 번에 걸쳐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박근혜가 공범이 되기까지 여러 번의 전조증상이 있었을 터다. 그 전조증상의 대표적인 사건이 2014년의 정윤회 문건 유출 파동이다. 이 사건은 최순실의 비선실세 국정개입을 축소한 사건이다, 전조증상은 또 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날 대통령이 사라진 7시간이다. 과연 그 시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우병우를 찍어내기 위한 조선일보의 보도와 청와대가 폭로한 송희영 주필의 대우조선 특혜성 외유 사건도 대체적으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비서실장을 비롯한 누구도 대통령에게 바른 말을 하지 못했다. 비서실은 차치하고 내각도, 여당도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모른 체 했다. 어쩌면 부추겼는지도 알 수 없다.

“나쁜 명령인 것을 알면서 감수하는 사람은, 나쁜 명령을 감수할 것을 남에게 권하게 된다. 부정을 보고 침묵하는 사람은 그 부정의 공범자임에 틀림없다.”

영국의 정치학자 레스키의 말이다.

박근혜 뿐만 아니다. 비서실도, 내각도, 여당도 그리고 아직도 박근혜를 지지하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서명하고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는 4%도 모두 공범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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