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두성 시단/이 시를 말한다 4] 혜봉 이민택 시/ 알밤

 알밤

 

청정한 법신세계에

가을 바람이 일어나

밤잎을 스치니

 

알밤이 뚝 떨어져

마음바다에 도장을 찍네

 

나무아미타불 ......

 

 혜봉 이민택 : 한민족작가회 상임시인

<해설>-혜봉스님의 시 <알밤>을 보면 놀랍다. 알고 보면 진정한 시란 말을 많이 하는게 아니라 함축해 보여주는데 그 진수가 있다면 이런 시를 두고 말함이 아니겠는가. 미당 서정주의 5행밖에 안 되는 시 <동천(冬天)>이 한국현대시사 100년에 최고의 수작으로 평가받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하고 보면 말이다. 가을바람이 불어 청정한 법신세계인 밤잎을 스친다는 구체화된 묘사력을 발휘하며 알밤이 뚝 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마음바다에 도장을 찍네'라는 명징한 표현과 맞딱뜨려지니 말이다. 여기까지 보면 할 말을 다 한 것이다. 하나의 생명이 이승에 왔다가는 경로를 일컬음인데 부처님의 세계로 귀의 하는 것이다. 그래서 후렴구 역할을 하는 '나무아미타불......' 역시 적재적소에 효과적 역할을 해내고 있다.

부연하자면 인간만 부처님의 세계로 귀의하는 것이 아닌 미물에 불과할 수 있는 알밤도 다르지 않음을 넌지시 보여줌으로써 생명에 대한 외경심과 삼라만상에 대한 우주원리를 통찰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가이 놀랍다. 그리고 '마음바다에 도장을 찍'는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그냥 무(無)로 돌아가는게 아니라(주체인 알밤 자신은 그럴 수 있지만) 객체인 화자(시인)의 눈에는 선명하게 각인되는 것이다. 그게 화두가 되기도 하면서 여러 상(相)들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시의 개연성이 여기 있는 것이다. 참으로 놀랍고 놀랍다. (글 : 서지월시인)

* [동북아신문|북두성 시단]<이 시를 말한다>에 소개된 작품은 한 권의 책으로「한중 현대시선집」으로 출간됨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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