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철 프로필: 길림성 서란시 자경툰 출생. 재한동포문인협회 운영위원회 부회장, 현재 경기도 기흥시. 1990~1992년 북경무장경찰, 2002~2007년 대련 외국어강사,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단편소설 '1987년 귀향길(처녀작)', '눈은 올해도 내린다'. '사랑꽃 한 묶음', '신병련 에피소드' 등 발표
그림자

누가 어느 각도에서 비쳐주느냐에 따라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상과 포부의 폭우가 지나가고외소와 환멸의 불행을 느낄 쯤짐승의 허울을 벗겨와살아남기 법을 익혔다 중천에 걸린 따사로움은한줌의 기장으로 나를 배반하였고지평선 위에 머리를 내민 태양은길게길게 내 허영심을 채워주었다 내 아픈 가슴을오로지 한 가지 방식으로 연출하는 너하얀 겨울이 오면바람같이 사라진다  마음대로 창문을 열고 메시지하나 보낸다"이름이 닮았군요,가슴사이즈 훈훈한데요" 창문이 열리고 음성 하나가 들려온다"외로우시나 봐요겨울인데 눈이 안 내려요한강에 가 보시죠" 뉴스에 쿨쩍이고날아오는 총알대신 맞고 쓰러지고 싶다앉았다 선 자리에 하트하나만 남겨두고 무지개  샤워하고 붓을 드니넌 일곱 가지 색깔이라고 말 한다비 내린 듯 너의 피부에입술 자국이 그려진다 꽃동산이 보이고가방매고 학교 가는 내가 보인다시냇물에 발을 담그니엉덩이 큰 아지매 빨래망치소리 들려온다편지도 여러 장 많이 썼다늦잠 자는 바람에 차 시간을 놓칠 뻔 했다드디어 너한테서 답장이 왔다 땀에 젖었는데도 상쾌하다네가 있어 행복해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구름 개인 그림 속 거닐어본다   차 고독을 풀어헤치며 가라 앉는다입술에 와 닿기 전까지 열매아닌 부챗살로 이 한 몸 우려낼 때사각 모퉁이 올라서서 손짓하던 엄마 혀끝으로만 맛볼 수 있는 너의 향기혈관에 뿌듯이 저장돼 있어 자꾸만 자꾸만 그리워지는 그 냄새오늘도 빈잔 들고 서성거린다  파도 사나이 밀당으로대지는 오르가즘을 느낀다 거칠어지는 호흡 속에서생명 하나 잉태되고 여자는 몸을 풀어구름 한 송이 허공에 걸어놓는다 혈육의 정이 그리워손을 뻗어보는 몸부림 한 폭의 삶의 그림이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