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탄생 100주년에 바치는 노래

▲ 허창렬(필명 허인) 시인/평론가. 재한동포문인협회 평론분과장
[서울=동북아신문] 올해  2월 16일이면 윤동주 탄생 백주년이다. 요즘 나의 머릿 속에는 왠지 한 마리 사슴이 자주 살풋이 떠오른다. 그래서 이렇게 노래로 적어본다. 나에게 있어 이 글은 시이자 가사이며, 가사이자 시이기도 하다. 분명 시와 가사는 엄연히 구분되지만 나 홀로라도 이러한 장벽을 사정없이 허물어버리고 싶다. 옛날 감소월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나는 저항시인 윤동주를 사랑한다! 이 노래를 그의 영전에 바치고 싶다. 저자/

 

사슴    

지나가는 바람에
아픈 마음을 달래며
한마리 철새처럼
울고 있어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노을이 시린 사슴 한 마리

전생에 넌 무척
고귀한 족속이였나 부다
하아얀 두루마기에
하아얀 장갑을 낀
아ㅡ 아ㅡ

남으로 흘러 흘러 가는 길
험하고 험난하여라
향관(乡冠)은 어데 두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별을 세는---
외로운 넋 하나

지나가는 바람에
젖은 마음 달래며
한마리 참새처럼 
떨고 있어요
곁눈질도 못하고
발길질도 못하고
가슴이 시린 사슴 한마리

전생에 뭔 죄 지었길래
바람같이 달리다
바람같이 멈춰 선
아ㅡ 아ㅡ

북으로 흘러 흘러 가는 길
힘들고 외로워라
향수(乡愁)을 달래며
이역만리 타국에서
별을 세는

외로운 넋 하나

찬란한 아침 햇살
머리 위에
손나팔로 얹어 놓고
아카시아 숲 사이
풀 숲에 웅크리고 앉은
눈망울이 너무 고운
사슴 한마리
겁 많음 사슴 한마리
모가지 너무 길어
아아, 슬픈 사람이여 

 2017년2월15일 경기도 화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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