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설원문학상 응모작품
주전자
차겁게
뜨겁게
적막하게 앰뷸런스에 실려간
지독한 두통 위에 찍힌 도장
깊은 침묵을 모두 받아 먹는다
하얗게 겁에 질렸다가
누렇게 늙어 버린다
이동부지 그 자리
누군가의 투박한 손에 들려
밑굽이 보이지 않는 구멍으로
배불뚝이가 멱살을 연신
쥐락펴락하는 소리
밑바닥
떨어졌다
찾지도 놀라지도 않았다
빈 그 자리에
쓰고 떫은 맛으로 채워졌다
나의 하루 25시간
달빛에 두 발 묶여
여기저기 끌려 다니며
새벽을 보았다
내 땀방울이 떨어진
자리 자리마다에
하얀 빛이 젖어 들었다
구겨졌던 이마
굽혀졌던 허리
꽉 깨물었던 입술
옹그린 심장을 폈다
허기처럼 어김없이 찾아오는
시간은 멈추지 않고
뒹굴며 나의 발까지 찾아 온 동전
옥신각신 저물며 재롱부린다
휴무
지문이 닳도록 바쁜 날
가벼운 깃털이 되어
대서양도 건너고
태평양도 넘고 싶다
손과 발바닥이 같은 냄새로 엉킨 날
느린 굼벵이가 되어
햇살 오물오물 씹으며
야금야금 기여 다니고 싶다
온 몸을 물어뜯어 야밤까지 찾아 오는 날
몰래 카멜레온이 되어
책 속의 시 한 줄로 우아하고
영화 속의 공포로 떨고도 싶다
노는 날
도적 맞힌
나의 하루이다
장터
익숙한 먹거리들
지워진 한낮의 온기에
육체마저 침몰된다
마지막 햇살 한가락
옹알이하며 부여잡는 내일
누군가를 기다린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스트레스 묻어 버리고
지나가는 행인
긴 거리의 멜로디
눈동자들이 하늘에 걸려 웃고
방황하는 콘크리트가 울고
술들도 얼굴이 붉어 취하고
어둠을 판 돈으로
갇혀 사는 오늘을
다시 살 수 있을까
구멍
세상 어디나
누가 뚫어났는지 모를
어둠이 빨려들
이 무렵
누구를 스쳐 지났는지
누구의 발등을 밟았는지
때론 신호등도 안 보인다
무시무시한 이 어둠에
으스스한 이 추위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눈 감고도 갈수 있는
연기가 나고
웃음소리가 들리고
사람냄새가 난다
참, 많다
별보다 더 많다
그 구멍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