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동포문인협회 성좌문학사 시특집 1

▲ 황해암 시인
[서울=동북아신문] 벽체

황해암


팔 벌리고
다리 벌리고
차디찬 벽에
나를 붙인다.

눈 감고
귀 막고
입 닫고
벽지가 된다.

팔이 처지고
목이 기울어지고
다리가 흔들리고
허리가 물앉는다

나는 벽이 되고 싶지만
태생이 벽이 아닌걸.
난  뼈와 살이 있어
아프다

나는 벽이 되고 싶어 하지만
내 뼈와 살은  투정한다.
아프다고

결국 난 아픈데
아프지 않고
아프면 안 되고
아파야 할 이유조차
만들기 힘들다. 

 
오솔길
 


매일 
살아  숨쉬고 
흔들리고  움직이는
숲 속을 가로 지른다.
숲은 
사계절  언제나 
우거지고 
생기가 차넘치고
울긋불긋  다채롭다.
지상에서 지하로
다시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만의  오솔길은 숲을
가로 지른다.
온갖 나무와 꽃과 풀들이
흔들리며 내 곁을
총총히 스쳐 지나고
가다 보면 
옹달샘 냇물도 시원하게
흐른다.
매일 숲속을 가로 지른다
매일 나도 그 속에
한그루 나무가 된다.
시간의 레루 위에
흔들리는 숲
한포기 풀이 되여
살아간다


 

쉄 없이 나를 흔들어
넌 쉄 없이 나를  흔들어
흔들어...
내가 녹아내리면
너의 품으로 스며들고 잦아들라고
쉄 없이 나를 흔들어

알아
알지만
난 나 일수 밖에 없어.
내 뿌리는 깊숙이  내려고
널리 퍼져
너를 한품에 안았나니

바다야
네가 나를 품은 게 아니라
네가  내 가슴에 담겨 있단 걸

너는 모르리
작은 내가 넓은 너를 떠날 수 없는 건
내 작은 심장 하나 
너의  가슴 한가운데
꽂혀 있기 때문 이란 걸

황해암 약력
시인/재한동포문인협회 시분과 부장, 동포문학 시부문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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