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신문|북두성 시단]<이 시를 말한다-5>류대식 시-빨래하는 여인

빨래하는 여인

-그림 "빨래하는 여인"을 보고

 

하아얀 여인이

하아얀 달빛 아래

토닥토닥 빨래를 하고 있다

어둠이

방치 아래서 산산히 부서진다

 

하아얀 여인이

하아얀 냇가에서

참밤참방 빨래를 하고 있다

달이

손 아래서 산산히 조각난다

 

하아얀 여인이

하아얀 냇가에

하아얗게 앉아

토닥토닥 참방참방

뭔가 자꾸

멀리멀리 떠나 보내고 있다 

 

* 흑룡강신문사 기자. 흑룡강성조선족작가협회 시인.

<해설>-만주땅 흑룡강성의 성도 하얼빈시의 중국 10대 보행거리의 하나인 중앙대가를 아는가. 청석으로 짜맞추었는데 러시아풍이 짙게 풍기는 이국적인 도시이다. 민족의 영웅 안중근의사가 이토오히로부미를 적격한 곳이기도 한데, 거기 흑룡강신문사 기자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젊은 시인이 있다.

류대식시인의 <빨래하는 여인>을 보라. 시를 빈틈없이 참 잘 쓰고 있지 않은가. 익숙한 언어이고 표현이지만 필요한 말만 적재적소에 배채한 능력이 돋보이는데 명징하게 안겨드는 것은 이 한 편의 시가 열어주는 울림이다. '하아얀 여인이 / 하아얀 냇가에 / 하아얗게 앉아'라는 동의어 반복도 생동감을 주지만 '토닥토닥 참방참방 / 뭔가 자꾸 /멀리멀리 떠나 보내고 있다' 라고 읊고 있는 마지막 구절에 와서 절창을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필자가 경북 포항의 일간신문인 경북일보「아침시단」에 매일 시 1편씩을 4년 가까이 해설과 더불어 소개한 적이 있는데, 매일 시 1편씩이니까 1주일에 5일, 5편으로 한 달에 20편의 시가 신문지상에 소개되었다. 한국의 시인들 작품도 많이 소개되었지만 특히 만주땅 등 중국에 산재해 있는 조선족 시인들 시를 100 편 이상을 소개한 것 같은데 조선족 시인들 시가 발표될 때마다 참으로 반응이 좋았다. 왜냐하면 한국시인들 시야 그게 그건데 조선족 시인들 시를 대할 때 다들 찡하게 와 닿더라는 것이었다. 즉 조선족들 생각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과 조선족 그들의 삶이 시속에 그대로 배어 있어 잊혀져가는 한국 고유정서가 되살아나는 것 같더라는 공감을 갖게 된 것이었다.

많은 조선족시인들 시 한 편 한 편을 소개하며 유별나게 한번 만나 보았으면 하는 시인이 있었으니 바로 하얼빈 유대식시인이었다. 물론 류대식시인의 시 <중앙대가에 앉아>를 대하고부터다. 하얼빈을 여러 번 간 경험도 있기에 내가 중앙대가를 잘 알기도 하지만, 여느 대도시에서나 인파의 물결이라는게 있기 마련인데 젊은 시인인 것 같은데 이토록 유장한 가락으로 시를 쓰는구나 하는 놀라움이 그것이었다. (글 : 서지월시인)

 *[동북아신문|북두성 시단]<이 시를 말한다>에 소개된 작품은 한 권의 책으로「한중 현대시선집」으로 출간됨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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