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 신문사소개 | 기사제보
최종편집 2018.2.22 목 19:30
특별기획
[박연희 칼럼]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다독이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2.04  18:24:2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박연희 수필가, 전동포모니터링단장, 재한동포문인협회 운영위원회 부회장
[서울=동북아신문]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다독이며 우연하게 집안 청소를 하다 보니 크고 작은 거울이 비좁은 옥탑 방에 여섯 개나 되었다. 화장실, 복도, 거실 등 거울이 없는 곳이 없었다. 몇 개를 골라 밖에 내다 버렸다.

얼마 후 거울가게 앞을 지나다가 큰 거울이 버려진 것을 보자 참지 못하고 또 집으로 들여왔다. 거울이 너무 커서 집안이 꽉 차는 느낌이 들어 다시 버리려고 거울을 들었더니 도저히 가파른 계단을 내려갈 수 없이 무거웠다. 별 수 없이 나머지 작은 거울들을 버리고 큰 창문과 맞먹는 거울로 벽 한쪽을 채웠다.

거울 속에는 화내는 내 모습도 있다. 때로는 일터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거울 앞에서 풀어낸다. 파출을 나갔다가 만났던 기분 나쁜 상대를 그려보며 혼자말로 중얼거린다. ‘네가 뭐가 그리 대단해서 나한테 훈계하는 거야. 만약 내가 너처럼 3년을 그곳에서 일했으면 너보다는 훨씬 나았을 거야’ 때로는 가정부로 일하는 주인집 마누라를 빗대고 이렇게 말한다. ‘나한테 주는 밥 한 끼를 그렇게 아까워하는데 내가 더러워서 내일부터는 맛있는 도시락을 사 가지고 다닐게’ 방송인으로 일했던 내 과거를 깊숙이 묻어버리고 생소하고 힘든 3D업종에 적응하기 까지 나는 거울과 많이도 씨름을 했다.

거울 속에 웃는 모습과는 달리 화내는 모습은 내가 보기에도 너무 무섭고 싫었다. 애써 마음을 눅잦히며 심호흡을 한 후 거울을 행해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본다. 쓴 웃음이라 그런지 썩소에 가까웠다. 다시 시도해본다. 여러 번 반복했더니 드디어 살짝 입 꼬리가 올라가며 어색했지만 웃음기가 돌기 시작했다. 거울 속 화내는 모습에서 나는 자신을 반성하고 격려하기도 한다.

거울 속에는 슬픈 내 모습도 있다. 쉰이 넘은 중년여자의 몸은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갑상선, 빈혈, 갱년기, 골다공증 등 병마들이 내 몸을 번갈아 파고들어 아픔으로 일그러진 내 얼굴표정을 거울에서 볼 때면 이런 독백을 한다. ‘아직은 쓰러지면 안 되지. 좀 더 힘내자. 파이팅’ 거울 속에서 힘 빠진 내 얼굴을 보는 것이 왠지 슬프다. 약보다 더 좋은 방법은 매일 걷기를 견지하는 것이라고 의사가 권했다.

하루 한 시간 아침 일찍 일어나 걷기운동을 시작한지 일 년이 지났다. 건강용품과 화장품도 사들이고 헤어스타일도 바꾸고 옷도 신경을 쓴다. 비로소 거울 속 내 얼굴은 다른 사람한테 너무 미안한 얼굴은 아닌 듯싶어 안도의 숨이 나온다. 거울 속에서 내 모습이 서서히 변해가고 있음에 나는 늘 감사한 마음이다. 거울 속에는 웃는 내 모습이 있다. 열심히 돈을 벌기 위해 출근길에 오르기 전에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고 옷매무시를 점검한다. 퇴근하면 바로 컴퓨터에 앉아 메일을 체크하고 인터넷에서 시사를 보기도 하며 신문지상에 보낼 고민상담 이야기와 수필, 수기, 칼럼들을 마무리 하고 새 글들을 구상하기도 한다.

여행은 삶의 활력소이자 글의 소재를 얻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제주도, 남이섬, 파주, 강릉 등 여행준비를 위해 거울 앞에서 옷을 벗었다 입기를 반복한다. 협회행사를 위해 전화기를 부지런히 돌리기도 하고 여성단체모임에 중국음식을 만들어 가기 위해 바닥에 밀가루를 흩날리며 반죽을 한다. 중국연변의 38여성축제의 기억이란 주제발표와 재한동포여성단체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하기 위해, 한민족 그리고 조선족이라는 TV대담프로에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거울 앞에서 자신이 작성한 문서들을 읽어 보면서 억양을 조절하고 얼굴표정도 다듬어 본다. 거울 옆 작은 흑판에는 매달 일정이 빼곡히 적혀있다. 거울 속에 비춰진 이런 내 모습에서 나는 늘 자신심을 얻는다. 남북문화행사에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옥탑방에서 워킹 연습을 했는데 세발을 걸었는데 바로 거울 앞이었고 되돌아서서 워킹하려니 옥탑 방이 경사도가 너무 심해서 한쪽으로 쏠려서 워킹연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같이 연습하여 행사 마지막에는 제법 그럴 듯한 모델모습이 나왔다. ‘거울아 이게 다 네 덕분이다’라고 말하면서 나는 혼자 낄낄 웃었다.

거울에 집착하는 이유를 찾아보았다. 남성의 힘을 과시하는 하드파워의 무기가 칼이라면 거울은 여성을 행복으로 빛나게 만드는 소프트파워(매력으로 얻는 능력)의 무기이다. 누가 보고 있지 않아도 열심히 한결 같이 살아가는 모습을 거울은 언제나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내가 살아온 생애의 궤적과 내가 품고 있는 마음을 거울은 고스란히 그대로 보여준다. 거울에 비친 활기찬 모습에서는 힘을 얻게 하고 주눅이나 화난 얼굴에서도 훌훌 털고 일어나게 하는 마력의 힘을 거울은 가지고 있었다. 내가 힘들어 할 때도 거울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면서 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변함없이 응원을 보내주는 든든한 벗이 되어 주었다. 거울은 자신에게 비친 모습을 상대방에게 여과 없이 되돌려 준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 늘 힘을 내며 밝고 건강하게 웃는 모습, 타인을 아끼고 배려하는 모습을 거울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다시 내어준다. 이를 통해 거울에 비친 자신을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언제까지고 힘을 북돋아 준다. 똑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 마음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따라 행복이 내 것이 될 수도 있고 남의 것이 될 수도 있다.

인생이라는 길을 걷다보면 비를 흠뻑 맞는 날도 있고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에 흔들려 쓰러질 때도 있다. 사람은 고난을 맞이하면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비관해 좌절해버리거나 스스로를 더욱 단련시켜 강해지거나. 많은 사람이 그런 경험을 통해 난관에 직면하고 실패를 이겨내는 지혜를 터득해간다. 한국이라는 낯 설은 땅에서 고단하게 펼쳐지는 인생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가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거울, 그리고 아침마다 보는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부디 주위 사람들까지도 행복하게 만드는 얼굴이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스스로 다독여 본다.

<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향단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방예금 칼럼]중국동포사회 변화를 위한 뜻 깊은 모임 많이 가졌으면
2
[박영진 수기] 재수 없던 날, 그리고 따뜻했던 감회
3
[인물]회화와 조형의 예술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젊은 작가 홍경원
4
‘당신에게 세계인의 마음이 갑니다 !’
5
[박영진 수필]공감
6
[시 특집]이명철/홍연숙/백운/이다연의 근작 詩
7
[박영진 수필]2018 무술년 황금개 띠해 단상
8
[허인 단평]인내의 통찰로 빚어 낸 난세의 시중지도
9
재한동포문인협회, 2018 맞이 이사회 개최
10
[글 / 최세만]'쇼'에 살기도 하는 인생
신문사소개구독문의광고후원회원/시민기자가입기사제보제안/제휴안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0-824]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2동 1024-21 | 대표전화 : 02-836-1789 | FAX : 02-836-0789
등록번호 113-22-14710  |  대표이사 이동열 |  E-mail : pys048@hanmail.net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동열
Copyright © 2004 동북아신문.∥dbanews.com의 모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