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신문=북두성 시단] 이신남 시 '나도 너처럼', 서지월 시인 해설.

 

바람에 흔들리는 댓잎
너 보고 바람을 알고
너로 인해 내 안부
바람에게 전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언제 마른 잎 될지 모르는
마디마디의 생 끊어질까 두려워
나도 너처럼
날마다 뿌리 얽어매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신남: 시인, 한민족작가회의 회원.


<해설>

 

이 시는 인생을 심도 있게 관조한 작품으로 탄탄한 의미망 형성이 눈에 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댓잎에 부는 바람을 예사로 보지 않았다는데 있다. 거기다가 '바람에 흔들리는 댓잎 / 너 보고 바람을 알'았다 하지 않는가. 독특한 표현미가 돋보이는 재발견이라 할 수 있는데 시인은 너, 즉 댓잎의 흔들림에서 바람을 인식했다는 대상에 대한 놀라운 감성이 돋보이는 것이다. 또한 '너로 인해 내 안부, / 바람에게 전한다'고 했는데 이 또한 무슨 말인가. 바람에 흔들리는 댓잎을 매개로 하여 바람에게 시인 자신의 안부가 전해진다! 의미심장하지 않는가. 이만해도 직관력이 예사 아니다. 그냥 댓잎에 바람이 불어 댓잎이 흔들리는 다소 평범한 듯한 세계를 자신과 댓잎과 바람을 삼위일체로 놓이게 함으로서 시가 갖는 미학적 표현의 백미를 이루고 있다 할까. 송수권시인이 살아계셨다면 아마도 무릎을 세 번 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언제 마른 잎 될지 모르는 / 마디마디의 생 끊어질까 두려워'라는 구절이 더욱 이 시의 깊이를 더하는데, 보라 잎은 말라 쉬이 떨어지지만 뿌리와 대나무 자체는 그대로 존재해야 하기에 '날마다 뿌리 얽어매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은 댓잎 뿐만 아니라 시인 자신도 인식하고 있다는데 이 놀라움 또한 예사의 구사가 아닌 것이다.

 

총체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삶을 댓잎과 대나무와 그 뿌리에 잘 비유된 심도있는 작품으로 읽혔다. 좋은 시인을 만났음을 기뻐한다. (글:서지월시인)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