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유재 중국 소주 常熟理工学院 外国语学院 朝鲜语专业 교수/ 한국 숭실대학교 현대문학 박사졸업/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꽃잎비
 낭자한 아침나는서있는다 폭우 따라 흘러가려 했던 건아니다, 흘러가지 않으려고 했던 것도아니다다만 서있을뿐 꽃잎을 휘날리기에나는너무나 인간이다, 바람에 내맡길 수도 없다 각진 시간의 모서리위태롭게 흔들리는 직립의 지탱 아래로아아, 수천의 분홍이 떠간다 2017.04.17 슬픔이라는 즐거움 믿음직한 슬픔이 즐겁다더 기뻐하기를 두려워할 만큼의 용기 생각 따위는 필요없다사소함일 뿐시시껄렁하고 잡다한, 혹은 안도할 만한 야릇한 경지에 비탈진 슬픔갖고 있다갖고 있다, 데리고 거느리고 아아, 슬픔이라는 즐거움 2017.04.19 꼬부림 꼬부림 자세는침대를 바꿔가며계속 되었다방어도 아니고진공도 아니다, 다만편안함일뿐긴장과 이완의 그 어디쯤에서 떠돌음이 휴식을 만날 때까지 그것으로 나는 하나의 징표였다밤마다 실을 뽑는다 2017.4.21 풀리는 거리 바람이 풀리는 거리느닷없이 훌쩍 열린 하늘 그 아득한 아래에서먼발치까지 길을 밀어내고빈터 위 시간느릿느릿 오후를 기어간다보도블럭에 빛을 질질 끌며 기어간다도로 차량은미리 앞서간 시간 황급히 쫓고 먼저 왔던 사람들은 헐겁게흩어졌다문득 생각키운 옛 추억처럼 참을 수 없이 느린 것과 또 다른 어느낯선 시간, 그 감당하기 벅찬 속도감의언저리에서 늦게 도착한 사람 몇몇해야 할일 알지 못한 채, 바람이 가로지른 거리해맑게 망각하다 2017.04.22 바가지 긁는 소리내기 위해속 파버렸다고볕에 쬐었다고수분 날려 모질게 굳어졌다고 항아리에하냥 떠서 노란 외침마중물 담아 한몸으로 올라가다털썩내려 이윽토록 몸을 싣는바가지 한모금 갈증이다 2017.04.23 바람, 갈피 나붓기는 책갈피위 글자 떨어질 듯사라질 듯 위태롭게사랑해요사랑하고 또사랑해요, 라고 씌여 표지 뜯긴 어느 诗集얼룩진한장, 페이지에남겨진 글자 으스러지며갈수록사랑하고 또 사랑해요나붓기는 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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