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제4회 효사랑문학 공모 대상

▲ 변창렬/시인, 재한동포문인협회 상임부회장, 중국조선족 중견시인, 두만강문학상, 동포문학 대상 등 수상 다수
[서울=동북아신문] 연변에서 진행한 '제4회 효사랑문학 공모'에서 변창렬의 시가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에 본지는 그의 시 2수를 싣는다. 수상을 축하드린다.

소와 아버지

변창렬

소의 눈에는
아버지의 타다 남은 담뱃불이
아직도 타고 있었다

아버지와 소는 형제가 되어
마주서서 속심말까지 나누고 있었다
아버지는 담배 피우시고
소는 그 담배불을 새김질 하고
이렇게 수년을 엉켜 다닌 친구였다

소는 아버지의 담뱃불만 봐도
아버지의 속을 알아챘고
아버지는 고삐를 소머리에 얹으실 때마다
소의 지친 눈길을 미리 아셨다 한다
아버지는 소가 되려고
소의 성질을 익혀 두셨고
소는 아버지를 닮으시려고
아버지 손등을 핥기도 하였다

아버지께서 소수레위에 쓰러졌을 때
집앞까지 모셔 온 소였다
소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아버지 담뱃불만은 익히고 있어
그대로 껌뻑이고 살아 온 것이다

소는 울지도  웃지도 않는다
울면 담뱃불이 꺼질가 안타까워 했고
웃으면 힘든 아버지 불쌍해서 였다
소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워
새김질하면서도 자주 게끼였었다
담배냄새는 죽어도 구수하다는

 

바람

 

고개 숙이고 걸어가셔도
바지가랭이에 날파람 이는 당신
나뭇잎 마른 풀들이 마구 번져지고
산등성이 넘는 그림자에서도
꼿꼿한 떡갈나무까지도 휘여 졌지요

등짐 지고 가시는 당신께서는
노을을 업고 가는 그 자세였지요
담배 한 모금 사이에
산 하나 훌쩍 넘으시던 당신
이 아들놈 눈에는 바람이였어요
온종일 쉴새없는  돌개바람이였지요

저 멀리 하늘에서
불어 오는 바람소리도
전에 그대로 날파람 일고 있네요
언제나 눈앞에서 휙휙 지나 갑니다

그래서인지
이 아들놈 가는 길에도
바짓가랭이 찢어 지는 
돌파람소리 뿐입니다
당신의 날파람이 저의 족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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