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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시/하나 김택]나도 사랑시를 쓰고 싶다(외5수)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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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3  20: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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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명 임금철, 중국 연변작가협회 회원, 재한 동포문인협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동시집"이슬",  시집 "고독 그리고 그리움" 출판
나도 사랑시를 쓰고 싶다  
                  

 나도 사랑시를 쓰고싶지만
 현실은 피를 쓰라 한다
 나도 꽃피는 봄과
 황금의 가을을 쓰고싶지만
 현실은 피 비린내 풍긴다.

저기 저 출근하는 사람들
 내 눈엔 죄다 피방울로 보인다
 여기 저기 다쳐서 피 흘리는.

땅 밑에 반쯤 파묻힌
 손바닥만한 세집은
 종일 볕도 들지 않는데
 그곳에 리산가족 외국인
 탈북자 미성년 가출자 미혼모들이
 서로 서로 쌓이고 쌓여
 짓뭉개져 피 터지고

 낮이면 생계 위해 뛰여다니다
 밤이면 피곤을 잡아 뜯으며
 피를 찍어 글을 쓰는 나도
 결국 한 방울의 피.

질병 실업 강간 살인 자살.
한장의 납품서를 둘러싸고
 한반도의 서해안은 지금
 무형의 칼을 휘둘러 댄다

 여기까지만 해도 당신은
 벙어리라도 귀머거리라도
 가만 있지 않고
 이 시대에 무겁게 드리운
 침묵을 갈기갈기
 쪼개고 찢을것이다.

나도 사랑시를 쓰고 싶다만
 오늘도 하늘이 터지도록
 피를 쓸것이고
 나도 봄가을을 시로 쓰고싶지만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쓰고 있다.

 

나는 쇠가루를 마신다   

 그라인더 돌려
 반짝반짝 빛이 나는
 고운 눈동자는
 회사와 제품에 양보하고
 서해바다에까지
 흩날리는 쇠가루를
 커피에 타서
 나는 지루함을 마신다.

량심 한점 없이
 빼빼마른
 손가락질에 억울해
 하다가도

 나의 뒤통수를 더욱 아프게
 손가락질 하는
 어릴적에도 못 배운
 그 욕질엔 다시
 격분을 타서 마신다.

나는 하루아침에도
 내국인이였다
 외국인이 되였다 하는
 카멜레온같은
 신세에 슬픔을 타 마신다.

백두산 칼바람엔 
따뜻함과
 그리움을 타 마신다.

마시고 마셔 인젠 더
 마실수 없어
 도로 토해낸다
 지루함과 억울함과 격분과
 슬픔과 그리움을 토해
 거기에 붓을 찍고
 자랑스럽지 않게 모국에서
 눈물의 시를 쓴다.

 

생산 라인  

여러 나라의 여윈 사람들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비싼 설비를 대신해
 싸구려의 두손을 내들었다

 그 위로 천이백도 알루미늄이
 부글부글 끓으며 쏟아진다
 그 위에서 쇠덩어리 쪼개지며
 빛나는 제품으로 바뀐다
 그 위에서 쾅 쾅 프레스 노래부르고
 그 위에서 전자품이 총싸움 하고
 그 위로 쌍용자동차 웃으며 씽 씽

 한 손이 닳으면 다른 손이 교체되고
 한 얼굴이 짤리면 다른 여윈 얼굴이
 똑ㅡ같이 웃으며 들어와 서있다

 그 손과 얼굴들은
 낮이건 밤이건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놀려야만 했고
 손쉽든 힘들든 가리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야 했다
 피로 물든 납품서
 금빛 뿌리는 저 앞까지

 지치더라도
 죽더라도.

 

망치와 마우스  

망치와 마우스를
 련결한 가는 선우에서
 나는 전류를 느껴
 팍 팍 튄다
 일에 지쳐 멍든 가슴
 병원에 눕혀놓고
 그것을 그린다
 끓는 피로 물든 빠알간 마우스

 망치와 마우스를
 련결한 가는 선우에
 숱한 목숨들이 줄지어
 매달려 있다
 굶주림에 입을 짝 짝 벌린
 새끼를 위한 목숨들
 그것을 그리는 마우스는
 제정신 아니고 뿌리 날 지경
 그렇게 한해 두해 지나간다

 망치소리는
 가슴 가슴을 누르고
 오늘도 울고 있는 마우스는
 피를 토하며
 고향을 바라본다.

 

밝은 달빛은 슬프다
     

밝은 달빛이
 윙 윙 돌며 멈출 줄 모른다
 밝은 달빛이
 망치 들고 밤 가는 줄 모른다
 밝은 달빛이
 흘리는 땀에는 피 즐벅하다
 밝은 달빛의
 끊어진 손가락에서는
 조상의 숨결이 아파 한다
 밝은 달빛이
 웃는 웃음은 웃음이 아니고
 여린 살점들이 금속에 짖눌려
 가루가 되고
 독약이 되고
 죽음이 되고
 귀신이 되고
 바람이 되고
 흰 나비 되고
 씨앗이 되고
 삐뚤어진 열매 되는
 무성의 힘이고
 과정이고
 방향이고.

밝은 달빛은
 슬프다.

ㅡ시화공단에서

 

 피 묻은 시

다 낡은 대장간
 기계가 시 쓴다
 스트레스에 취한 손발과
 버둥질 하는 지친 몸
 돌아가는 기계속에서
 피 떨구는 시 꺼낸다

 뻐얼건 시는
 납작한채로 신음하고
 돌아가는 기계는
 걸음 재촉하기 급하다

 차가운 금속이
 딱딱한 바닥에 부딪치며
 녹쓴 음악 감상할 때
 피묻은 시들은
 하늘의 뜨거운 태양과
 고요한 별빛에 숨 한 번
 쉬여 본다
 칠색의 꿈 한 번 꾸어 본다

 기름에 절어
 너덜너덜한 시상은
 지지리 긴 밤에
 두만강 마셔보고
 진달래꽃에 앉아
 어머니도 그려본다

 기인 한숨은 또다시
 기계에 소재 집어넣고
 뻐얼건 시 길게 뽑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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