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skc663@hanmail.net
[서울=동북아신문]무화과나무가 꽃을 피웠다고 한다.

그래서 꽃구경을 하러 무화과나무를 찾아갔다.
 
그런데 무화과나무에는 꽃이 없었다.

두루 살펴보아도 꽃이라고는 한 송이도 볼 수가 없었다.

“실은 꽃을 피웠다기에 꽃구경을 온 것인데,

꽃을 볼 수가 없으니 어찌 된 일이오?”
 
그러자, 무화과나무가 부끄러워하며 대답을 한다.
 
“우리는 꽃을 안으로 피워서 꽃이 보이지 않는다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한참을 설명하듯 말했다.

꽃은 밖으로 피워야 한다.
 
그래야 벌과 나비들이 찾아오지 않겠느냐.
 
그리고 아름다운 모습도 자랑할 수가 있지요.“

그러자, 무화과나무가 조용히 말한다.
 
“꽃이라고 하나같이 예쁠 필요도 없고,

벌 나비가 찾아오라고 반드시 밖으로만 피라는 법도 없는 거지요.

이 세상 만물들이 하나같이 똑같지도 않고,

모두들 같은 방식으로만 사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그러면 재미가 없고, 사는 맛도 적겠지요.”
 
나는 그 말에 아무 말도 못했다.

꽃이 없이 열매를 맺는다는 무화과(無花果) 나무는

꽃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남다르게 꽃을 안으로 피우며 살고 있을 뿐인 것이다.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어대는 중론 세설(衆論世說)이 어찌 이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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