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유재: 중국 소주 常熟理工学院 外国语学院 朝鲜语专业 교수/ 한국 숭실대학교 현대문학 박사졸업/ 재한동포문인협회 해외이사
[서울=동북아신문]  잊혀진 계절  머물다간 기억에며칠씩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뒤덮었다 간혹 잘 익은 단풍의 내음이 나기도 했다기억은 맑은 날 잘 모를 이유로 계속해서 울기만 하던 당신의 슬픔 같기도 했다 그건 감기처럼 느닷없이 와서 막을 수가 없었고 가끔은 열병처럼 시달려야 하는 그 무엇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찾지 않은 곳에 미리 가서 기다리던가 애써 그대로 간직해두고자 했지만 이미 원래의 빛깔이 아니었던 적도 더러 있었다 다만 분명한 건그들이 잊혀진 계절 어딘가에서 한 철 꽃으로 피어난 적이 있었다는 그것뿐이다 2017.11.18  오래된 돌다리 다리를 건너佳人은 강저편으로 사라졌다 켜켜이 쌓인발자욱 퇴적층에푹푹 무릎 빠진다 피고 진 인연의계단에두텁게 낙엽 깔렸다거스를 줄을 몰라물결은아래로 아래로 흐른다 2017.11.11   토담집 처마밑 먼 곳의 기억은가까운 추위에 자주얼었다 시래기는 푸르다가 누래졌고허우적거리는 날이많았다 볏짚 끈에묶여 매달린 채해가 비치면간혹 씩 부스러졌다 토담집 떠난 한겨울올려다본 처마 밑제비둥지는 비어있었다 2017.11.05   남포등 아래에서 엄마가 무릎 깁던그 옛날 바느질씨실과 날실의 갈무리 내 헤어진 평안의 옷남루하게 펄럭이는 밤관절에 찬바람 스미면무엇으로 기울까남포등 아래 무릎 부위둥그런 실의 연륜낡은 바지에 새기며 아 손길 지나간 옛 소리 2017.10.31  갈대숲 키 높이 자란 갈대물을 꽉 뒤덮은 채 좀 춥군요 눈길이 겨우 미치는 곳에서갈색과 흰색은 뒤섞였다 음 좀 춥군요 날이 거뭇거뭇 흐리는 동안바람은 계속해서 불었다 그녀의 뒷편을 갈대가 날았다 과거는 등 뒤에서 흔들리겠지숱한 술을 한 뼘씩 뽑아올리면서 갈꽃이 날려 물과 뭍의경계에 떨어지면새로 자라나는 건가요 갈이 답을 몰라 침묵했다 갈대숲에 곧 비가 내릴 것이다 2017.10.29  떨어진 머리카락 청소하다 마주치는 머리카락긴 것이나 짧은 것이나계속 자라다가 떨어져 나와나중에 꼭 한 매듭지어야 할용서 같았다 쓸려나가는용서 같았다 사람이 아니라 시간에게 받는용서 같았다 일어난 만큼 마무리도 있어야 할용서 같았다 깨끗하게용서 같았다쓸리는 소리 자르륵 번지고서로에게 엉킨다 달라붙는다정리해야 할 때가 되어서야 눈여겨 보게 되는한 올 한 올이 검게 빛난다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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