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한 마을에서 서로 이웃하고 살며 친형제처럼 오순도순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지내다가 10여년 만에, 심지어는 30~35년 만에 만남을 가졌다. 개혁개방이래 전국 각지로 흩어져 살다가 고국 땅 한국을 밟았고, 또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가족을 위해 빚을 갚고 돈을 모으며, 둔문불출한채 열심히 일해오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지난 2월 17일(토) 정오, 서울 광진구 구의동 '원조두부촌' 식당에서 중국 화룡시 前부흥촌 제3소대 30여 명 촌민들이 서로를 부등켜 안고 왁작지껄 반가움에 울먹이었다. 소문을 듣고 들어 서로가 한국에 와서 체류하고 있는 줄 대개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만기기는 처음이다. 아마 삶이란 자체가 이렇듯 이별과 상봉의 희비가 섞여 있나 보다. 누군가는 "그래도 살아있으니 이렇게 만나 보는 거다"하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사람은 동병길(남. 65세) 전 부흥촌 제3소대 생산대장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석탄화력발전소용 공기 청정 장치(출원번호 10-2017-0115608)’란 특허와 ‘건축 폐기물처리 시스템’ 특허를 따낸 現 (주)연진세대청소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그의 사적은 이미 서울의 동북아신문, 월드코리안신문, 동포투데이, 재외동포신문 등과 한국의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 등에 났고, 중국의 조글로 등 인터넷신문 등에도 실린 인물이다.  
오른쪽으로부터, 당시 서기 이진원, 부녀대장 최영자, 촬영가 민영호, 생산대장 동병길, 부녀대장 김순녀 등 순이다. 
"그러니 말입니다. 일찍 이런 장소를 마련했어야 했는데……서로가 그리움은 있어도 너무 등한시했나 봅니다. 또 그동안 먹고 살기 바빴던 것도 있고, 이제는 다들 살만하겠지요."하고 동 사장은 흐뭇해서 말했다.  당시 부흥촌의 이진원 서기(남, 71세)는 고향의 촌민들을 만나 누구보다 격동했다. 고향사랆들이 나이 많고 적고 할 것 없이, 남녀 가리지 않고 찾아와 술을 붓자 "아아, 우리 이번 만남 정말 간단치가 않아요. 이게 다들 얼마만이지?……사람이 늙으면 고향생각을 하고, 고향사람들과의 정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 이치가 있는 말이지요. 오늘의 이 만남은 전적으로 우리 동병길 사장, 그러니 동 전생산대장의 덕분입니다. 동 사장 감사해요!"라고 눈시울을 붉혔고, 김순녀 前부녀대장(63세)도 "함께 고향에서 친자매, 혹은 오빠, 동생처럼 생활하다가 시집을 가서 이렇게 뜻밖에 만나니 넘 반가워요. 마치 옛날로 돌아간 듯하네요. 전, 아마 30년도 더 된 것 같아요. 고향사람들을 본지가요……"하고 감격해 했다.  한국에 온지 23년이 된 민영호(남, 69세)씨는 촬영에 남다른 애호를 갖고 있어 중국동포들의 여러 행사에 부지런히 다니며 거의 무료로 비디오제작과 사진촬영을 해서 동포사회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고향친구 너댓명 쯤 모일줄 알았는데 이렇게 감격스러운 자리가 될 줄 몰랐다며 "정말 감격시대입니다. 모두들 만나 너무 반가워요. 너무 격동됩니다. 이런 자리가 일찍 있어야 하는데……"라고 말을 더듬었다.  
행사 주최자 동병길 사장
현재 충남 대천에 살고 있는 이영옥(여, 57세)씨와 그의 동생 이정옥(여, 55세)씨는 자매이다. 언니는 '신하식당'을 경영하고 동생은 '양평게장국'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첫 몇 년간은 한국 사장님 아래서 눈치보며 몇 푼 안되는 노임받고 고생고생을 했지만, 또 동포라고 무시를 많이 당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나와 창업을 하게 되어 뱃장이 편하다고 한다.  "장사비결이 뭐 따로 있나요? 장사란 내가 자신을 속이면 곧 남을 속이는 것이기에 양심대로 해야 고객이 생기는 것이지요"하고 언니 이영옥 사장이 말했다.  그는, 이제 여름에 가서 해수욕장이 개장되면 버스를 무료로 책임지고 내어드릴 것이니 고향사람들을 대천에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이영옥 사장네 형제는 여자로 여섯이, '6선녀'인데 이날 큰언니 이보옥도 함께 참석을 했었다.  
 충남 대천에서 '신하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이영옥(여, 57세) 사장  
 
왼쪽으로부터 세 자매인 충남대천의 이영옥 사장, 큰언니 이보옥, 충남 대천의 막내 이정옥 사장 등 순이다.
당시 생산대 부녀대장으로 있던 최정자(여, 57세)씨는 부동산쪽으로 성공한 케이스이다. 아파트 몇 채를 소유하고 세를 주면서 부동산 경영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그만한 댓가가 따라와요. 그래서 전 부지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돈을 벌어, 또 이런 장소에서 반가운 고향사람들과 만나서 마음껏 놀며 정을 나눌 수가 있지요"하고 말했다. 이외, 기자가 취재를 다하지는 못했지만 한국에서 열심히 살면서 남부럽지 않게 돈을 벌어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사는 부흥촌 '촌민'들이 많아 보였다.  식사가 끝나자 이들은 식당앞 너른 뜨락에서 정말 소중한 단체 사진을 남겼다. 이렇듯, 이제는 서로가 만나 끈끈한 정을 나누고 소통하며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좋은 만남의 장'을 만드는 것이 너무 소중하고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부흥촌 고향사람들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전 생산대 부녀대장 최영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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