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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전유재] 잊혀진 계절 외 5수
유재전  |  15643325757@16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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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8  14: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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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유재: 중국 소주 常熟理工学院 外国语学院 朝鲜语专业 교수/ 한국 숭실대학교 현대문학 박사졸업/ 재한동포문인협회 해외이사
[서울=동북아신문]  잊혀진 계절
 
머물다간 기억에
며칠씩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뒤덮었다 간혹 잘 익은 단풍의 내음이 나기도 했다
기억은 맑은 날 잘 모를 이유로 계속해서 울기만 하던 당신의 슬픔 같기도 했다
 
그건 감기처럼 느닷없이 와서 막을 수가 없었고 가끔은 열병처럼 시달려야 하는 그 무엇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찾지 않은 곳에 미리 가서 기다리던가 애써 그대로 간직해두고자 했지만 이미 원래의 빛깔이 아니었던 적도 더러 있었다
 
다만 분명한 건
그들이 잊혀진 계절 어딘가에서 한 철 꽃으로 피어난 적이 있었다는 그것뿐이다
 
2017.11.18
 
 
오래된 돌다리
 
다리를 건너
佳人은 강
저편으로 사라졌다
 
켜켜이 쌓인
발자욱 퇴적층에
푹푹 무릎 빠진다
 
피고 진 인연의
계단에
두텁게 낙엽 깔렸다
거스를 줄을 몰라
물결은
아래로 아래로 흐른다
 
2017.11.11
 
 
 
토담집 처마밑
 
먼 곳의 기억은
가까운 추위에 자주
얼었다 시래기는
 
푸르다가 누래졌고
허우적거리는 날이
많았다 볏짚 끈에
묶여 매달린 채
해가 비치면
간혹 씩 부스러졌다
 
토담집 떠난 한겨울
올려다본 처마 밑
제비둥지는 비어있었다
 
2017.11.05
 
 
 
남포등 아래에서
 
엄마가 무릎 깁던
그 옛날 바느질
씨실과 날실의 갈무리
 
내 헤어진 평안의 옷
남루하게 펄럭이는 밤
관절에 찬바람 스미면
무엇으로 기울까
남포등 아래 무릎 부위
둥그런 실의 연륜
낡은 바지에 새기며
 
아 손길 지나간 옛 소리
 
2017.10.31
 
 
갈대숲
 
키 높이 자란 갈대
물을 꽉 뒤덮은 채
 
좀 춥군요
 
눈길이 겨우 미치는 곳에서
갈색과 흰색은 뒤섞였다
 
음 좀 춥군요
 
날이 거뭇거뭇 흐리는 동안
바람은 계속해서 불었다
 
그녀의 뒷편을 갈대가 날았다
 
과거는 등 뒤에서 흔들리겠지
숱한 술을 한 뼘씩 뽑아올리면서
 
갈꽃이 날려 물과 뭍의
경계에 떨어지면
새로 자라나는 건가요 갈이
 
답을 몰라 침묵했다
 
갈대숲에 곧 비가 내릴 것이다
 
2017.10.29
 
 
떨어진 머리카락
 
청소하다 마주치는 머리카락
긴 것이나 짧은 것이나
계속 자라다가 떨어져 나와
나중에 꼭 한 매듭지어야 할
용서 같았다 쓸려나가는
용서 같았다 사람이 아니라 시간에게 받는
용서 같았다 일어난 만큼 마무리도 있어야 할
용서 같았다 깨끗하게
용서 같았다
쓸리는 소리 자르륵 번지고
서로에게 엉킨다 달라붙는다
정리해야 할 때가 되어서야 눈여겨 보게 되는
한 올 한 올이 검게 빛난다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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