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4월의 어느 날, 병원으로부터 유방암진단을 받았고 그때가 마침 능소화가 가득 피어 있을 무렵이였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게 아마도 그런 것이리라….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고 나는 순간 가장 가까운 남편부터 내 주위 모든 사람들 한명한명씩 원망하다가 나중에는 자괴감에 들었다. 내 인생 수레바퀴는 어디서부터 잘못 돌아간 걸까.
한번쯤은 이렇게 글로서 이 힘들었던 시간들, 이겨냈던 시간들을 돌이켜 보고 싶었다.
5년의 투병생활이 없었다면 삶과 죽음에 대해서 지금처럼 많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시간들을 받아 들이고 지나왔기에 나는 오늘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보람찬 인생이란 어떤 것인지 고민해 보게 되었다. 아픔만큼 성숙해진 그 시간들, 5년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암진단을 받는 순간,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지 않았던 죽음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인생 다 못 살고 이렇게 곧 가는 건가…두려움과 공포가 순간 순간 나를 찾아왔다. 나의 아픈 육신과 함께…과연 누가 죽음앞에서 담담해지고 초연해질 수 있을까…
항암 2차를 마친 어느 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데 머리카락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베개수건 위에 떨어졌다. 치료 끝나면 다시 자란다는 누군가의 귀띰도 아무런 위안이 되지 않았고 처음 겪는 나는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졌다. 동네 미장원에서 삭발하는 데 어디서인가 꾸역꾸역 모여든 슬픔의 조각들이 비수처럼 마음을 찔렀고 나는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려야 했다.
5년의 투병생활로 나는 좀 더 성숙된 자세로 내 인생을 마주하게 되었다. 살다 보면 심각한 상황이란 없다. 심각한 것은 바로 그 상황을 받아 들이는 우리의 마음가짐의 빛깔이리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인 것처럼 살자.
올해 핀 능소화 어쩐지 더 찬연하게 아름다울 것만 같다.
# 본 작품은 2017년 7월12일 KBS방송국 한민족방송에 방송됨, 우수작으로 평선됐음.
송연옥 프로필
1973년 흑룡강성 계서시에서 출생, 필명 송 이. 중학시절부터 작품 발표 시작, 각종 간행물, 방송 등에 60여수(편)발표, 흑룡강조선족창작위원회 회원, 북방문단 흑토문학상 수상, 다인집“흑룡강땅에 핀 야생화”(한국 초지일관출판사)등이 있음. 흑룡강신문 산동지사에 근무. 2008년부터 한국에서 거주, 현재 재한동포문인협회수필분과장, 전자상거래 사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