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 보며 생각하며- 류재순의 미국탐방기4

[서울=동북아신문]광활한 모하비 사막
이번 미국 여행에서 가장 주된 스케줄은 가족 여행지로 결정한 옐로스톤캠핑카 여행이다.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우리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토랜스에서 온 가족이 차를 타고 장거리 여행길에 올랐다. 옐로스톤으로 가는 길은 긴 노정이어서 모하비 사막을 가로질러 라스베이거스 등 많은 관광지를 경유하게 된다. 우리는 라스베이거스를 지난 후부터 캠핑카를 탈 계획이었다.

▲ 여호수아나무
줄을 그어놓은 듯이 조금도 휘어듦이 없이 북으로 북으로 아득히 뻗어나간 국토 15호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시내를 벗어나자 앞 시야에는 달리는 차량들 외에는 아무것이 볼 것이 없다. 지평선 끝으로 달리는 감각이었다. 얼마를 달렸는지 드디어 도로 양옆에 광활한 모하비 사막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시에나바다 산맥에서 콜로라도 평원까지 뻗어 있다는 무려 65,000K㎡의 광활한 사막 - 우리의 감각으로 말하면 캘리포니아 주에서 라스베이거스 까지 한눈 가득 안겨오는 풍경이다. 그러나 우리 눈앞에 펼쳐진 사막은 기존 우리의 상상처럼 풀 한 포기 없는 완전 모래사막이 아니었다. 전형적인 산악분지 지형이어서 군데군데 식생이 분포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 특수 건조 지역에서 강한 생명력으로 메마른 사막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억센 작은 초목들이 듬성듬성 황량한 벌판에 무늬를 만들고 있었다.

그 초목들 속에는 죠수아 트리라고 하는 십자가 모양의 유명한 선인장들이 그 키 낮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잡초들 속에서 키 자랑을 하고 있었다. 낮에 불같이 뜨겁고 밤엔 무섭게 추워지는 이모하비 사막의 혹독한 생태에 적응하느라 나무 모양은 그로테스크한 모양? 메두사처럼, 말미잘처럼 동화극에 나오는 그림 같았다. 옛날 궁지에 밀렸던 모르몬교들이 콜로라도 강을 건너 이 척박한 사막에 들어섰을 때 목은 마르고 밤이 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숨을 거두기 일보 직전인데 누군가 그들의 팔을 이끌어 데리고 가 물 있는 곳을 찾아주어 살게 되였다는데 아침에 해가 뜨면서 보니 그것이 바로 사람 아닌 한 그루의 나무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나무는 일명 여호수아 나무라고도 하는데 그 뜻인즉 ‘인도자’라는 뜻이라고 하였다. 성경에 나오는 모세의 후계자로 이스라엘 민족을 거느리고 가나안 땅으로 들어간 지도자의 이름이기도 하다. 참 신기한 전설을 안고 살아가는 나무다.

한참 달리다 보니 차창 밖으로 시커먼 현무암들이 구릉과 산 능선을 이루며 무덕무덕 지나간다. 아마도 그 옛날의 화산 폭발의 흔적들일 것이다. 지루한 풍경이 계속되는 중 저 멀리 길고 긴 구렁이 같은 것이 도로와 평행선을 이루며 서서히 기어가는 것 같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바로 철길 위에서 달리고 있는 아주 기다란 화물차였다. 무려 40여 개의 차량을 단 무지긴 화물차다. 그 길이가 1.6M나 된다는데 주의 깊게 살펴보니 그런 차량들이 가끔가끔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사막의 평원지대에서는 붕사, 산화 칼륨, 소금이 채취되며 금, 은, 텅스텐, 철 등도 적지 않게 채굴되고 있다고 하였다. 저 분주한 물류현상은 이 불모의 땅 밑에 숨어있는 풍부한 자원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 젤리지오호텔 앞의 화려한 분수쇼
한참을 달리니 현대차의 모하비 주행시험장이라는 팻말이 보이는데 그것을 보며 애들이 하는 말이 항공우주센터도 이 사막에 있는데 개인 자가용 비행장으로서 새로운 항공기 비행, 훈련장 겸 항공 조종사 양성지라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비행기 무덤”이란 곳도 있는데 몇 십 년 째 메마른 기후를 이용해 미국은 물론 전세계 여러 나라들의 비행기 중고품과 폐쇄 품들이 찾아와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였다.

갑자기 차에 앉은 다섯 살짜리 외손녀가 “저것 봐!”하고 소리쳤다. 거대한 네모형의 눈부신 반사경의 모습이 하늘 반공중에서 번뜩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태양광 발전소인데 세계 최대 태양열 발전소로서 그 크기가 잠실 운동장의 35배나 된다고 하였다. 우리는 모두 눈을 떼지 못하고 태양열 발전소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발전량은 연간 392와트라고 애들이 폰을 뒤적이며 얘기했다. 즉 해당 14만가구의 사용량이라는 것이다. 발전소에는 태양열을 반사하기 위한 저런 거울이 347,000개나 설치되어 있다 하여 나는 믿기지 않아 다시 잘 읽어 보라 할 정도였다. 우리 눈에 보이는 저런컴퓨터로 통제되는 반사경들이, 약140미터 높이의 탑에 햇빛을 보일러로 반사시킨다는 것이다.

그것이 태양열이 강한 낮 시간에는 최고 섭씨 588도까지 올라간다니 생태계의 위협도 문제점이라고 보였다. 그 옆으로 뿜어 반사되는 열 근처로 지나가는 그 어떤 조류나 생물들도 금방 타 죽을 것이다!
이렇게 뜨거운 태양열 발전소가 있는가 하면 사막의 더운 공기와 태평양으로부터 불어오는 찬 기류와의 생성으로 세찬 바람이 사막에 일기도 하는데 차를 타고 가다가 보면 수백 개가 넘는 하얀 프로펠러가 좍 널려 천천히 돌아가는 그 모습이야말로 또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저 풍력 발전기 하나만 해도 10억이 넘는다는데 저런 게 사막에 5,000여 개라니!

아주 오래 전엔 바다였지만 화산 활동과 콜로라도 강의 퇴적 작용, 그리고 태평양 서북부의 특수 기후에 의해 불모의 사막이 되어버린 이곳에 인간들은 지혜와 꿈과 땀으로 거칠고 야성 충만한 대자연을 인류의 순 복덩어리로 변신시켰다.

▲ 라스베이거승 실내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곧이어 내리막 구릉지, 길가의 높고 낮은 언덕 아래로 또다시 광활한 평원 지대가 펼쳐진다. 벌판엔 모두 목초지로 덮여있다. 늦여름인데도 그 목초들은 초록색이 아니라 누런 마른 풀들 같았다. 여기서 생산되는 목초는 살짝 말려서 비닐로 봉하고 질소를 넣는다고 한다. 목축의 사료뿐만이 아닌 발효와 정제를 시킨 후의 목초의 용도는 상상 밖일 것 이란 걸 생각해본다.
정말 또 한참을 가니 초목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벌판 여기저기에 소떼와 말 떼들의 방목 장면이 눈에 띄었다. 여기가 사막 지대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녹색지대는 점점 더 짙어진다. 완전 초록색 농작물들이 탐스럽고 어여쁜 자태로 차창 밖으로 펼쳐진다. 각종 야채, 그밖에 오렌지, 포도, 아몬드, 등등의 농작물들이 휘휘 돌아가며 뿌려대는 수많은 스프링클러들의 시원한 물세례를 받으며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사막하면 끝없는 모래 평야와 모래언덕, 물을 실은 낙타가 터벅터벅 힘겹게 걸어가는 모습만 상상 해 오던 나로서는 생각밖의 세상모습에 다시 한 번 눈을 크게 뜬 셈이다.

라스베거이스(LAS VEGAS)
깎아지른 듯한 누렇고 불그스름한 석토로 이루어진 절벽 계곡 길로 고속도로는 계속된다. 곧 부서질 듯한 돌들과 붉은 바위산들이 수백 년의 변모의 전설을 장엄히 과시하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에 다 와 갑니다.” 사위가 운전석에서 알려준다.

라스베이거스- 전번에 그랜드캐년에 갈 때도 들렸었는데 내가 캐년에 대한 환상에 젖어 이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에서 좀 오래 놀다 가자고 하는 애들의 의사를 모두 막아버렸었다. 사막 한가운데 신기루처럼 만들어진 이 도박과 환락의 불야성-세계의 명성 높은 라스베이거스!

차가 서서히 도시에 들어서면서부터 첫눈에 안겨오는 크다란 건축물의 현광 판-“멋진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 오신 것을 환영 합니다‘란 영문판 글들이 두 눈에 안겨왔다
.스트립댄서들로 가득 채운 고급호텔과 화려한 천국 같은 풍경이 벌써 예사롭지 않았다. 그리고 “트럼프”라는 이름의 호텔도 눈에 확 안겨온다. 트럼프의 금융계에서의 위력을 보아낼 수 있었다.
주차장에 들어서서 주차를 위해 지하부터 위로 빙빙 돌아 올라가며 자리를 찾는데 도저히 빈자리라고는 눈에 띄지 않는다. 7층에 이르러서야 겨우 자리 하나를 발견하였다. 도대체 이 도시에 몰려드는 사람 수는 얼마나 되는가? 후에 들은 얘기지만 연간 이리로 몰려오는 관광객은 4500만 명 이상이라 한다.
1905년에 사막 위에 자리를 잡았고 1911년에 도시로 자리매김하면서 미국에서 애틀랜틱시티와 함께 유일하게 도박이 허용된 이 352㎢ 면적의 그리 크지 않은 도시의 입으로 이렇게나 많은 용량이 밀려들어 가다니!

▲ 호텔의일각

저녁이 되어서 우리는 미리 예약해놓은 호텔로 들어갔다. 그런데 우리의 예약실은 다른 별관으로 바뀌어 졌다고 하였다. 별관으로 힘겹게 찾아가 문을 열고 보니 이런, 침실, 샤워 실…… 모두 우리 예약 해놓은 기준치와 달랐다. 그런데다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아주 오래된 초창기의 호텔 같았다. 사위는 화가 나서 책임자에게 전화를 했다. 딱한 상황이 생겨 이렇게 재 조정했으니 일부 환불해 주겠다고 하였다. 예약규칙을 함부로 변경시키고도 전화를 걸기 전까지 아무 해석도 없었다는 점이 우리를 몹시 화나게 하였다. 우리는 곧바로 사장에게 직통전화를 걸었다. 몽땅 환불 받고 다른 호텔로 자리를 옮기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그러자 상황을 알게 된 사장은 바로 직원을 사직시키고 오늘밤 무료 숙식에다 다음 번에 우리의 예약대로 4성급 무료 숙박까지 약속하였다. 이렇게 되고 보니 우리의 마음도 가볍지가 않았다.
파리 뉴욕 베네치아 로마 리오 등 세계 모든 도시를 한곳에 모아놓은 것 같은 지구상의 유일하게 점 찍힌 도시라는 의미를 새김질하며 이 자유왕국의 밤을 산책하였다.도시의 중심가이자 최대 유통지역으로 15㎞정도 거리의 메인스트리트에는 최고의 볼거리, 럭셔리한 카지노 호텔, 쇼핑몰들이 즐비하다. 이집트의 스핑크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프랑스의 에펠탑, 리틀베네치아 곤돌라투어 등의 대형 조형물들, 벨라지오 호텔앞의 화려한 음악 분수쇼,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모여 드는 ”태양의 서커스“ 지구상에서 가장 큰 170 미터 높이의 하이롤루와르레브쇼, 미스트어쇼, 비 한 방울 안 내리는 이 도시엔 도처에 녹색 식목이 무성할 뿐만 아니라 하늘, 먹구름, 천둥, 비, 이런 신비한 것들도 머리 위에서 진짜처럼 사람을 현혹시킨다.

세계 최고 수준의 레스토랑도 아주 합리적인 가격에 경험할 수 있으며 명품부터 아울렛 까지 선택의 폭도 아주 다양하다. 쇼핑과 엘티비티가 모두 어우러진, 그야말로 완벽한 엔터테인먼트의 도시다. 듣자 하니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대형호텔 10개중 6개가 라스베이거스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호텔 값은 주말 빼고는 상대적으로 싸다.

즉 카지노 빼고는 라스베이거스 모든 물가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고 비교적 저렴하다. 말하자면 도박 하나로 승부를 걸며 도시를 충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카지노 안에서는 칵테일, 맥주, 콜라, 모든 음료가 무제한무료다. 호텔들은 모두 특별한 테마를 가지고 있는데 카지노에 들어서면 아찔한 복장의 아가씨들이 사면팔방에서 춤을 추고 서빙을 하고 딜러를 본다. 문제는 뷔페로 가려 하든 쇼핑을 하려 하든 호텔 밖으로 나가려 하든 모두 카지노를 지나가야만 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숙박객은 본의 아니게 하루에도 수 차례 카지노의 화려한 분위기와 마주치게 된다는 것이다. 백화점 쇼핑몰 심지어 에스컬레이터까지 모두 카지노 중심으로 돌고 있다. 일단 손을 대면 처음엔 기필코 따게 되는 운세에 걸려들어 작은 슬롯머신 게임에서 10분~15분 하게 되면 야금야금 돈이 다 나가게 되는데 다 털려도 별로 슬프지 않은 묘한 기분과 새로운 야심이 차오르면서 더 큰 것에 손을 대게 된다. 이 도시는 이혼수속이 또한 세상 가장 간단한 것으로 유명한 ‘이혼도시’이기도 하다 이혼을 원하는 부부들이 미국 각지에서 모여든다고 한다.

▲ 류재순 소설가/재한동포문인협회장

나도 한국 서울에 있을 때 강원도 정선에 들어가서 체험 차 작은 슬롯머신에 손을 댔었는데 운 좋게 첫 판에 8만원을 땄다. 더 놀고 싶은 욕망이 솟구쳐 올랐다 그러나 체험 차 왔다는 깨달음을 하며 나는 돈을 호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줄행랑을 놓아 그 돈으로 저녁밥을 사 먹었다. 밥을 먹으며 창 밖을 보니 전당포들이 줄지어 있었다. 돈을 다 잃은 후에는 시계나 반지를 들여대서라도 돌아 갈 차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곳 정선에도 온 들판에 차량들이 꽉 들어차 주차 할 자리를 찾느라 근 한 시간 친구와 빙빙 돌던 기억이 떠올랐다. 일확천금의 꿈은 누구나 다 가질 수 있으나 거기서 살아남는 행운아는 얼마나 될까?
라스베이거스, 아이러니한 인류 현대 문명의 도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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