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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시/허순금]작은 웅뎅이의 고백베스트셀러 고량주 설원문학상 응모 작품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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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4  15: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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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순금 :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동포문학(4호) 신인상 수상
[서울=동북아신문] 허순금의 시는 차츰 호방해 지고 시구가 단단해고 있다. 시어를 이루는 문맥이 유창하고 자기만의 생각을 담고 있다. 잘 다듬어진 스토리처럼 반전을 이루는 묘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자기 시에서 철리를 부여하고 자기만의 철학을 찾고자 노력하는 흔적이 보인다. 이를테면 시 '나무'에서 "살아가는 길엔 꼭 우산이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있는 데, 누구나 아는 도리 같지만, 삶에서 "비에 흠뻑 젖어본 사람"이 곱씹는 듯한 말의 어조와 의미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허순금은 시에서 그런 분위기를 꽉 잡을 줄 아는 시인이다.  편집자

 

작은 웅뎅이의 고백

내 마음은 이미 젖을  대로 젖었다
비야, 더는 내 창을 노크하지 말거라

네가 나에게 준 고운 파문 동그란 행복을
난 차마 거절할 힘이 없단다

나에게 미친 방출대신 고요함으로 있게 해줘
가슴을 쥐어뜯으며 흐르는 흙탕물이 되긴 싫단다

네가 오는 소리마저도 곱게 보듬어 안는 나는
네가 없는 날의 긴 허무와 공허 속에 말라 갈 거다

나는 그냥 평범한 한 조각 땅이고 싶단다
어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품을 수 있는
평온하고 따뜻한 가슴으로

어느 날인가 푸른 싹 하나 돋으면
그것이 내 사랑의 증표인 줄 알고
곱게 곱게 쓰다듬고 가거라

제발 더 이상 나에게
미친 방출(放出)을 주지 말거라


낙엽

춤이 아니었다
흔들림의 시간이었다
방황의 길 위에  건조해지고
너덜너덜 찢긴 마음이
힘없이 주저앉고 있었다

화장이 아니었다
불깃해진 갱년기가
느슨해진 손 놓을 때
요실금 변실금뿐이겠는가
삶의 집착도 체념으로 바뀌었다

열매 맺지 못하는 꽃잎으로
꽃이 되어 내리는
서글픈 길 위에
촉촉한 입술 마르기전
함부로 쓸어내지 마라

마른 입술 달싹이며
인생에 대한 푸념질도
시작하지 못했는데
아직 함부로 쓸어내지 마라


하나의 몸짓일  뿐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등 돌렸다고 생각하지 마라
등 돌리는 것을
반목이라 생각하지 마라
가끔은 서로의 눈을
쳐다 보기보담
등에 등을 기대고
소리 없이 너를 읽음도
행복이라고
한없이 지치고 힘든 날
네 앞에 미소로 필수 없는 날
내 맘이 네 등에 기대
쉬여갔노라 고백하고 싶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돌아선 몸짓이라  생각마라
돌아선 몸짓은 굳이
이별이라  생각하지 마라
가끔은 돌아서
온 몸이 촉각이 되어
네 사랑을 미소를 노래를
마음 가득 담아다
꽃으로 피운단다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날
입만 벌리면 울음 될것 같은 날
너라는 꽃밭을 배회하며
향기 가득 머금고 나도 한 송이
꽃으로 웃게 되더라

아직 발자국소리
멀어지지 않은 한
등 돌림은 반목이 아니다
이별이 아니다
내가 너에게 가는
하나의 몸짓일 따름이다


나무
          

바람의 손톱에
할퀸 자국마다
핏방울 맺히나 싶더니
아픔이 향기롭게 핀다
아프다고 아프다고
발버둥치고 나면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건가
피딱지 떨어지기 바쁘게
초록의 우산 펼친다
살아가는 길엔 꼭 우산이
필요하다


봄빛
 

얼었던 가슴이
촉촉이 녹는 나날

신바람 난  봄바람 산파되어
쉴 틈 없이 바쁜 사이
경직되었던 나무 가지
관절 풀고 유연해 진다

꿈이, 희망이 꽃망울 되어
아프도록 터지는 소리에
대지의 젖탱이 부어 오른다

연두색의 앙증스런 귀요미들
젖눈 뜨며 작은 얼굴 반짝 들고
세상구경에 낮은 키 늘구느라
밤낮이 따로 없이 바쁘다

해님의 동그란 미소
따사로움으로 여유 넘치고
주고받는 사랑 속에
느슨해진 신경줄
춘곤증을 부르는 시간이다

그래, 마음껏 꿈꾸는
시간 한 번 더 가져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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