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련옥 수필가
[서울=동북아신문]7월은 나에게 잔인한 계절이다. 7월에는 많은 꽃들이 피어 나는 데 그 중에는 능소화가 절정을 이룬다. 능소화를 보면 5년전의 아픔이 고스란히 기억의 빗장을 열고 튀어 나와 마음이 무거워진다.

 5년전 4월의 어느 날, 병원으로부터 유방암진단을 받았고 그때가 마침 능소화가 가득 피어 있을 무렵이였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게 아마도 그런 것이리라….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고 나는 순간 가장 가까운 남편부터 내 주위 모든 사람들 한명한명씩 원망하다가 나중에는 자괴감에 들었다. 내 인생 수레바퀴는 어디서부터 잘못 돌아간 걸까.

한번쯤은 이렇게 글로서 이 힘들었던 시간들, 이겨냈던 시간들을 돌이켜 보고 싶었다.

5년의 투병생활이 없었다면 삶과 죽음에 대해서 지금처럼 많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시간들을 받아 들이고 지나왔기에 나는 오늘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보람찬 인생이란 어떤 것인지 고민해 보게 되었다. 아픔만큼 성숙해진 그 시간들, 5년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암진단을 받는 순간,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지 않았던 죽음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인생 다 못 살고 이렇게 곧 가는 건가…두려움과 공포가 순간 순간 나를 찾아왔다. 나의 아픈 육신과 함께…과연 누가 죽음앞에서 담담해지고 초연해질 수 있을까…

항암 2차를 마친 어느 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데 머리카락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베개수건 위에 떨어졌다. 치료 끝나면 다시 자란다는 누군가의 귀띰도 아무런 위안이 되지 않았고 처음 겪는 나는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졌다. 동네 미장원에서 삭발하는 데 어디서인가 꾸역꾸역 모여든 슬픔의 조각들이 비수처럼 마음을 찔렀고 나는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려야 했다.

5년의 투병생활로 나는 좀 더 성숙된 자세로 내 인생을 마주하게 되었다. 살다 보면 심각한 상황이란 없다. 심각한 것은 바로 그 상황을 받아 들이는 우리의 마음가짐의 빛깔이리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인 것처럼 살자.

올해 핀 능소화 어쩐지 더 찬연하게 아름다울 것만 같다.

#  본 작품은 2017년 7월12일 KBS방송국 한민족방송에 방송됨, 우수작으로 평선됐음.

 송연옥 프로필
1973년 흑룡강성 계서시에서 출생, 필명 송 이. 중학시절부터 작품 발표 시작, 각종 간행물, 방송 등에 60여수(편)발표, 흑룡강조선족창작위원회 회원, 북방문단 흑토문학상 수상, 다인집“흑룡강땅에 핀 야생화”(한국 초지일관출판사)등이 있음. 흑룡강신문 산동지사에 근무. 2008년부터 한국에서 거주, 현재 재한동포문인협회수필분과장, 전자상거래 사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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