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탄생 100주년에 바치는 노래
사슴
지나가는 바람에
아픈 마음을 달래며
한마리 철새처럼
울고 있어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노을이 시린 사슴 한 마리
전생에 넌 무척
고귀한 족속이였나 부다
하아얀 두루마기에
하아얀 장갑을 낀
아ㅡ 아ㅡ
남으로 흘러 흘러 가는 길
험하고 험난하여라
향관(乡冠)은 어데 두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별을 세는---
외로운 넋 하나
지나가는 바람에
젖은 마음 달래며
한마리 참새처럼
떨고 있어요
곁눈질도 못하고
발길질도 못하고
가슴이 시린 사슴 한마리
전생에 뭔 죄 지었길래
바람같이 달리다
바람같이 멈춰 선
아ㅡ 아ㅡ
북으로 흘러 흘러 가는 길
힘들고 외로워라
향수(乡愁)을 달래며
이역만리 타국에서
별을 세는…
외로운 넋 하나
찬란한 아침 햇살
머리 위에
손나팔로 얹어 놓고
아카시아 숲 사이
풀 숲에 웅크리고 앉은
눈망울이 너무 고운
사슴 한마리
겁 많음 사슴 한마리
모가지 너무 길어
아아, 슬픈 사람이여
2017년2월15일 경기도 화성에서
[편집]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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