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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박영진 수필]공감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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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4  0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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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진 :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수필/수기 수십 편 발표.
[서울=동북아신문]우리 회사 회의실벽에는 '공감'이라고 쓴 큰 액자가 버젓이 걸려있다. 우리 회사의 사훈이다. 매번 회의실에 들어설 때마다 나는 이 액자를 보면서 깊은 공감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공감이라는 사훈의 뜻이 무엇인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공감에 전혀 관심이 없는 눈치들이였다. 사장님과 공장장님이 공감을 언급하면서 회사 전원이 서로 합심하여 공감대를 이루고 공감하고 공조해야 만이 회사도, 그리고 우리들도 다 같이 공생할 수 있다고 설교하지만 모두들 한귀로는 듣고 다른 한귀로는 내보내며 그야말로 소귀에 경 읽는 노릇이었다. 십여 명 되는  한국인들은 주로 관리직을 맡고 육칠십 명 되는 외국인근로자들은 생산직에 종사하는데 모두가 그저 일을 쉽고 편하게 하면서 돈을 많이 벌려고만 한다. 서로 쉽고 힘 안 들며 편하게 돈 많이 벌수 있는 검사장 같은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물고 뜯고 아귀다툼을 하며 관리자들에게 로비도 주고 (성 로비 포함) 그야말로 꼴불견들이여서 눈이 감기고 기가 막혀 죽을 지경이다. 회사를 제집처럼 사랑하고 아끼며 성심성의로 열심히 일해서 회사와 더불어 공감하고 공조하면서 공생을 도모하려는 올바른 생각은 꼬물만치도 없고 그저 눈치만 보고 잔꾀만 부리려고 한다. “회사가 부도나려면 나라. 나는 나대로 다른 회사를 찾으면 그만이다”라는 배부른 배짱이고 얄팍한 속셈들이다.  

전라북도 김제시 만경읍 대동공단에 위치해있는 우리 회사는 자동차 자동제어기계장비 및 관련부품을 가공하여 전주 팔복동산업단지에 있는 유명한 대기업인 셰플러코리아에 납품하는 협력업체중소기업이다. 2005년에 세워진 회사는 처음 몇 해는 호황기를 누리다가 2008년 가을 미국 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줄곧 불황을 겪어오다가 또 회사내부의 여러 가지 경영상불찰 등 원인으로 인하여 이제는 거의 부도직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동안 구조조정도 여러 번 단행했지만 근본적인 큰 문제는 해결할 수 없어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잔꾀를 부리고 농땡이를 치는 숱한 사람들이 쫓겨 회사에서 나갔고 눈치만 보고 쥐처럼 얄팍한 수를 쓰는 장자가 붙은 관리자들도 거의 대부분 잘려나갔는데 5년 전 내가 입사했을 때 회사에 있던 사람들이 이젠 불과 이십 명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동안 회사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내가 이사한 방만 해도 네 번째 방 그리고 나와 한방을 쓰다가 떠나간 중국 사람만 해도 9명이나 된다. 잠깐 만났다가 영영 헤어지는 다시는 볼일 없는 스쳐가는 인연들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무심하고도 무정한 인생사를 이곳에서 피부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회사의 심각한 경영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계시던 김회장(경남 창원에 집과 본사가 있음)은 마침내 한국에서도 유명한 현대기업에서 임원으로 계시던 박사장을 초빙하여 회사의 사령탑과 대표이사권한을 맡겼다. 박사장한테는 회사를 구할 수 있는 그 무슨 마법과 같은 뾰족한 수와 좋은 방도가 있을 것만 같았던 것이다. 드디어 작년 9월 7일 오전 8시 체조시간에 박사장의 취임식과 취임연설이 있었다. “우리 회사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그리고 한국인들이 함께 일하며 살아가는 다국적 다문화회사입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는 한국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한국의 법과 한국회사의 원칙과 룰에 따라주셔야 합니다. 우리가 납품하는 셰플러코리아는 일본. 독일. 미국. 중국 등 국가들에 제품을 수출하는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우리가 질 좋은 제품을 납품하면 셰플러코리아도 좋아할 것이고 우리 회사도 일이 많이 들어올 것이며 여러분들도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 서로 공감하고 공조하면서 공생하는 회사로 잘 꾸려가 봅시다!” 연설이 끝나자 우렁찬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어쩐지 회사에 좋은 일들만 생길 것 같아서 기대감에 가슴이 벅차올라 손바닥이 아플 지경으로 죽어라고 박수를 쳐댔다.

 김회장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박사장은 기업관리에 능통하고 회사경영노하우도 많으신 것 같았다. 회사에 취임한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회사분위기가 몰라보게 바뀌어 지고 회사면모도 눈에 확 뜨이게 변했다. “일류 기업, 일류 일꾼”이라는 구호를 제기하고 체조시간이 끝날 때 크게 한 번씩 부르게 했다. 간혹 며칠에 한 번씩 하늘을 쳐다보며 으하하 하고 크게 소리를 지르게 한다. 새로운 생태 에너르기와 생신한 기를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의학상에서 웃음요법이라고 한다. 그러자 아닌 게 아니라 머리가 맑아지고 몸에서는 새 힘이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박사장은 또 청소는 기본이라면서 회사환경을 깨끗하고 청결하게 탈바꿈시켰다. 몇 해 동안 한 번도 씻지 않아 기름때가 묻어서 더럽기 말이 아닌 소재박스와 제품박스들도 깨끗하게 새것처럼 씻어놓고 사용하니 우리들도 기분이 엄청 좋았다. 

사무실입구에는 출퇴근시간을 확인하는 지문인식기를 설치하여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엄격히 관리하고 체크한다. 예전에는 직장주임들이 근무시간을 체크해서 사무실에 올려갔었는데 사람이 결정하는 만큼 인위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작하여도 알 수 없어 회사에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끼치는 페단이 없지 않아 많았다. 그리고 회사의 구석구석에 감시용 카메라를 설치하여 근로자들의 작업 중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게 했다. 모든 관리자들의 휴대폰으로도 감시가 가능하게 했다. 박사장님은 생산과장에게 지시하여 모든 직원들의 얼굴을 사진 찍어 오라하고는 사람이름과 얼굴을 일일이 체크하며 익숙하게 익혀두었다. 그리고 한 달 정도는 사무실에 틀어박혀 모니터만 보면서 근로자들이 작업하는 것을 감시하는 것이었다.  

한국기업은 한국의 법을 어기면 안 된다고 박사장은 불법체류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동안 회사가 그들의 천당이고 낙원이고 보금자리였다만 이제부터는 아니라고 모두 회사를 떠나라고 하였다. 그동안 원칙이 없고 관리능력도 없고 그저 마음치레뿐인 김사장님의 애매한 태도 때문에 회사는 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다. 쉽고 편하게 돈 잘 버는 일자리는 전부 불법체류자들에게 주고 착하고 성심성의로 일하는 합법적 수속을 밟고 입사한 중국동포들은 제일 힘들고 돈도 못 버는 일만 시킨다. 피는 물 보다 진하고 형제는 남보다 낫다고 회사를 위해 애쓰는 동포들은 당연히 그럴 거라고 챙겨주지 않으니 근로적극성이 없어진다. 하여 중국동포들도 일할 기분이 안 나서 다른 외국인들처럼 잔꾀를 부리기도 한다. 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면 바보가 되니 말이다.

쉽고 편한 일을 하면서도 만족을 모르는 한심하고 미련한 불법체류자들은 지들끼리 서로 일을 적게 하겠다고 싸움하다가 신고전화를 받고 출동한 출입국사무소직원들에게 두 번이나 단속에 걸려 십여 명이나 잡혀갔고 회사도 3억 원되는 범칙금을 냈었다. 회사관리가 부실하면 별 안 좋은 일이 다 생기는 법이다.
   백락은 천리마를 알아보고 호한은 호한을 알아보며 엘리트는 엘리트를 알아보는 법이다. 유명한 대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오신 원칙성이 강한 엘리트출신인 박사장은 첫눈에 양심적이고 진심이며 성심성의로 열심히 일하는 회사의 충신인 나를 알아보고는 볼 때마다 내 어깨를 치시며 “언제 봐도 일을 열심히 한다. 우리 회사에서 제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다”하면서 치하하신다. 그러면서 함께 잘해보잔다. 자기를 믿고 따라오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체조시간에 박사장이 내 이름을 부르시면서 앞으로 나오시란다. 그리고는 <착하고 바른 일류의 사원>이라고 쓴 상패와 20만원 상금이 들어있는 돈 봉투를 수여하는 것이었다. 열심히 일하는 자 보상이 따른다면서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원을 계속 장려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더 회사전원이 힘과 마음을 다 합쳐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 공감하고 공조하면서 공생할 수 있는 훌륭한 회사로 꾸려가자고 당부했다.  

표창을 받고난 나는 죄는 지은대로 가고 복은 베푼 만큼 온다는 천리와 열심히 일하면 보상이 따른다는 도리를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고 보람차게 살아야겠다고 결심을 다지고 또 다졌다.

2018 02 06 전라북도 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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