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이란 1세대 개혁파의 대부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8일 82세를 일기로 숨졌다. 이란의 현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는 라프산자니를 ‘전우’라고 불렀다. 이란 현 대통령인 하산 로하니는 자신을 라프산자니의 ‘제자’라고 칭한다. 그가 쌓아온 이란 혁명의 경력으로 봤을 때 라프산자니는하메네이와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경쟁자이다. 1934년에 명문가족이라고 볼 수 있는 교사집안에서 태어난 라프산자니는 이란 이슬람 혁명의 초대 최고지도자인 호메이니 밑에서 운동에 합류하여 하메네이와 더불어 호메이니의 오른팔 왼팔이 되었다. 1989년 호메이니가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후 무장부대 대리 수령이었던 라프산자니는 호메이니를 대신해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지만 하메네이를 추천해 그 자리에 오르게 하고 본인은 대통령직에 올라 1997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8년의 시간은 라프산자니가 가장 명망이 높았고 가장 큰 권력을 소유하고 있던 시간이었다. 걸프전쟁 기간 라프산자니는 하메네이 정부 지지 속에서 외교적인 전략을 펼쳐 이라크로부터 200여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전쟁영토를 얻었고 ‘보존’을 이유로 사담 후세인 정부가 걸프전쟁 중에 보관해 두었던 400여 대의 전투기를 손에 넣었다. 또 미국의 힘을 빌려 이라크의 사담후세인 정권과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을 격파하였다. 그 당시 그는 ‘온화한’ 정치인이 아니었다. 많은 비평가들이 이란 국내나 유럽에서 그로 인해 암살위기에 처한 정치인들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그는 집정 후기에 이르러 하메네이와 정치 외교적으로 갈등을 겪었으며 이란 언론도 이 사실을 폭로해 가족들까지 스캔들에 휘말렸다. 그의 정치적인 적들은 개혁파를 지지한다는 명목으로 그를 ‘귀족’, ‘자본가’ 또는 ‘미국 이슬람’ 지지자로 몰았다.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 라프산자니는 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를 대통령 자리에 앉힌다. 하타미는 8년의 임기 동안 하메네이와 관계가 갈수록 긴장되는 추세를 보였다. 라프산자니는 두 사람 사이에 있었지만 개혁의지를 강력히 표출하지는 않았으므로 개혁파들로부터는 기회주의자 또는 현실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2002년 이란 정치에서 라프산자니의 영향력은 의회에서 한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지지조차 받지 못할 만큼 크게 저하되었다. 2005년 대통령 선거에서 그는 재등장을 노렸지만 강경보수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에 패배했다. 아마디네자드는 하메네이의 지지를 받으면서부터 ‘제1대 혁명가’인 라프산자니를 크게 안중에 두지 않아도 되었다. 2012년 라프산자니의 자녀들이 개혁파를 지지한다는 선언을 하자 아마디네자드는 나라재산을 빼돌린 부패를 저질렀다는 죄목으로 그의 아들과 딸을 감옥에 넣었다. 이에 분노한 라프산자니는 개혁파와 접촉해 당시 온건보수파였던 로하니가 2013년 대통령이 되는데 가장 큰 조력자의 역할을 하였다. 2016년 의회와 전문가위원회 대선 기간 라프산자니는 개혁파의 선거 거부(보이콧) 방법을 반대하고 점진적인 방법으로 현재의 정치적인 체제를 변화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로써 선거 전야 이란에는 개혁파와 온건보수파연합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란 핵 협의의 배후에도 라프산자니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는 두 차례의 이란 전쟁은 이란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였다고 이야기했고, 그 역시 중요한 결정자의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로하니의 국제사회 담판을 지지, 핵개발 프로젝트를 제한해 이란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동의하였다. 2016년 2월, 라프산자니는 높은 지지자수를 확보하며 전문가 위원회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는 그가 앞으로 최고 영수의 자리에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사건이었다.라프산자니가 권력의 중심에 섰던 지난날을 ‘회고’하면 그는 이란 개혁 개방을 가져온 인물로 비춰진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로하니가 가장 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전우와 든든한 배경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5월 이란은 대통령선거를 맞이하게 된다. 그의 사망은 온건보수파와 개혁파 진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안기는 사건이다. 이란은 현재 그 동안 겪어왔던 경제적인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또 여러 차례 이란 핵 협상 문제를 비난했던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정치무대에 등장하게 된다. 이에 국제 사회는 이란이 ‘이성과 냉정’을 잃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어떠한 오판을 내리게 되면 이란 정부는 이성을 잃고 파괴력을 지닌 모습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