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만/행정사, 언론인
[서울=동북아신문]나라꼴이 참 민망하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 구중궁궐에서 국민의 세금을 축내면서 제 살길 찾기 바쁜 대통령만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사실 어디 대통령뿐인가 나라를 거덜 내는 데 일조하고도 책임은커녕 제 살길만 찾는 사람이.

얼마 전 새누리당이 국정농단사태에 대한 일말의 책임으로 분당했다. 친박과 비박이 결별한 것이다. 소위 비박들이 담을 새 부대의 이름이 가관이다. 개혁보수신당. 개혁을 보수하겠다는 말인지 보수를 개혁하겠다는 말인지 통 아리송하다. 헌데 어느 분이 이들에게 알맞은 이름을 찾았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고 한참 웃었다. 이름하여 ‘뺑소니당’이다. 여기에는 국정농단에 비박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정말 웃픈(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말이다.

뉴스에서는 연일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고 보도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치인이라는 사람들 모두 제 살길 찾느라 계산만 분분하다. 개헌이든 개혁이든 무엇이든 해야 나라꼴도 바로 세우고 자신의 살길도 찾겠는데 어디에 붙어야 할지 난감한 표정들이다. 정말 가관이고 가소롭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탈당하여 개혁보수신당에 합류키로 했다가 자신이 원한 원내대표가 되지 못하자 탈당을 유보했다고 한다. 책임지겠다는 자세는 오간데 없고 오직 자기 살길만 찾는 전형적 모습이다.

충청대망론을 불사르고 있는 반기문도 가관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역대 사무총장 중 가장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반 총장은 그 동안 사실 박근혜 대통령과 소통하면서 대망론을 키웠다. 그러기 위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멀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노 대통령 묘소에 참배는커녕 눈치 보기로 일관해 최소한의 예의와 의리도 없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던 그가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탄핵정국 이후 박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시도하면서 귀국 즉시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겠다고 나섰다. 역시 전형적인 물타기의 표본이다.

국정농단을 마주한 시민이 촛불을 들고 앞으로 이루어 나가야할 과제는 무엇일까. 당연히 국가개혁이다. 국가개혁을 미루어서는 대한민국호에 희망이 없다. 그럼에도 많은 정치인들이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다. 대통령에 쏠려있는 권력을 분산해 대통령을 견제하자는 말이다. 아마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책임제를 염두에 둔 주장일 것이다. 당연히 권력구조를 분산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재벌에게 혜택을 주고 삥을 뜯는 나라, 나라를 지켜야할 장성들이 방산비리를 저지르고 권력자와 나누어 먹는 나라, 독재자를 미화하기 위해 국정교과서를 만들고 무료로 나누어주겠다는 나라, 검찰이 권력의 호위무사나 시녀를 자청하는 나라, 댓글이나 쓰면서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국정원이 있는 나라, 천신만고 끝에 하나회를 척결하였더니 알짜회를 만들어 군권을 이어가는 나라, 제 딸 하나 입학시키려고 대학의 학칙을 마음대로 바꾸는 나라, 일개 언론이 자기들 입맛에 맞는 권력자를 만들겠다고 펜대를 들이대는 나라,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화계를 땅바닥에 패대기치는 나라…….

이런 나라가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책임제로 개헌하면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는 나라로 바로 설 수 있단 말인가? 끝까지 자기들의 목숨을 연명하고 자리를 이어가면서 부패와 비리의 사슬을 엮어내는 자들이 개헌했다고 바뀔 수 있을까?

문제는 구조적 적폐다. 이런 구조적 적폐를 먼저 청산한 후에 개헌을 해도 늦지 않다. 개헌은 수많은 국가개혁 중 하나일 뿐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남한의 단독정부를 수립하면서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하고 권력의 중앙에 끌어들여 이미 나라꼴이 오래전부터 민망하게 되었던 것이다. 즉, 적폐를 근절하지 않고 개헌을 빙자하여 다시 어물쩍 넘어가려는 세력은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하여 다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보겠다는 속셈에 다름 아니다.

촛불은 국가대개혁을 원하는 것이지 국정농단에 책임져야 할 자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기위한 것이 아니다. 촛불은 시민혁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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