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문학』의 시작품을 중심으로

 

차 례 

                         전 월 매( 田月梅) 천진사범대학교 교수  

 

▲ 전월매 : 필명 전하연, 중국 흑룡강 탕원현 출신, 한국학중앙연구원 문학박사, 중국 천진사범대학교 한국학과 부교수저서로 <재중조선인 시에 나타난 만주인식>(2014. 역락), <한국문학연구와 교육의 현장>(2016, 학술정보) 등, 국내외 학술지 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문학작품 수십 편을 발표하였다.
1. 서론

2. 재한중국동포 시문학에 나타나는 디아스포라의 특징 고찰

2.1 세계적 글로벌화와 초국가적 이동

2.2 한국에서의 집합적 기억과 한국인의 시선

2.3 중국동포의 정체성과 디아스포라 정치학

3. 결론

 

   국문초록

 

본 연구는 재한중국동포문인들의 『동포문학』에 발표한 시작품을 대상으로 그들의 작품에 나타나는 디아스포라문학의 특징에 착안하여 세계적 질서와 초국가적 이동, 한국에서의 집합적 기억과 한국인의 시선, 중국동포의 정체성과 디아스포라 정치학으로 나누어 논의하였다. 시작품에 나타나는 한국은 중국동포에게 이주자의 고단한 삶이기도 하지만 희망의 터전이기도 하고 한국인의 편견적 시선의 낯선 땅이기도 했다. 경계인으로서의 중국동포는 분단에 대한 아픔과 통일에 대한 소망을 나타내는 시가 있었으며 조선족사회 공동체 해체 위기와 재영토화가 체현된 시도 있었다. 유감스러운 것은 한국인과 화합되고 평화로운 시작품이 없었다.

 

핵심어: 중국동포; 동포문학; 디아스포라; 정체성;  

         서론  

      중국 땅에 살고 있는 조선족을 중국에서는 공식적으로 55개 소수민족의 일원으로 '조선족'이란 용어를 쓰지만 한국에서는 '조선족'이란 용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옴에 따라 언론매체에서는 '중국동포'란 용어를 쓰고 있다. 이 글에서는 중국동포란 어휘를 주요로 인용하되 필요에 따라 원문존중의 입장에 따라 '조선족'용어도 사용한다.

중국동포의 첫 한국유입은 중국정부의 개혁개방을 추진하기 시작한 1970년대 말인데 그 당시는 친척방문을 위해 홍콩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극소수의 사람 뿐이다.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 중국조선족 사회는 '모국방문열'이 일기 시작하여 '친척방문'이란 이름으로 입국이 이루어졌다. 1988년 서울 올림픽, 1992년 한중수교 이후, 2004년 외국인노동력에 대한 제도화로 이루어진 고용허가제이후, 본격적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는바,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중국동포는 628,207명으로서 전체 외국인의 51.0%를 차지한다.

대부분 중국동포의 한국 이주가 20여년이 넘는 현재, 재한동포사회는 재한조선족중앙연합회를 중심으로 산하에 재한동포문인협회, 재한동포교사협회, 재한동포여성협회 등 여러 협회와 단체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으며 재한중국동포사회를 위해 뛰고 있다.

본고에서는 재한중국동포문인협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재한중국동포 시문학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재한중국동포문단의 형성을 살펴보도록 한다.

재한중국동포문단은 재한동포문인협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재한동포문인협회는 중국동포 이동렬 소설가를 중심으로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 활동을 하고 있는 재한중국동포문인들이 2012년 8월 19일 서울 구로구에서 창립된 문학단체이다. 협회의 취지는 재한동포의 문단이 한국 문단에 등단하고 세계문단으로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며 유능한 동포 작가 배출과 육성이다. 초대회장은 이동렬이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재한동포문인협회는 시분과, 소설분과, 평론분과를 두었고 재한동포문인협회 명의로 본 회원들의 문학지 『동포문학』을 발행하고, 회원들의 작품집을 출간하며, 역량 있는 동포 작가들의 작품 발표 및 등단, 각종 문학 관련 세미나와 시 낭송대회 개최, 유망작가의 발굴과 육성을 해왔다. 그리고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및 세계 각 지역 문인협회와의 상호교류 사업, 회지(혹은 인터넷 카페)발간 및 각종 홍보활동 등에 주력해왔다.

협회 문학지인 동포문학은 2013년 5월에 창간호를 발행하였고 2014년에 발행된 제2회는 동포문학에 부제를 달아 『집 떠난 사람들』이란 이름으로, 2015년에 발행된 제3호는 『뿌리는 바다로 흐르다』라는 부제를 달았다. 제2호 『집 떠난 사람들』은 말 그대로 한국에 이주한 동포들은 고향을 떠나온 '집 떠나 온 사람들'이다. 집을 떠나왔기에 그들의 의식에는 항상 안주와 회귀의 방황과 갈등이 있게 되며, 마음속에는 풀지 못할 한과 그리움이 응결되어 있다. '집 떠난 사람들'은 고향에 안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세계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게 되어 있다. 이는 디아스포라의 삶을 문학에 담아내는 작업이고, 또한 이것이 동포문인협회가 구축하려는 문학의 영역이기도 했다. 제3호 『뿌리 바다로 흐르다』가 표명하고 있는 것도 위와 비슷한 함의가 내재돼 있다. 자연의 뿌리는 움직일 수 없지만, 인간의 민족의 뿌리는 다르다. 인간의 생각과 정체성의 뿌리는 움직인다. 삶의 환경과 민족의식에 깊이를 두고 있는 그런 뿌리들은 늘 표류하며 세계화와 글로벌화와 함께 세상이란 바다로 흐르게 되어있다. 그러한 흔들리고 갈등하는 과정에서 의식의 정수들은 더 글로벌한 뿌리가 된다. 디아스포라문학의 뿌리는 역시 '바다'와 화합을 통해 출구를 찾아야 한다. 저변이 중심을 울리는 문학 현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4호 『천년의 고백』은 재한동포문인협회가 추구하는 디아스포라 글로벌 문학의 지향과 문제의식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동포문학은 창간호에서 4호까지 출간되었다. 4호는 시문학특집이며 1-3호는 시, 수필, 소설 대담, 탐방기, 평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있는데 그중 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질이 높다. 재한동포문인이란 범주는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하는데 여기에는 장기체류, 단기체류 모두 포함된다. 한국에서 국적을 취득하였거나 영주권자, 혹은 기타 방문취업자를 모두 포함하며 본고에서는 여행이나 단기로 한국을 방문하여 재한동포에 관련된 글을 남긴 조선족작가의 글도 포함시킨다.

본고는 재한중국동포의 『동포문학』에 발표된 글을 중심으로 재한중국동포문단의 창작에서 나타나는 디아스포라 문학의 특징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재한중국동포문단을 점검해보고 한국문단과의 교류의 필요성 등 미래에 대해 전망해보도록 한다.

 

재한동포 시문학에 나타나는 디아스포라 문학의 특징 

디아스포라(diaspora)는 어원적으로 그리스어 동사 ‘speiro'(to sow:씨를 뿌리다)와 전치사 ‘dia'(over:~넘어서)에서 유래되었다. 원거지에서 다른 곳으로서의 집단 이주를 의미하는 디아스포라는 같은 민족구성원들이 세계 여러 지역으로 흩어지는 과정뿐만 아니라 이산한 동족들, 그리고 그들이 거주하는 장소와 공동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1990년대 들어서서 디아스포라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디아스포라는 유대인의 경험뿐만 아니라 다른 민족들의 국제 이주, 망명, 난민, 소수민족공동체, 문화적 차이, 정체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디아스포라 논의의 선구적 학자인 샤프란(safran)은 고전적 디아스포라(유대인들) 기초로 디아스포라 조건의 범주적 정의를 원래의 모국으로부터 모국의 영토 밖 두 군데 이상의 장소로 흩어지는 것, 집단의 기억과 비전 그리고 고향과 관련한 기원 신화를 공유하는 것, 이주사회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고 수용되지 않는 것, 그들 혹은 후손들이 적당한 때가 되면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꿈의 공유, 고국의 발전과 유지 및 재건을 위해 지속적인 기여, 고국과 계속 관계를 맺고 함께 의식과 연대를 유지하는 것 등 여섯 가지로 정의를 내렸다. 코헨(cohen)은 디아스포라가 9가지 유형별 특성을 갖는다고 주장하였다. 즉 비극적 이산, 노동이나 상업에 의한 이산, 집합적 기억과 모국에의 신화, 조상의 나라에 대한 이상화, 귀환운동의 존재, 장기간에 걸친 강한 종족적 집단의식의 유지, 거주국 사회와의 불편한 관계, 다른 사회에 거주하는 동일 종족 집단과의 연대의식, 다원주의적 거주국에서의 독창적이고 풍요한 삶을 살 가능성 등이다. 왈벡(Walvek)은 디아스포라 개념이 활용되는 데는 의식으로서의 디아스포라, 문화 생산양식, 디아스포라 정치학, 특수한 초국가적 공동체 네 가지의 상이한 방식이 있다고 보았다.

중국조선족문학은 중국의 역사적, 사회적 전환과 중국조선족 역사 변천의 특수성 및 중국조선족문학 발전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여 볼 때 디아스포라의 특성이 전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9세기말엽에 조선인은 한반도에서 만주로, 연해주로 이주하였으며 일제식민지시대에 만주이민정책에 의해서 대폭적인 이민이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한중수교가 이루어지고 세계적 글로벌화가 시작되면서 조선족은 한국으로, 일본으로 미국으로의 역이주가 이루어졌다.

조선족문학은 한반도에서 지니고 온 기초문화와 더불어 주변의 우수한 문화(중국문학, 북한문학, 한국문학)을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고 수용을 하는 과정에 조선족에 맞게 융합하면서 발전하여 온 융합적이고 독특한 문학이다. 즉 이주초기에서 해방 전까지는 재중조선인문학이라 칭하며 직접적인 한반도의 영향을 받았고 해방 후 1949년에서 1992년까지의 문학은 중국문학과 북한문학의 영향을 받으며 나름대로의 독특한 중국조선족문학을 창출했으며 1992년 한중수교이후에는 한국문학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다. 즉 기초문화와 융합문화를 통하여 한국문학이나 중국 한족문학과 다른 "조선족특색의 문학"을 발전시켜 왔다. 그 내면에는 핵심적으로 디아스포라가 있다. 민족이산을 의미하는 조선족 디아스포라문학은 기본적으로 모국으로부터의 이주와 거주국에서의 적응, 그리고 재다시 모국으로의 역이주 등 사이에서 작동하는 정치적 관계, 문화적 차이, 정체성 등의 문제를 껴안고 있다.

본고는 샤프란, 코헨, 왈벡의 이론을 참조하여『동포문학』의 1-4회에 발표한 재한중국동포문인들의 시작품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작품에서 나타나고 있는 디아스포라의 특징을 세계적 글로벌화와 초국가적 이동, 한국에서의 집합적 기억과 재영토화, 중국동포의 정체성과 디아스포라 정치학 등 세 가지로 나누어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2.1 세계적 글로벌화와 초국가적 이동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국가 간 경계를 넘어선 인구이동의 확대라는 전 세계적 흐름과 신자유주의적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중국동포의 초국가적 이동이 시작된다. 192만의 중국동포는 글로벌화와 함께 한국으로, 일본으로, 미국으로 이주를 시작한다. 그중 한국에 이주해온 중국동포는 62만 명으로서 가장 많다.

한국은 중국동포에게 어떤 존재인가? 시에서 나타나는 한국은 조상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모국이자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고, 언어와 문자가 통하고 민족적정서가 닿아있는 동경과 환상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제적인 부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는 김기덕의 <아버지의 한>, 이문호의 <서울연가>, 전하연의 <낯선 둥지>, 박금옥의 <타향살이> 등 시에서 나타나고 있다.

김기덕의 <아버지 한>에서는 이주 1세대인 아버지가 고향이자 고국인 한국에 돌아가지 못한 한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버진 언제든지 살아만 있다면/ 고향 영일만에 꼭 돌아가마 하고/ 짚신 신고 차디찬 설국을 헤쳐 만주 땅에 왔었다/ 떠나와서 단 한 번도 돌아 가보지 못한/ 아버지의 애절한 귀성 갈망, 언제부터인가/ 먼먼 타관 땅 허공에 걸어둔 북극성이 되어/ 그때 그 시절을 가슴 깊은 피 방울로 맺게 하고/ 온 밤 동쪽 하늘을 반짝이게 하였다/ 영일만 바다의 정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오매불망 그토록 귀향을 원하시었을까/...우리는 왜서 정든 고향을 멀리 두고/ 구름처럼 바람에 쫓겨 차디찬 북방에 표박하며/ 사시나무처럼 온 몸 시리게 떨어야 했냐고

-김기덕, <아버지의 한>일부, 『동포문학 3호 뿌리 바다로 흐른다』, 2015.5 

고향 경상북도 동해안에 있는 영일만은 아버지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다. 짚신 신고 차디찬 만주 땅에 온 아버지의 소원은 귀향하는 것이다. 그 간절한 소망은 '가슴 깊은 핏방울'이 되고 '허공에 걸어둔 북극성이 되었다. 고향의 바다의 정이 그리운 아버지는 결국 고향 가는 길이 막혀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만주 땅 이름 없는 야산에 무덤으로 남는다. 아버지의 미귀향은 일제식민지와 남북 분단, 이데올로기에 의한 개인사적인 비극일 뿐만 아니라 민족사의 비극이기도 하다.

전하연의 <낯선 둥지>에서도 중국동포와 한국은 동일한 조상과 한 핏줄임을 "골목골목 즐비하게 늘어선 한글 간판 거리에서는/ 팔십 년 전 조상의 흰 그림자들이 얼른거린다/...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누구의 핏줄이라 주어 댈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분명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익숙한 냄새를 알아차릴 수 있다."라고 한국은 "내 혼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고국이고 한 핏줄임을 말하고 있다. 이문호의 <서울연가>에서는 서울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완곡어법으로 표현하였고 박금옥의 <타향살이>에서 한국은 "잘 살아보기 위해 발버둥치기 위해 온 타향!"이라 표현하였다.

세계적 글로벌화의 행렬에 서서 세계의 문을 여는 중국동포들이 있다. 이들은 세계적 흐름과 질서에 따라 세계를 향한 초국적 이동을 선택한다. 홍군식의 <뉴욕일지>, <도시진출>, <해외진출>, <이민> 박정화의 <뉴욕> 등은 초국적 이동과 거기에서의 삶을 반영한 시들이다.

시에서 나타나는 남서울은 "진분홍 지폐 주렁주렁 걸"려 있고 도쿄는 '한 시절 만났다고 화들짝 피어나며 (홍군식, <해외진출>) 뉴욕은 "허벌나게 힘든 곳이고/ 또 뉴욕은 좆나게 멋진 곳"이기도 하며 또한 "미지의 땅"이기도 하다. 홍군식은 <뉴욕일지>에서 "미국의 뉴욕에서 중화인민공화국 녕안시 동경성까지도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 천당보다 지옥이 더 쉽네요"라고 오늘날의 글로벌화와 함께 용이해진 초국적 이동을 말하고 있다.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이 되어 '일일생활권'이란 글로벌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오늘날, 외국에서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세계적 안목을 키우고 글로벌화 인식을 가진 조선족 젊은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조선족은 그들의 네트워크를 끊임없이 구성하여 민족의 언어와 정체성의 유지, 전통을 이어나가야 한다.

 

2.2 한국에서의 집합적 기억과 한국인의 시선 

2.2.1 이주자의 고단한 삶, 그리고 희망의 터전  

중국동포의 한국방문길은 2004년 한국정부에서 시행된 방문취업제 도입으로 대거 완화되었다. 현재 62만 중국동포 중 방문취업자 수는 절반을 넘는다. 그들은 한국의 3D업종에 일하면서 경제적 부를 실현하고 한국사회의 기초건설을 위해 이바지하고 있다.

노무자의 노동현장이나 일상적인 삶을 시적화한 작품으로 김택의 <땀비>, <그해 겨울은 추웠다>, <한 노무자의 죽음>,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 <사상(仕上)> <보이지 않는 나무>, 박수산의 <저녁이 좋다> 등이 있다. 시에서 나타나는 기본적인 정서는 삶의 고단함과 그리움 그리고 희망이다.

김택의 <땀비>는 여름날 뙤약볕 아래 3D 노동현장에서 '땀비'를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중국동포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었다. 반면에 <그해 겨울 추웠다>는 '찬 바다 바람'과 '그해 겨울'이란 상징적인 단어로 춥고 힘든 중국동포의 한국에서의 고달픈 삶을 표현하였다. 이문호의 시 <고독을 굽다>에서는 타향, 타국에서의 고독감을 낭만정서로 노래하고 있다. 고기를 굽듯이 혼자 구워야 제 맛이니 깊은 야밤에 고독을 굽는다. 그 고독은 일상의 영양소로 응결된 고독이고 타자만이 향수할 수 있는 맛이다.

중국동포들이 사는 풍경을 그린 이문호의 <가리봉시장 일경>은 중국동포노동자들의 고단한 삶과 그리움, 희망 등을 더욱 세부적으로 스케치하고 있다.  

"무거운 몸을 지탱한 무거운 발걸음들이다/ 어둑한 저녁, 네온등 불빛에 눈부시게 감긴/ 만두김, 어물전 비린내, 왕족발 구수한 향이/ 허기진 콧구멍으로 밀물처럼 파도쳐 들어온다// 하루 땀 값이다, 핏값이다, 돈을 쪼개/ 동태 한 마리, 무 한 개, 소주 한 병 산다/ 먹고 남은 것은 꿈이다, 웃음이다, 보람이다/ 차곡차곡 모으고 쌓는 것은 희망을 쌓는 것이다// 좁은 골목 쪽방에서 찌개 끓인다, 콤콤히 애락맛 나는/ 보골보골 군침이 서려오는 그리움/ 부모님의 허연 백발이 타래쳐 오르고...

-이문호, <가리봉시장 일경>부분, 동포문학 3호, 2015.5 

한국에서 하루하루 부대끼는 고달픈 노동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의 거주는 중국동포들에게 몸을 힘들게 한다. 그나마 중국동포들이 모여 사는 집거지중의 하나인 가리봉에서 회포를 풀고 그리움을 달랜다. 이러한 가족과 친지들에 대한 그리움과 앞날에 대한 장밋빛 희망이 있기에 일의 보람과 가치를 느끼고 일을 버텨나가는 것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1%의 중국동포가 한국에 와서 더 잘 살게 되었다고 응답하였다. 한국에서 부지런하고 착실한 자신의 노동으로 경제적 부를 실현한 중국동포들, 한국사회의 경제 발전에 작은 나사못이 되어 기여를 하는 것이다.

 

2.2.2 한국인의 편견적 시선과 낯선 한국 땅 

한중수교 초기, 반세기동안 한국과 단절된 중국동포는 순수하고 순박한 환상의 이미지였다가 2010년에 들어서면서 폭력과 살인의 범죄대상으로 지목되었다. 박동찬의 시 <대림, 그리고 조선족-박춘봉 살인사건 그 후>는 '한국의 작은 중국'이라 할 수 있는 대림역 12번 출구를 중심으로 한국인의 중국동포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편견으로 중국동포는 '불쌍한, 불안한, 그리고 불편한 사람'이 되었으며 한국 땅은 '낯선 땅'이 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 어떤 사람이 고향이라고 살고 있는 땅을/ 고향을 등진 채 노숙하러 온/익숙한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허기진 날에 나는/ 낯선 이 땅을 조용히 밟고 간다.// 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여기에 서울 도심의 외딴 동네가 있다/ 대림,/ 어떤 사람들은 이곳을/한국의 작은 중국이라 한다/ 웃으면서 부딪히던 술잔에도/ 살아갈 우수가 섞여 있고/만취한 채 팔자걸음 한데도/ 걸어야 할 길은 잃지 않는,/잃지 못하는, /잃어서는 안 되는./ 그래서 나,/ 이곳 대림을/중국의 작은 한국이라 말하고 싶다// 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박춘봉은 이곳에 없다/이곳의 모두는 박 아무개가 되었다/ 불쌍한, / 불안한,/ 그리고 불편한 사람/이곳의 명물-/꽈배기는 마르고 순대는 식었다//

-박동찬, <대림, 그리고 朝鮮族-박춘봉 살인사건 그 후>일부, 동포문학 3호, 2015.5 

중국동포 박춘봉은 2014년 11월 26일에 발생한 수원 팔달산 토막 살인 사건의 피고인이다. 한국 사회를 들썩이게 한 이 사건은 한국의 위키백과에까지 올라와있다. 박춘풍 살인사건 뿐만 아니라 오원춘 살인사건 등 중국동포의 범죄사건은 한국의 언론매체에 대서특필되면서 2010년대 들어서서 중국동포는 한국인에게 폭력과 범죄를 서슴치 않고 하는 괴물과 같은 두렵고 무서운 존재,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황해>를 비롯한 한국영화에서 중국동포의 범죄현상이 더욱 심각하게 재현되었다.

실제 통계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중국동포의 범죄율은 한국인 내지는 외국인에 비해 월등히 낮은 편이다. 중국동포가 혐오의 대상으로 지목되어 극대화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찾아볼 수 있다. 첫째는 남북이 분단되면서 국민국가를 걸어온 한국이 “한국₌한국인₌한민족”이라는 인식하에 산생된 중국동포에 대한 배타적인식, 둘째는 중국동포의 귀환을 바라보면서 떠올리기 싫은 빈곤한 식민지기억의 회상, 셋째는 가난한 나라에서 왔기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무용론과 비하인식, 넷째는 미국의 언론매체를 본받아 부정적인 보도를 많이 함으로써 시청율을 높이는 한국의 언론매체제도 등과 관련이 있다. 동시에 재한중국동포사회에서도 문제점을 찾아봐야 한다. 중국동포 이미지 개선을 위해 요즈음 한국의 민간단체와 중국동포사회가 협력하여 캠프를 벌리고 있는데 이는 한국정부차원에서도 동반되어야 한다.

 

2.3 중국동포의 정체성과 디아스포라 정치학  

2.3.1 경계인으로서의 중국동포

 

중국조선족은 19세기중엽에 한반도에서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 이주한 한민족의 후예로서 인종적으로 한국인과 뿌리가 같지만 중국국적을 가지고 있다. 조선족은 한국인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가 하면 중국어도 사용하며 김치, 된장찌개와 같은 한식을 먹는가 하면 중국음식도 빼놓을 수 없으며 윷놀이, 화투 등 한민족의 문화를 즐기고 장고춤, 부채춤, 사물놀이 등을 전승해나가는가 하면 마작 등 중국문화를 즐기기도 한다. 즉 조선족의 문화는 한국문화와 중국문화가 공존하면서도 둘이 섞여 만들어진 혼종 문화, 경계인의 문화라 할 수 있다.

경계인으로서 중국동포 정체성은 배정순의 <동포>, 박동찬의 <슬픈 족속>, 박수산의 <못> 송미자의 <여행자>, 강효삼의 <두 사람사이에서> 등 시에서 나타나고 있다.

배정순의 <동포>에서는 "한 부모 형제건만 어쩐지 서먹하다/고국이 타국인 듯 입양아 돌아온 듯/ 이름도 제대로 없다 서글프다 나그네//"라고 한국에서의 외롭고 소외된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동찬의 <슬픈 족속>에서는 "슬픈 일이 있다/ 조국을 등진 채 오랑캐령을 넘어간 / 일이다/ 더 슬픈 일이 있다/ 돌아가고 싶으나 그러지 못했던 조국을 가진/ 일이다/ 가장 슬픈 일이 있다/ 여기에 섰으나 내 조국이라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중국동포의 조국이 한반도로부터 중국으로 바뀌어, 같은 핏줄이지만 이제는 종족으로만 구별되는 조선족의 신분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수산은 <못>에서 중국동포의 신분을 중국어는 '남의 나라말'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좋은 자릴 잡으려고 /어릴 때부터 남의 나라말을 배워야 했고 /통학버스에 실려 하루에 수 없는 학원 다녀야 했다." 중국에서 중국동포로서 살아야 하는 운명적인 삶을 상징적으로 읊고 있다.

중국동포에게 있어서 한국과 중국은 본갓집과 시집 같은 존재로서 송미자의 <여행자>에서처럼 "맨 날 오가는 차비 바쁜 몸// 갈 곳도 거기 뿐 / 다시 돌아올 곳도 여기 뿐/ 시계추처럼 오락가락하는 일이 예사로워/"졌다. 강효삼의 시 <두 사람사이에서>는 이러한 이중적성격의 중국동포의 정체성과 가져야 할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지금 두 사람사이에 서있다. / 한 뿌리에 기생했지만/ 오랜 세월 헤어져 있으면서 /그리움에 한껏 젖어있던 그 사람과/ 낯선 땅 인연은 힘들고 고되어서도/ 기나긴 날 함께한 정분 때문에 뿌리는 달라도/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는 사람//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운명 때문에/ 나에겐 두 사람 모두 저버릴 수 없지만/ 쪽을 놓듯 어제는 단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다른 한 사람은 덮어놓고 미워해야 했지만/ 지금은 모두를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주어진 사랑에서 해방된 나는 어제의 금지구역을 넘어/ 이쪽저쪽 두 사람사이를 자유로이 오고가고 있구나/ 행운일까 불행일까/이것이 방황이 아니고 사랑이라면/ 영원한 행운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자칫 어느 한쪽 편애한다면/ 모두의 사랑을 다 잃는/ 불행이 될 수도 있어/ 두 사람사이에 양 다리 걸친 운명 때문에/ 사랑이 넉넉한 때 오히려/ 사랑의 고민을 하는구나/ 자칫 자신마저 잃을 수 있어//"

-강효삼, <두 사람사이에서>전문, 동포문학3호, 2015.5 

시에서 두 사람은 한국과 중국을 가리킨다. 한반도와 중국동포는 한민족이라는 한 뿌리이고 한 핏줄이지만 이데올로기로 오랜 세월 헤어져 있게 되었다. 비록 낯선 땅인 중국이지만 기나긴 날 함께 한 정분으로 서로를 닮아가게 되었다. 모국인 한국과, 조국인 중국은 중국동포에게 저버릴 수 없는 두 사람이다. 세계글로벌화와 함께 다가온 중국의 개혁개방정책과 한중수교는 중국동포로 하여금 이쪽저쪽을 자유롭게 오고가게 하였다. 양다리의 운명을 걸친 이중성격의 중국동포는 어느 한 쪽을 편애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조국인 중국과 모국인 한국, 그리고 양호한 한중관계는 중국동포의 바램이기도 하다.

 

2.3.2 분단의 아픔과 통일에 대한 소망  

일제식민지에 이어 시작된 한반도 분단, 식민지시기에 남부여대하여 건너간 만주벌의 조선인의 후예인 중국동포는 한민족 원형의 민족적정서와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고 민족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재한동포문인들의 작품에서는 한민족의 분단의 아픔을 실감하면서 통일의 염원을 적은 시들을 쉽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들로는 김영능의 <소망>, <장쾌한 날>, <두만강 압록강>, 김추월의 <분단의 아픔>, 최화길의 <사랑의 다른 반쪽>, <나의 동반자>, 김충정의 <8.15 한반도를 내려다보며> 등이 있다.

김영능은 <소망>에서 '한뿌리/ 한탯줄/ 한겨레/ 한마당 모여// 백두령/ 천지물/ 한라봉/ 백록수// 큰잔/ 하얀술 건배/ 위하여"라고 뿌리와 탯줄이 같은 우리 한민족은 서로 반목하지 말고 한자리에 모이는 통일을 이뤄내야 하며 그날을 위해 한반도의 강과 산, 물들을 술로 삼아 노력하자는 자세를 보였다.

김추월은 <분단의 아픔>에서 "부끄러움 없이 거리낌 없이 동족상잔의 역사를 웃음 속에 이어/ 오고가며 그것이 정상이 되어 으르렁거림이 대를 이어 전해지니/ 봄이 오는 들녘에 잠들어 있어야 할 영정들이여, 불러봅니다/ 그 충정의 혼을 다시 불러내어 이 땅에 봄을 피워 봅니다 / 그대로 잠들어 있기에는 불어치는 봄바람이 너무나 차갑습니다"라고 한반도의 분단과 동족상잔의 아픔, 그리고 서로 으르렁거리는 남북한의 적대적 관계, 너무나 차가운 남북한 형세들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싸운 충정의 열사들에게 하소연하며 이 땅에 통일의 봄을 소망해보았다. 최화길은 <사랑의 다른 반쪽>과 <나의 동반자>에서 연시형태를 빌린 남과 북의 애증을 시적으로 형상화하였으며 통일의 염원을 은유화하였다.

남북통일에 대비해, 미래의 바람직한 한-중-조 상생관계에서, 중국동포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왜냐하면 중국동포는 지리적으로 남한과 북한의 삼각점에 위치해 있고 문화적으로 중국공민으로 살면서 중국-북한의 우호적 관계에, 한중수교를 맞이하여 한국을 알게 되면서 재외동포로서 누구보다도 북한과 한국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중국동포는 사회주의 체제의 유지 속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에서 생활하였기에 남한과 북한을 이해한다. 그리고 과거 서구중심의 축이 점차 아시아, 특히 동북아로 옮겨오고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증대하고 있는 속에 중국동포가 있으며 해외동포 가 가장 많은 중국동포는 하나의 거대한 집단으로서 남북한 간의 문화적인 이질성과 동질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지리적인 위치에 있다. 그러므로 남북한 갈등을 감소시키고 해소하고 그들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중립적인 역할이 가능하다.  

2.3.3 조선족사회의 공동체 해체 위기와 재영토화  

세계적 글로벌화와 함께 조선족사회에 불어 닥친 도시진출, 해외진출에 따라 동북3성에 자리 잡던 조선족공동체는 인구가 감소하고 학교가 사라지고 가족이 깨어지고 해체되는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홍군식의 <21세기 조선족 현상>에서의 계열시 <폐교>, <노총각>, <생과부와 홀아비>, 허창렬의 <하늘은 알고 있을까> 등에서는 이러한 현상들을 지적하고 있다.

홍군식의 <폐교>는 '소리 굳어버린 종', '깨진 창문', '졸던 들 쥐 몇 마리' 등 이미지화로 텅 빈 학교의 스산한 모습과 예전에 학교에서 존재했던 '애들의 해맑은 미소, '안녕하세요'라는 동화처럼 다정한 선생님의 말씀, 꿈나무들의 발자국에 대한 그리움을 대조적으로 표현하였다. 그의 다른 시 <노총각>에서는 "꽃길에는 가야금 타는 소리"가 없고, 처녀들이 보이지 않는다. 노총각은 마치 "어항 밖 금붕어 같이 파닥임도 다하듯/ 희미한 갈대마냥" 방황하고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시적화자는 "허수한 방황 끝에/ 미로의 종점에 이르면/ 만개한 꽃길 따라/ 노총각들 백합꽃 여심을/ 앙증스레 만날 수 있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다.

허창렬은 <하늘은 알고 있을까>에서 조선족공동체 해체 위기와 함께 타락해가는 조선족의 도덕성을 그리고 있다. "고향은 이름마저 없어지고/ 순이는 종적마저 감추었고/ 형님은 소식이 없고/ 누님은 또 서울로 갔"다. 남은 "철이는 그리움에 눈이 잔뜩 멀어져가고 있는 것을/ 하늘은 진정 알고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무너지는 조선족공동체의 실상과 외로운 아이로 남은 조선족자녀들의 가족 사랑의 부재, 자녀교육문제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더불어 조선족사회의 병폐를 "바람이 다리를 절고/ 구름이 눈병을 앓고// 양심이 오입이 나고/ 믿음이 산산이 깨어지고/ 사랑은 잔뜩 오염이 되고 있다"고 의인화의 수법으로 꼬집고 있다.

끊임없는 디아스포라로 이어지는 중국동포의 한국 귀환, 역이주와 더불어 한국에는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재영토화'라 하는데 중국동포의 재영토화 모습은 박동찬의 <대림, 그리고 朝鮮族>에서 '한국 속의 작은 중국', "익숙한 사람들이/ 낯선 곳에서 다시 사는/ 그러한 상봉과 이별/ 희락과 애환// 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 어떤 사람이 고향이라고 살고 있는 땅"인 대림동, 이문호의 <가리봉시장 일가>에서의 중국음식인 '만두김, 어물전 비린내, 왕족발 구수한 향'으로 가득 찬 한국의 가리봉시장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재영토화는 중국동포 만이 모여 사는 모습으로 한국인과의 화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3. 결론  

한국에서 중국동포는 한국/중국이라는 영토적 경계뿐만 아니라 '한민족'이라는 혈연의 지정학, 냉전의 부산물인 이데올로기 등 원인으로 유동적이고 복잡한 층위를 갖고 있다. 본고에서는 재한동포문인들의 디아스포라문학의 특징에 착안하여 세계적 질서와 초국가적 이동, 한국에서의 집합적 기억과 한국인의 시선, 중국동포의 정체성과 디아스포라 정치학으로 나누어 논의하였다.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국가 간 경계를 넘어선 인구이동의 확대라는 전 세계적 흐름과 신자유주의적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중국동포의 초국가적 이동이 시작되었다. 그중 한국으로 이동하는 중국동포가 가장 많았는바 중국동포들의 시에서 한국은 조상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모국이자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고, 언어와 문자가 통하고 민족적정서가 닿아있는 동경과 환상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제적인 부를 실현할 수 있는 곳으로 체현되었다.

한국에서의 집합적 기억과 한국인의 시선에서는 이주자의 고단한 삶과 희망의 터전, 한국인의 편견적 시선과 낯선 땅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중국동포는 노무자들인바 시에서는 그들이 노동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들, 비록 몸은 힘들고 고달프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더 나은 생활을 위한 희망이 있기에 고군분투하는 모습들로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중국동포를 범죄와 살인의 혐오 대상으로 지목하는 한국인의 편견적 시선으로부터 오는 불편함, 그러하기에 한국은 '낯선 땅'이고 떠나야 할 땅임을 피력하는 시들도 볼 수 있었다.

중국동포의 정체성과 디아스포라 정치학에서는 경계인으로서의 중국동포, 분단에 대한 아픔과 통일에 대한 소망, 조선족사회 공동체 해체 위기와 재영토화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중국동포는 한국문화와 중국문화가 공존하면서도 섞여진 혼종문화이기에 경계인으로서의 특성을 갖고 있다. 국적은 중국이고 민족은 한민족인 완전히 어느 한쪽에 속하지 않는 신분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양쪽 모두 친근하면서도 불편한 심리를 표현한 내용들이 시에 체현되었다. 그리고 한민족 중국동포로서 한반도의 분단을 가슴아파하고 통일을 염원하는 시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도시진출, 해외진출이 이루어지면서 조선족사회는 공동체 해체 위기에 놓여있게 되었고 더불어 도시에, 한국에, 일본에, 세계에 조선족의 재영토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재한동포문인의 시에서 나타나는 아쉬운 점이라면 한국인과의 교류가 없고 화합이 없다는 점이다. 경계인으로서의 중국동포는 중국과 한국과 그리고 거주지에서 원주민과 상생공생 해야 할 신분에 놓여 있다. 이후 한국인과의 화합되고 평화로운 이러한 작품이 속출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간단체와 정부차원에서의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문화 교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주해 : 1)中国 天津师范大学 韩国语系     

 

주해 6) 정치전문대학원 정치법학과 이상희의 2015학년도 석사학위 논문 「조선족 이 국내 조선족 37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가정형편이 중국에서보다 한국 이주 이후 더 좋아졌다는 응답이 50.8%로 절반을 넘었고 반대로 중국에서보다 더 못살게 됐다는 답은 6.7%에 그쳤다. 중국과 큰 차이가 없다는 답은 42.5%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더 잘살게 됐다는 응답을 직업별로 보면 가사 식당 도우미가 61.6%로 가장 높았고, 생산직 57.4%, 사무직 54%, 자영업 51.4%로 뒤를 이었다. 신유리 기자, 서울연합뉴스; 조글로 2016.6.15.에서 재인용 http://www.ckywf.com/  

 주해 7) 한국어이름은 박춘풍으로 정정되어야 한다. 초기에 Pǔ chūnfēng(piao chunfeng 의 오자이다) 이라는 중국어 병음을 근거로 그의 한국어 이름이 박춘봉으로 잘못 알려졌으나 인터폴 신원조회 결과 정확한 이름이 중국어 간체 朴春风으로 박춘풍으로 밝혀져 정정되었다.

 주해 8) 박춘봉은 2008년 위조한 여권으로 한국에 건너와 주로 수원에서 살았던 불법체류자였다. 그는 2014년 11월 26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 집에서 자신이 동거녀 김아무개(48·중국국적)를 밀자 그녀가 넘어지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이내 사망하게 된 우발적 사고라고 주장하지만, 경찰에 의하면 11월 26일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하고 그 다음날 오전 5시부터 11월28일 오후 12시30분까지 흉기로 시신을 훼손한 뒤 수원 팔달산 등 5곳에 유기한 혐의로 2014년 12월 14일 구속, 2014년 12월 19일 검찰에 송치하였다.https://ko.wikipedia.org/wiki/박춘풍 

 주해9) 형사정책연구원이 3월 펴낸 '외국인 밀집지역의 범죄와 치안실태 연구'를 보면, 2011년 기준 외국인 등록자 기준 10만명당 외국인 범죄자 국적별 검거인원은 몽골(7064명)이 가장 많았고 미국(6756명), 캐나다(4124명), 러시아(3785명), 태국(3634명), 파키스탄(2995명), 우즈벡(2986명) 그 다음으로 중국(2921명ㆍ조선족 포함) 등이 뒤를 이었다. 단, 미국의 경우는, 형사정책원 자료에서 밝혔듯이, 미군 및 군속과 각각의 가족들은 외국인 등록을 하지 않으므로 분모가 실제보다 작게 선정되어 있고, 따라서 실제 범죄율보다 너무 높게 계산되어 있다. 이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 중 중국인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인 것이다.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freeboard&no=4117945  

참고문헌

이동렬(2013), 『동포문학1』, 서울: 도서출판 예지.
이동렬(2014), 『동포문학2호 집 떠난 사람들』, 서울: 도서출판 바닷바람.
이동렬(2015), 『동포문학3호 뿌리 바다로 흐르다』, 서울: 도서출판 바닷바람.
이동렬(2016), 『동포문학4호 천년의 고백』, 서울: 도서출판 바닷바람.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freeboard&no=4117945
  https://ko.wikipedia.org/wiki
  http://www.ckywf.com/ 

 

주해: 2) 2016년 2월말 기준으로 작성한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이민정보과 통계월보 2016년 자료에 의하면 외국인은 1856,656명이고 중국인은 946,895명인데 그중 한국계(조선족)은 628,207명이다. 

  주해 3) 이동렬(1957-), 중국조선족 소설가, 현 동북아신문 대표, 도서출판 바닷바람 발행인,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장 중국작가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중단편소설 50여편 발표, 장편소설 『고요한 도시』, 『낙화유수』 등 2부 출판, 중단편소설집 『토양대』,『눈꽃서정』등 출판; 연변작가협회 문학상, 연변조선족자치주 문학상(『고요한 도시』), 연변문학 문학상, 천지문학상, 도라지문학상, 연변일보 해란강문학상, 흑룡강신문 단편소설대상, 한민족글마당 소설대상, 재외동포문학상 소설부문 우수상, 장편소설『낙화유수』 2006년 신춘문예에 당선, 연재, 출판;

  주해 4) 최근 출판된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들의 작품집들로는 김택의 시집 『고독 그리고 그리움』, 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 『멋 맛 판』, 『천국의 그늘』, 강호원의 장편소설 [어둠의 유혹], 박진엽의 기자문선 [지옥에서 본 인간세상] 등이 있다.  

  주해 5) 역량 있는 동포작가의 발굴로는 대표적으로 변창렬 시인을 들 수 있는데 그는 재한동포문인협회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국내외 여러 문학지와 신문에 수십 편의 시를 발표하였으며 그의 시는 월간『문학바탕』신인상,『동포문학 2호』시부문 특별상, 두만강 문학상 본상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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