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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글 / 최세만]'쇼'에 살기도 하는 인생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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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9  09: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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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서울=동북아신문]'홀린다' 하면 정신을 못 차리게 남을 현혹시키는 말로, '쇼' 하면 일부러 꾸며서 사람들이 믿게 하는 것으로 많이 안다. 사람은 사는 동안 시시 때때로 ‘홀리고 쇼’ 하는 모습을 본다. 어떤’쇼’ 는 정말 그럴 듯하여 사람들에게 좋은 기분을 주기도 한다.

가장 잊혀지지 않는 ‘쇼’를 본 기억이 있다. 그것은 빛 바랜 사진처럼 기억의 창고에 오래 남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벌써 2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91년 7월30일 새벽, 내가 처음 살았던 무단장 시 북부 우스훈하乌斯浑河 하류에 특대 홍수가 범람했다. 연속 사흘 동안 비가 퍼붓더니 제방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 나갔다. 제일 낮은 지대에 위치한 동네 60호(동서 마을)가구가 물에 잠겼다. 거기서 내 집을 포함한 여남은 집이 가장집물과 함께 밀려나갔다. 그래서 나에게는 진짜 옛날 사진을 찾아볼 수 없다. 조선족 학교 한쪽 사무실이 뭉텅 물에 끊게 나갔고, 운동장이 깊게 파여 들어 갔다. 사람들은 전날 저녁, 연발 총소리를 듣고, 안전지대로 대피 했기에 인명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우스훈하 강역 4백 헥타르의 수전과 밭이 물 피해를 입었다. 그 번 홍수는 우스훈하 상류에 있는 중산양저수지둑이 무너지면서 더 심했다. 그 저수지를 시찰하러 나왔던 현(군) 선전 부장이 배가 침몰하면서 40대의 아까운 젊은 목숨을 잃었다. 그 번 홍수로 목숨 잃은 사람도 여럿이 된다. 내 집 일곱 살 큰 남자애도 홍수 지나서 세번째 날, 깊게 패인 학교운동장 물 구덩이로 샌들凉鞋씻으러 내려갔다가 질식사 할 번 했다. 때마침 감자를 씻으러 나온 학교 숙소 아줌마가 머리카락을 쥐여 당기는 바람에 액운을 면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고마웠 어도 그 집 아저씨를 불러 식사 한끼 대접하고, 며칠 전에 현 우수 교사가 되어 받은 옷감 한 벌을 선물하는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고마운 마음은 가슴 깊이 새겨 두었다.    

60년 만에 있은 특대 홍수다. 우스훈하는 만족어로 '흉포한 강'이라는 뜻이다. 무단장 시 북부에 있는 제일 큰 하천이다. 38년 가을, 세인을 놀라게 했던 항일 녀 영웅- "8녀투강" 八女投江이 바로 이 강의 하류에 있는 조령刁翎 의 작목강柞木岗에서 있었던 일이다. "8녀투강"을 각색한 영화, 드라마도 여러 개 된다.

홍수가 지나 2개월 후, 시 현의 쟁쟁한 인물들이 우리 학교를 찾았다. 방송국 기자들도 동행했다. 학교 교실에서 회의(会议를 가지고, 민정보험금을 촌민(농민)들에게 나눠주었다. 사진기자들이 밀착카메라촬영 (录像)에 분주했다. 촬영이 끝난 후, 손에 쥐었던 현금을 다시 회수했다. 오늘의 말을 빌면 방송에 내보내려고 '쇼' 한 것이다. 수재가 일어난 뒤, 재빠르게 보험처리를 했다면 그것은 '쇼' 가 아니다. 뒤에서 "홀리웠네~~" 하며 하품같은 웃음을 짓는 분들도 보였다. 사전에 설명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형식' 이어서 사람들이 어리둥절했던 게다. 기실 상급에서 내려 보낸 건축 물자를 미리 받아서 간이집间易房을 지은 상황이다. 헌데 현금을 쥐고 건축자재를 샀다면, 더 좋은걸 샀을 걸 그랬다고 조금은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볼멘소리 내는 사람도 있었다. 시멘트, 목재 같은 것을 모두 현에서 통일적으로 내려 보냈다. 시멘트는 질이 떨어져 사흘 지나도 잘 굳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후, 촌장이 시현 간부들을 데리고 유일하게 내 집을 방문했다. 그때 집안 벽을 바르고 시멘트바닥을 한지 마침 사흘째 되던 날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민정 보험 없이, 재해 지원금 천 위안만 가지고 집을 짓자니 참 어려웠고, 또 시멘트는 질이 못해 사흘 되는데도 이렇게 잘 굳어 지지 않는다고 이실직고했다. 간부들이 살펴보면서 진지하게 메모를 했다. 시 인대  (지방의회 의장 해당) 주임(汉族)은 내가 말한 것을 잘 검토해 보겠노라고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당시 나는 그렇게 '높은 사람' 인데 틀 거지 하나 없이 마음이 참 따뜻한 분이라는 감촉을 받았다. 그 후 집이 무너진 사람들에게 상급에서 일천 위안 보상금을 더 내려 보냈다. 내가 말해서 그렇게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시, 현 간부들이 돌아간 이튿날, 성(도), 시 TV 신문방송국에서 그 전날 본 학교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도했다. 우스혼하 홍수피해 상황은 북경 중앙 TV 제1채널에서도 방송되었다고 한다. 그날 큰 아들애가 학교 옆에 붙은 촌사무실에서 방송을 보고 와서 깡충 대며 달려 와서 "땐스(텔레비젼)에서 아버지 봤어요."하고 천진스레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학교에 출근 하면서 간이집을 짓는데 신경 쓰느라 두 달째 방송을 못 봤다. 사실대로 말해 나는 그 처절했던 홍수에 관한 방송을 보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당시 사람들은 TV 방송도 조금은 '꾸미고 있구나' 하는 것을 체험했다. 그러되 정부가 수재민에 대한 관심과 지원만은 잊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정치, 여론 방송에 '쇼' 가 없다고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연출 무대도 마찬가지다.  '쇼' 가 없는 무대는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쇼 공연" 토크쇼도 있는 것이 아닐 까. 모든 연기 자체가 '쇼' 기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되 ‘쇼’가 현실 감각에서 과장되거나 너무 ‘허구적’ 이라면 공감이 떨어진다. 나는 드라마에서 “본 극은 순전히 허구” 라는 자막이 나오면 덮어버린다. 물론 초상권, 저작 권 분쟁을 고려해서 그렇게 한다고 알고는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지만, ‘허구’ 가 아닌 그런 인물이 역사적으로 실재했다고 믿고 극을 보는 나다. 사실에 조명하고 역동적이면서 감동적인 '쇼' 가 사람을 웃기고, 울리게 한다고 고집하는 나다. 영화나 극에서 주인공들이 (출연자) 고초를 겪으며 죽는 장면을 보면, 슬퍼하고 눈물을 자제하지 못한다. 평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진정 주인공의 불후한 운명, 아픔이 곧 자신의 불행과 아픔으로 이어진다. 그러다가도 "아니, 이것이 출연자의 '연기 쇼' 인데, 너무 비참 할 것 까지는 없지." 하고 자아 안위하면서 슬픈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그러니 인생은 ‘쇼’ 에 넘어 가기도 하고,  ‘쇼’ 하며 살기도 한다. 연세가 많이 드신 분이 "아직 대단히 젊어 보입니다" 하는 말을 들으면, 대뜸 만면에 희색이 돈다. “예전에 참 예뻤는데, 예전에 날씬 하기도 했지. 너도 세월을 비켜 가진 않았구나!" 고 하면 듣는 친구는 기분이 ‘더러웠을 게’다. 실제로 그런 것이다. 지금 회의 장소, 무대아래에서 치는 박수에 가면과 ‘쇼’가 많다고 보는 심리학자들의 분석 결과가 있다. 박수소리에 따라 현장 분위기가 열 띠고 고조에 오른다는 인간 심리를 보여주는 것이라 했다.

어쩌면 사회와 각자 인생 행로는 ‘쇼’ 에 그려지는 그림 인지도 모른다. 도화지가 아니라 입으로 두 발로 그리는 그림이다. 아,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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