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식 약력: 흑룡강조선족작가협회회원.재한동포문인회 이사. 한국 ‘문예감성’문인회 회원(수필부문 등단)글 수백 편 발표.수상작 20여 편.           
[서울=동북아신문]우리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하루를 사는 동안에도 수많은 기다림이 있다. 사거리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전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차가 오기를 기다리며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린다.슈퍼마켓 계산대에서 내 차례가 되기를 기다리고, 병원에서 진찰을 받을 때에 기다리는가 하면 건강검진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은행창구에서 내 번호를 부르기를 기다린다.

하여간 하루도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는 날이 없다시피 되어있다.이렇게 우리는 그냥 기다리는 데만 매년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모른다.그래서 누군가 산다는 것은 기다림을 만나는 것이라 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이러한 매일의 기다림은 우리를 항상 짜증나게 만들기 때문이며 무언가를 기다리려면 그만큼 신경을 써야 하고 인내심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그래서 누군가는 사소한 것 같지만 급하더라도 줄서기를 하면서 기다리는 것을 배우라고 하였다.

저번에 중국에 들어가서 그 중국 고유의 특색인 만만디(慢慢地.느릿느릿)때문에 기다림에 지쳐 짜증이 날 때가 너무 많았다.  

비행기에서 내려 비행장의 안전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는데 거의 한 시간,짐을 찾는 데서 기다리는 시간이 반시간,공항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출발을 기다리는데 반시간,이렇게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떠날 때까지 거의 두 시간을 기다림에 허비했다.

이 몇 해 한국에 나와 있느라 거기 새로 장만한 집에 여태 컴퓨터를 설치하지 않았던 터라 가던 이튿날로 컴퓨터를 새로 사다 놓고 인터넷을 가설했는데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 짜증이 자주 치밀어 오른다.그리고 컴퓨터에 한국어 자판기가 없어 인터넷에서 주문했는데 닷새만에야 배달되었다,

전해 저자의 글이 여러 편 실린 <<청년생활>>잡지를 구독하려고 은행에 가서 계좌이체로 잡지사에 송금을 하는데 한국에서 일 분이면 끝낼 수 있는 일을 여기서는 은행창구에서 내 번호를 부를 때까지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다.그리고 그 책들을 받아보는데 또 꼬박 나흘을 기다렸다.

기다리기를 싫어하고 기다림 때문에 짜증을 부리는 사람이 어찌 나뿐이랴.요즘 사람들 대부분이 좀처럼 기다림을 좋아하지 않는다.그들에게 ‘오래 참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우리 사회는 점점 이 기다림을 잃어가고 있다. 누군가 “현대인들은 기다릴 줄 아는 능력이 퇴화되었다”고 말한 것처럼 기다리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어디서든 조금만 기다려도 조금만 지체되어도 짜증을 내고 안달을 부린다 그런 예들을 일상생활에서 늘 볼 수 있다.

교통 신호가 바뀌고 나서 0.5초 내에 앞차가 출발하지 않으면 뒤차의 운전사가 짜증을 낸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3분을 넘기면 걸어서 올라간다.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5분 이상 되면 기다리던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택한다고 한다.

음식 배달이 조금만 늦어도 불평을 토한다.
외식을 할 때도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기 무섭게 음식을 주문하고는 이내 성화가 시작된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기 식으로 주문한 음식이 왜 안 나오느냐고 연신 재촉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다른 사람이야 타든 말든 그 사이를 못 기다리고 닫힘 버튼을 연속으로 누르는 것이 흔히 목격된다.

사진을 찍어도 20분 이내에 나와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즉석 사진을 찍는다.
인스턴트 식품인 라면도 모자라서 컵라면이 잘 팔리고, 5분 컵라면이 3분 컵라면으로, 이제는 전자 레인지에 데워서 ‘1분이면 OK!’ 라면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따라서 어느 식당에는 “음식을 주문 한 뒤 15분 이내에 나오지 않으면 무료!”라고 써 붙여 놓았고 어떤 피자 가게는 30분 이내에 배달이 되지 않으면 돈을 받지 않겠노라 광고하고 있다고 한다.
생활 속에서 단 `5분간의 기다림만 실천해도 삶이 한결 여유로워질 것 같은데 그게 그리 간단치 않다.이렇게.자신도 모르게 기다리는 것을 손해 보는 것처럼, 자신이 능력이 없는 것처럼 여겨버린다.

우리는 자기 앞에 있는 차를 끊임없이 앞질러 가려고 하는 운전자를 종종 보는데 많은 경우, 그렇게 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운전자에게 급한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며 단지 그 참을성의 부족이 그를 기다리지 못하도록 할 뿐이라 한다.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기다리지 못한 데서 생긴다고 한다.신호등이 바뀔 때까지2~3분을 기다리지 못해 사고가 생기고 남이 먼저 가기를 30초를 기다리지 못해 사고가 생긴다.그래서 중국에는 ‘3분을 기다릴지언정 1초를 다투지 않는다’는 구호도 제기되고 있다.
기다리는 것은 삶의 불가피한 일부분이므로 우리는 기다리는 법을 배워서 터득해야 한다. 기다림의 뿌리인 인내를 키우고 기다리는 수양을 닦아야 한다. 기다림이야말로 한 사람의 수양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기다릴 안다는 것은 성숙의 표징이다.필요할 때 참을성 있게 그리고 온화한 표정으로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은 사실상 고상함과 달관의 표징이다.

   전날 한 잡지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A선생이 어떤 경기에 참가하러 희랍에 가게 되었는데 A가 탑승한 비행기가 뉴욕에서 8시간이나 지연되었다.그 기간 A와 동행한 승객들은 너나없이 도처에서 초조히 거닐거나 혹은  불평불만을 토로했다. 오직 80세 고령의 한 여윈 희랍여사만이 앉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는데 표정이 매우 안온했으며 불쾌해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후에 비행기가 이륙하게 되여 다들 비행기에 앉았을 때 그 여사는 A를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는데 여전히 불평도 토로하지 않고 초조해하는 티가 전혀 없었으며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이 희랍에 착륙하였을 때는 출발한지 스물두 시간이나 되었는데 그 여사는 그때까지도 정력이 충족했으며 자기를 마중 나온 사람들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매우 즐거워했다.

A선생은 이 일이 지난 지 20년이 되었지만 매양 이런 일에 부딪칠 때마다 그 여사가 생각나며 온화한 마음가짐을 갖도록 자신을 깨우친다고 했다.
이 글을 읽으며 나는 자신이 매일매일의 기다림 때문에 늘 초조해하고 짜증을 부리고 불만을 토한 것들로 여간 부끄럽지 않았다.그 여사에 비해 자신의 수양이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하는 시각이었다.

그 여사는 우리 많은 사람이 이미 까맣게 잊은 사실, 즉 우리의 생활가운데 대부분의 시각은 기다림이 필요하는바 고통스레 시간을 에우기 보다는 즐거이 기다리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기다림은 어느 기구에 모종 결함이 있는 것으로서 정상적이 못 되는 생활상태라 여기고 불평을 늘어놓는다.하지만 인류는 언제나 기다려야 한다. 과학기술은 결코 우리가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주지 않으며 다만 우리가 기다리는 내용을 개변시켜줄 뿐이다. 연구학자들이 지적하기를 비록 일부 계통은 개진할 수 있으나 기다림은 영원히 우리의 생활에서 떼버릴 수 없다고 한다.

우리가 이런 사실을 접수할수록 그 희랍여사처럼 더 쾌락해질 수 있다. 생활의 일부분은 바로 기다림인바 기다림에 적응하고 기다림 속에서 생활의 기쁨을 찾자. 이왕 기다려야 한다면 마음 내려놓고 재밌게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어차피 기다려야 한다면 피곤하게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기다림을 신이 내게 허락한 휴식시간이라고 생각해보자.

 인생은 기다림이다.기다림을 즐길 줄 알아야 인생이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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