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희 수필가, 전동포모니터링단장, 재한동포문인협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서울=동북아신문]출입국 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의하면 2017년 2월말 현재 체류외국인은 1,986,353명으로서 국적별로는 중국이 50.4%(1,001,311명)이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는 것이 외국인에 의한 범죄이다. ‘외국인 범죄(율)가 늘어난다,’ ‘외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의 범죄 율 보다 높다’, ‘중국인의 범죄율이 높다’, ‘외국인 범죄로 인해 복지비용이 늘어난다.’ 등등이 그 예이다. 분명 이러한 예들 중에는 진실도 있다. 문제는 자신의 논리와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자기 나름대로 여러 종류의 범죄통계를 이용하지만, 빈약한 통계에 의지하거나, 자기 입맛에 맞게 가려 쓴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 범죄에 대해 ‘진실’은 알리고 ‘오해’는 불식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기간 시계열로 볼 때 체류외국인의 증가와 더불어 외국인 범죄건수가 증가해온 것 은 사실이다. 사람 수가 증가하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범죄건수는 인구수에 비례해서 언급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범죄유형별로 인구수에 비례하여 언급되어야 하며, 장기적인 측면도 고려되어야 한다. 범죄 건수만을 비교하여 그것이 사실인양 과장하거나, 호도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5년 IOM이민정책연구원의 통계에 의하면 범죄건수로는 중국인에 의한 것이 가장 많 다. 가장 많은 체류외국인이 중국 출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별 체류인구비례로 범죄건수를 비교하면 범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중국이 아니라 몽골>미국>캐나다>러시아>태국>파키스탄>우즈벡>중국이다. 내국인 범죄율과 비교해보면 중국인의 범죄율은 0.57배의 수준이다. 그럼에도 범죄 캐릭터에는 조선족이 선두로 그리고 어김없이 단골로 나온다. 한국의 영상물들에서 조선족은 주로 돈을 위해서는 범죄도 서슴지 않는 폭력적 존재로 묘사되면서 조선족=범죄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2010년 방영된 영화 ‘황해’에서는 죽은 자의 손가락을 끊는 청부업자 조선족 ‘구남’과 도끼로 사람을 죽이고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대가리는 남겨두고 나머지는 개를 줘라’는 조선족 브로커 ‘면가’가 출연해 보는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2012년 영화 ‘신세계’에서 살인청부업자들인 한 무리의 연변거지들은 우스꽝스러운데다 잔혹하기까지 한 조선족들이다. 때 자욱이 꾀죄죄한 차림새에 시종 멍청한 표정들,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듯 공항에서 허둥대고, 남의 집 제사 집에 가서도 게걸스럽게 상차림의 물건들을 손으로 집어먹는다. 하지만 살인에 들어가서는 네거리에서도 천연덕스럽게 총질을 하고 여자를 잡아서는 피투성이로 만들어 드림 통에 구겨 넣을 만큼 그 누구보다 잔혹하다.  

2013년 영화 ‘아수라’에서 나오는 조선족과 중국인은 인간으로서 하기 힘든 범죄를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는 ‘해결사’ 등으로 등장한다. 2015년 말에 방송된 sbs 드라마 스페셜 ‘리맴버’-아들의 전쟁 9회에서 손등에 전갈문신을 새긴 30대 조선족 청부살인업자가 등장하며 2016년에 방영된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는 집주인의 아이를 유괴하는 중국인 여성 한매가 등장한다.

비단 한국의 영화뿐 아니라 개그프로나 버라이드 쇼에서도 많은 연예인들이 조선족의 어눌한 말투를 모사하는 것을 특기로 삼고 있다. 개그프로 “황해”에서도 조선족 비하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그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의 소설작품도 마찬가지이다. “테러의 시”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조선족 제니는 창녀로 등장하는데 아비에게 팔려 섹스클럽에서 매춘부가 됐다가, 과외 교사와 눈 맞아 도망쳤다가, 목사와 눈이 맞아 임신까지 했다가, 영국인 애인과 달아난다는 설정이다.  

더 황당한 것은 영화 ‘황해’의 나 홍진 감독이 “영화 속에 나오는 조선족의 범죄는 모두 실화”라고 매스컴에 전했으며 “다소 과격하게 비쳐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이 영화의 본질은 조선족에 대한 애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반대로 조선족동포를 철저하게 타자화하고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것은 실제 조선족들의 삶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지금까지 재한조선족은 남들이 꺼려하는 3D업종에서 육체노동자로만 인각되어 왔다. 지금까지 조선족 노동자들은 그 동안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 가족들에게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건설과 현장 컨테이너 막사에서, 두 사람이 누우면 앉을 자리도 없는 ‘벌집’ 다락방도 마다 않으면서 격동의 진통기를 겪어왔다. 진한 구슬땀, 억척스런 지혜, 분투의 정신으로 이제는 위풍당당하게도 명문대 교수, 공무원, 기업가, 연예인, 사회활동가 등 각 부문에서 맹활약하면서 한국사회에서 그 위상과 역할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고뇌와 열악한 환경 하에서 일궈낸 대감동의 서사시는 생명력 넘치는 교과서로 재한조선족동포들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에게도 귀감의 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금은 위로가 되는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도 있다. 2008년에 상영된 이한나 감독의 영화 “슬리핑 뷰티”에서는 밀입국해 한국의 어느 치벽한 시골에 와서 집주인의 폭력에 으스러져 가는 조선족 처녀의 모습을 연민의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 2005년에 상영된 영화 “댄서의 순정”은 언니대신 가짜 비자로 한국에 나간 조선족이 한국의 무용계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는 설정이다. 2013년에 방영된 JTBC 드라마 '밀회'에서 조선족 식당 아줌마는 돈을 벌기 위해 식당을 전전하지만, 재벌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자신의 뜻과 생각에 따라 단박에 거절할 줄 아는 인물로 부각되기도 했다.  

2015년 영화감독 김기덕의 “메이드 인 차이나”는 지난 2010년 한국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극화됐다. 중국산 장어 속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는 중국인 첸과 식약처 검사관 한국인 미의 충돌과 욕망을 그리면서 중국산에 대한 한국인의 차별을 노골적으로 그려내 중국산에 대한 고민과 한국, 중국 두 나라의 사람들이 국적을 넘어 인간으로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 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으로 달려온 70만 조선족들, 하지만 그들이 직면한 것은 영화 속과도 같은 몰리해와 편견의 세계였다. 그 찰나의 등장임에도 어김없이 폄하와 조롱의 대상임을 면치 못한다. 영화에서 조선족이 담당하는 역은 한결같이 청부 살인자, 보이스피싱, 창녀가 전부이다. 게다가 용모가 괴상하고 복장이 남루하고 말씨가 어눌한 바보, 못난이, 반편, 얼간이, “쫌 모자란 놈”으로 나온다.

2011년 MBC ‘위대한 탄생’의 중국 오디션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한 가수 백청강의 부모가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양꼬치 가게를 개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백 씨를 비하하는 글이 인터넷에 쏟아졌다. ‘조선족이 하는 가게라 인육으로 만든 양꼬치를 팔 거 같다’ ‘가게에 가면 나도 인육꼬치가 될까 무섭다’며 일부 누리꾼들은 조선족을 멸시하는 비방을 퍼부었다. 상처를 받은 백청강씨는 “비록 조선족이지만 제 안엔 한민족의 피가 흐릅니다. 조선족을 너무 미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는 부탁의 글을 남겼다.  

소수자들이 저지른 범죄를 다수인들의 범죄로 혹은 대표성적인 조선족의 이미지로 몰아가는 것은 야비한 짓거리이다. 조선족들의 임금체불, 노동력 착취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현상들, 열심히 살아가는 조선족들의 모습, 혹은 조선족들 중에 우수한 인재들을 한국의 스크린에서 소재로 다룬다면 더욱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 예능프로에서 연이어 이어지는 조선족 비하, 이제는 그 수위를 넘기고 있다. 같은 한민족이라면서 선행하듯 자주 던지는 “작은 돌멩이”에 개구리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온 몸에 멍이 들고 뼛속까지 아픈 상처가 남았지만 정작 파문을 일으킨 이들은 영화다, 오락쇼다, 웃음으로 봐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장난으로 던진 “작은 돌멩이”가 그들에게는 즐거울지 모르지만 그것이 “흉기”가 되어 “개구리”들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이들의 상처가 정녕 이유 없는 아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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