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연옥 프로필: 1973년 흑룡강성 계서시에서 출생, 필명 송 이. 중학시절부터 작품 발표 시작, 각종 간행물, 방송 등에 60여수(편)발표, 흑룡강조선족창작위원회 회원, 북방문단 흑토문학상 수상, 다인집“흑룡강땅에 핀 야생화”(한국 초지일관출판사)등이 있음. 흑룡강신문 산동지사에 근무. 2008년부터 한국에서 거주, 현재 재한동포문인협회수필분과장, 전자상거래 사업자.
 [서울=동북아신문]마당에 툭- 감이 떨어진다. 익기 시작한 감은 떨어지는 순간 깨여져 주황색 속살이 터져 나온다. 마당에 감 세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해마다 이맘때면 감나무잎과 함께 감이 마당에 떨어진다. 이 계절이 되면 우리 부부는 일상중에 한가지 일이 추가된다. 바로 마당쓸기이다.

감나무잎이 크고 나무가 세 그루인데다가 나무가 크기 때문에 매일 한번이나 두 번은 마당을 쓸어야 한다. 주인집 내외가 2층에 살고 우리가 1층에 사는 데 어찌 생각해보면 마당을 사용하는 사용료같은 거라고 해 두자. 가끔은 귀찮을 때도 있다. 아직은 낮에 더위가 있어 반팔이나 반바지를 입고 일 하면 모기가 물기에 모기향은 필수로 피워 놓고 쓸어야 한다. 잠시 잠깐이라도……. 가끔 우리집에 놀러오는 지인들은 산이라는 자연경관과 마당, 텃밭을 가지고 있는 것에 부럽다고들 한다. 물론 얻는 것이 많다. 마당에서 식사도 하고 차 한잔 하고 음악 듣고 수다 떨고…… 텃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로 식탁이 풍성해지고 봄, 여름, 가을을 자연속에서 지낸다는 것 역시 축복이다. 하지만 불편한 것도 감수를 해야 한다. 오래 된 주택이다 보니 화장실, 욕실도 밖에 있고 여름이면 벌레의 습격에 항상 대비를 해야 하고 장마철에는 습기와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은 게 있기 마련, 여름의 불편함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기다려질 때면 다 잊으니 또 한해를 보낼 수 있는 면역력을 그때 키우는 것 같다.  언제 마당을 쓸어봤을까…… 시골에 살 때는 어린 시절이라 쓸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기억에서 잊혀진 마당쓸기를 한국의 서울에서 체험하고 있으니 기분이 묘할 때가 많다. 우리집 청소 담당은 남편인지라 대부분 그이가 쓸고 나보고도 그만두라고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비자루를 들게 된다. 대충 쓰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쓸고 난후의 기분이 좋아진다. 사르륵사르륵 소리내며 비자루의 끝에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쓸려가는 낙엽, 그 낙엽을 보며 청소의 즐거움과 가을이라는 계절과 단풍이라는 색채도 느껴본다.  가을에 많은 사람들은 수확을 생각한다. 자연속의 많은 현상이 그리 말해주기 때문이다. 봄에 파종을 하고 가을에 수확을 하듯 우리네 인생도 젊을 때 뿌리고 나이 들어 거두어 들인다. 그런데 나는 요즘 마당을 쓸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굳이 가을이 수확의 계절이여야만 할까...농작물같이 익는 농사는 그렇다쳐도 마음속에 가을은 내가 마음 먹기에 따라 또 다른 시작일수도 있을 것이다.  마당을 쓰면 낙엽으로 덮혔던 공간이 새로운 모습으로 드러난다. 새로운 모습이라기보다 낙엽이 내려 앉기전 모습이리라…그래도 그 시간 그 공간은 한번뿐이니 새로운 모습일수도 있을 것이다. 마당을 쓸며 내 마음의 먼지도 쓸어 본다. 빗질 한번에 마음 한번 쓸고 빗질 두번에 마음을 두번 쓴다. 누군가에게 담았던 서운함, 미움, 원망 등을 쓸어내고 용서와 이해를 그 자리에 담아 본다. 마음이 편해진다. 미움의 상대가 변한 건 아니고 변한 건 내 마음뿐인데 마음이 행복해진다. 마음을 청소하며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내일을 시작한다면 가을은 또 다른 시작인 것이다.  항상 스타트가 늦어 막바지에 힘을 내 일등을 쟁취했던 학창시절 백미터달리기가 생각난다. 출발이 좀 늦으면 어떠하리…… 출발이 늦다고 자신을 원망하기보다 목적지를 바라고 더 힘을 내 뛰어가면 될 것이다. 모름지기 우리 마음 또한 시작과 과정, 결과라는 것은 내가 정하는 법, 이 가을에 수확다운 수확을 못했다면 새로운 시작으로 출발선에 서 보자.  가끔은 하늘도 쳐다 보고 코스모스 보며 잠시 쉬어가기도 하자. 내 방과 몸을 깨끗이 하듯이 마음도 비워서 깨끗이 해 보자. 비우고 희망, 믿음, 사랑을 담아 보자.  늦은 기상을 하고 문을 여니 오늘도 먼저 마당에 낙엽이 반겨준다. 쓸어달라는 듯이 누워 있다. 그 낙엽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가을은 가을인데 이 가을이 작년의 가을은 아니고…마당 쓰는 나도 작년의 내가 아니다. 내가 오롯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내 마음 뿐, 오늘도 마음을 청소하며 시작하자……. 가을비가 내린다는 예고에 맞게 하늘이 무겁에 내려 앉았다. 비가 내리기전에 마당을 쓸어야겠다. 나에겐 매일 매일이 시작이다. 그 시작을 마당쓸기부터시작하자……. 감나무잎이 다 떨어질 때까지 마당쓸기는 계속된다.  2017년 10월 10일 내곡동 자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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