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약소집단에 대한 왜곡매도 행위 국가가 책임져야

▲ 김정룡 : 중국동포타운신문 주간, 중국동포사회문제연구소 소장
[서울=동북아신문]"여기(대림동) 조선족들만 사는데 여권 없는 중국인들 많아서 밤에 칼부림이 자주 나요. 경찰도 손 못 대는 무서운 곳이오.”

영화 ‘청년경찰’에 나오는 택시기사의 대사이다. 이 한 마디 대사 때문에 동포 최대 밀집지역인 대림동은 졸지에 범죄소굴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 화면에 조선족 폭력배들이 개돼지처럼 한 방에 수십 명 잠을 자면서 범죄를 일삼는다. 한국인에 비춰진 조선족의 모습은 한심한 더럽고 누추한 거지떼들이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조선족 범죄조직이 인신매매한 어린 소녀들을 폐건물에 감금한 장면은 물론 그 곳에서 난자를 채취하는 내용이 비교적 상세하게 그려져 조선족은 정말 추악하고 악랄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영화는 영화일 뿐 별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2010년 영화 ‘황해’는 영화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소위 대한민국 공영방송인 KBS가 ‘황해’라는 제목으로 조선족 보이스피싱 범죄를 그린 코미디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오랫동안 방송했다. 한국에서 최고 엘리트에 속하는 00한국 교수 분이 조선족 지성모임에서 “당신네 조선족은 왜 보이스피싱 범죄가 그토록 성행하고 있는가?”라고 말한다. 욕은 듣는 사람이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그 장소에 있은 조선족이 마치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교수가 이러할진대 일반 국민들이 ‘황해’ 프로그램을 보고 조선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답은 빤하다.

영화 ‘황해’(2010), ‘신세계’(2013), ‘악녀’(2017)에서는 모두 조선족이 살인을 일삼는 인물로 등장했고 ‘차이나타운’(2015), 조선족이 장기매매를 일삼는 폭력조직으로 등장했다. 올해 추석연휴를 맞아 가리봉을 배경(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구로4동이 배경으로 등장한다고 한다)으로 조선족 폭력조직을 소탕하는 영화 ‘범죄도시’가 10월 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조선족을 모티브로 한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들이 조선족을 어떻게 생각할까?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은 중국동포와 대림동을 범죄 온상으로 설정한 데는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미국영화도 냉전시대에는 항상 적군은 러시아였다”는 감독은 “‘신세계’ 이후 조선족이 적으로 나오는 영화가 늘었는데, 어떤 편견을 갖고 있지 않고 영화적인 장치일 뿐”이라고 밝혔다.

정말 한심하다. 감독의 조선족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 수준이라니?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적대관계 패턴을 조선족을 한국인의 적으로 설정하는 동일한 패턴으로 영화에 끌어들이다니? 

‘황해’부터 조선족을 범죄 집단으로 그리는 영화들이 지금까지 여러 편 나왔고 공영방송까지 조선족을 비방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되었으나 재한조선족사회는 침묵하고 있었다. 요즘 ‘청년경찰’이 상영됨과 동시에 이번에는 더는 참을 수가 없어 지난 8.28 조선족사회가 기자회견을 갖고 거센 항의에 나섰다. 주최측 주요 요구사항은 영화감독 사과이며 재발방지대책이다.

지금까지 한국 언론매체들이 재한조선족사회를 망쳐놓았고 이에 상업목적으로 조선족을 ‘악의 축’으로 설정하고 왜곡 매도하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는 데는 대한민국 국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왜 존재하는가? 국가가 왜 필요한가? 국가의 존재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으나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백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즉 백성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국가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전에는 전쟁, 약탈, 자연재해, 질병, 의외사고 등 여러 가지 현상이 내포되어 있고 평화시대에는 백성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조선족을 끌어안아야 할 백성인가? 아니면 그냥 여느 외국인 취급하는가는 것이다. 만약 외국인 취급한다면 크게 시시비비가 일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여느 외국인이든 왜곡 매도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그렇지 않고 조선족을 진정 동포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 백성의 일부분으로 인정한다면 지금처럼 언론 매체와 영화들에서 왜곡 매도하는 행위는 절대 안 된다.

중국이 만약 화교, 화인 집단을 상대로 왜곡 매도한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있을 수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계인을 한국처럼 대하지 않고 중국 화교, 화인 정책 버금가는 일련의 제도를 마련하고 실시하고 있다. 조선족을 중국이 화교, 화인을 대하는 것처럼, 일본이 일계인을 대하는 것처럼 대한민국도 조선족을 두 나라와 같이 같은 맥락으로 대한다면 지금과 같이 언론 매체와 영화들이 앞장서서 동포를 범죄 집단으로 만들고 도무지 상종 못할 인간무리로 그리는데 앞장서지 못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몇 몇 영화감독의 개인 문제가 아니라 전반 대한민국이 조선족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다. 한국정부가 앞장서 조선족을 동포로 끌어안아야 하는 존재로 인정하고 언론 매체나 영화들에서 조선족을 왜곡하고 매도하는 행위에 대한 브레이크를 건다면 작금의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고 앞으로 다시는 유사 행위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으나 거꾸로 지금처럼 한국정부가 손 놓고 있으면 문제해결이 지지부진할 것이고 앞으로도 유사행위가 계속 발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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