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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글/박영진] 함께 사는 세상 함께 가는 길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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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3  17: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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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진 :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수필/수기 수십 편 발표.
[서울=동북아신문]전라북도 김제시 지평선산업단지에 위치해 있는 우리 회사는 자동차 자동제어 기계장비 및 관련부품을 가공하여 전주에 있는 대기업인 셰플러코리아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로서 직원이 백 명 미만인 중소기업이다. 2005년부터 생산을 가동한 회사는 처음 생겨 난데다가 또 회사경영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면서 그동안 내부적으로 구조조정도 여러 번 단행했지만 별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작년에는 큰 적자까지 냈었다.

내가 이 회사로 오게 된 것은 2012년 3월 5일, 그때 나는 이 회사에서 청소부로 일하시던 어머님과 함께 살고 싶었고, 또 이 회사에서 일하시다가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나신 아버님의 생전의 소원이 이 아들이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 때문이었다. 한국의 악덕업자들을 만나 건설현장에서 힘들게 일하고도 돈도 받지 못하는 착하고 어진 이 아들이 항상 걱정되었던 것이었다. 

내가 취직수속을 밟고 회사생활을 하여보니 그동안 부모님들한테서 들은바 있는 대로 회사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최소한 회사를 제집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도 되어있지 않았다. 작업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또 인위적인 조작실수로 숱한 불량제품이 나와도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마음이 아파하지도 않았으며 어떻게 해서라도 그저 일을 쉽고도 편하게 하려고만 한다. 그리고 한국인관리자들도 회사의 주인공다운 드높은 책임감도 없이 자기만 편하게 일은 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눈치만 살피며 자리나 지키면서 봉급을 받으면 그만이라는 눈치들이었다.  

직장생활이 개판인데 직원들의 생활관은 더더욱 말이 아니었다. 샤워실과 탈의실에도 작업화를 신고 들어가는 자가 있지 않나 남자가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용변을 보고 그것도 성차지 않아 술 처먹고 오바이트 해 놓는 자가 있지 않나 샤워실에 똥을 싸놓는 자가 있지 않나 참 한심하기가 그지없었다. 특히는 회사에서 과반수를 넘는 베트남인들이 유별나게 말썽을 일으킨다. 누가 새 작업화를 벗어놓으면 어느새 자기의 낡은 신발과 바꾸어 신고 누가 새 작업복을 씻어 밖에 걸어놓으면 인차 훔쳐가 버리고 퇴근하여 기숙사로 돌아오면 생활관안에서 음향을 엄청 크게 틀어놓아 다른 사람들의 휴식에 지장 주는 것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쩐지 이들에게는 공중도덕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나무가 크면 조용할 새 없다고 사오십 명 되는 베트남인들은 늘 사달을 일으켜 회사에서는 여간만 애를 먹지 않았다.   

회사가 지금 이 상황대로 그냥 가다가는 얼마 못가서 곧 부도날 것만 같았다. 그러면 나도 회사를 내 집처럼 생각하며 편하고 즐겁게 일하며 돈도 벌고 웃으며 살자던 나의 아름다운 꿈은 깨어지고 말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어느 날 조용히 사장님을 찾아갔다. “회사를 내 집처럼 너무너무 사랑하는 이 회사의 직원으로써 몇 가지 건의를 드리고 싶습니다. 회사에는 반드시 있어야 할 사람만 있어야 하고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은 없어야 합니다. 회사는 기업이지 보건복지부가 아닙니다. 회사에 피해를 주는 사람은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하고 회사에 특수한 공로가 있는 직원은 반드시 표창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루빨리 올바른 회사문화를 창출해내고 정착시켜야 합니다.” 나는 심혈을 기울여 고안해낸 몇 가지 효과적인 조치를 적은 건의서를 정중하게 사장님한테 드렸다. 워낙 성품이 어질고 착하며 정직하고 부지런한 나를 예쁘게 보아오신 사장님은 나의 건의서를 읽어보시더니 매우 기뻐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응, 그래 알았어! 며칠 좀 더 깊이 연구해보자꾸나!”  

며칠 후, 회사식당 내 게시판에 우리 회사의 세 가지 원칙과 10개 규칙(룰)을 적은 공지문이 나붙었다. 회사의 원칙: 첫째, 회사를 내 집처럼 사랑하고 사장님을 아버지처럼 존중하며 회사의 관리일꾼들을 어머니처럼 따른다. 둘째, 회사동료들을 친형제자매처럼 생각하면서 화기애애한 회사분위기를 조성한다. 셋째, 주인공다운 높은 책임감을 지니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한다. 회사의 규칙: 1, 작업시간을 엄격히 준수한다. 2, 인위적인 실수로 불량제품을 내오면 절반은 본인이 배상한다. 3, 술 마시고 출근하면 엄중경고 한다. 4,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못한다. 5, 싸움을 하면 퇴사조치 한다. 6, 남자가 여자화장실을 사용하면 안 된다. 7, 기숙사에서는 작업화를 벗고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 8, 매일 자기가 일하는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9, 작업시간에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다. 10, 담배는 지정된 장소에서 피운다.   

그날 오후, 회사에서는 전체 직원들에게 이를 위반했을 때 달갑게 처벌받겠다는 각서를 받아냈다. 그 후로 한동안은 회사의 상황이 많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반년 후, 어머니가 사정이 있어서 중국으로 귀국하게 되자 회사에서는 더는 청소부를 두지 않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직원들에게 당번을 짜서 기숙사청소와 현장 화장실을 맡겼다. 회사의 사정이 어려우니 경비라도 좀 절감하려는 것이었다. 그러자 모두들 불만이 꽉 차서 제대로 자기 당번을 지키지 않았다. 회사가 어려우면 함께 공감하고 같이 공조하여 회사에 조금이라도 도움주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자기만 편하고 제 돈만 잘 벌면 된단다. 기숙사청소는 서로 감시하고 독촉하여 그런대로 잘 돼가지만 현장화장실 청소당번은 그야말로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청소당번들이 누구도 청소를 하지 않아 더럽기 말이 아니었고 늘 변기가 막혀버려 여간 애를 먹지 않았다.  

차마 그대로 볼 수 없어서 이번에도 마음씨 착한 내가 나섰다. 현장화장실청소는 내가 알아서 잘 할 테니 모두 기숙사 청소 당번을 시키라고 회사에 제안했다. 잔꾀만 부리는 양심 없고 철면피한 밉상스러운 현장 화장실 청소 당번들을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비록 내가 힘들겠지만 회사 내에서 평등과 공정을 찾고 싶었고 실현시키고 싶었다. 또 지천명 나이를 코 앞에 둔 지금 어쩐지 자꾸 좋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진다. 자고로 선행과 효도는 미루지 말라는 말이 있다. 늘 선심을 베풀고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니 나는 항상 기쁘고 즐겁기만 하다. 회사에서 돈도 더 주지 않는데 왜 고생을 찾아하는가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좋은 일 해도 알아봐 줄 회사가 아니라고 괜한 고생을 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마음씨 좋은 동료들도 있었다.  

내가 매일 화장실을 깨끗이 청소하니 변기가 막히는 일이 더는 없고 깨끗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니 모두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나를 보면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며 “중국아저씨 정말 좋은 사람이야!”하며 나를 칭찬한다. 그러면 나도 “너희들도 이 아저씨처럼 좋은 사람, 아름다운 사람으로 되어라. 좋은 생각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사람 되는 거란다! 그리고 화장실은 항상 깨끗하게 사용해야 되는 거야!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단다.”하고 애들을 타일러 준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형제는 남보다 낫다고 회사에서 중국동포들이 그래도 제일 열심히 일한다. 한 핏줄 한 형제인 중국동포들이 회사 일을 제집 일처럼 생각하여 제일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말없이 열심히 잘 하니 회사의 믿음과 인정을 받아 생산주임직책은 다 중국동포들인 백성호와 강철봉이 맡았다. 비록 중국동포라는 이유 때문에 한국인들처럼 더 이상 승진할 수 없어도 억울하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동포라는 이름으로 양심껏 최선을 다해 헌신하고 있다. 한국의 일회용시대에 일회용종이컵 신세가 되어 비참하게 버려질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베트남인, 인도네시아인, 그리고 중국에서 온 한족들을 우리 중국조선족들과는 생각이 다른 것 같다. 눈치만 보면서 관리자가 볼 때는 일을 열심히 하는척하고 없으면 잔꾀를 부린다. 열심히 일하면 바보가 되고 제 몸 만 망가지고 나중에 회사에서 버림받는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이전에 한국의 많은 악덕업자들이 외국인근로자들에게 고약하게 굴어 피해를 입었던 많은 ‘블랑카’들이 지들 나라로 돌아가서 한국사장님 나빠요, 한국사람 나빠요 하면서 한국에서 당했던 고통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바람에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에게 불신감이 엄청 크다. 변덕 많은 한국의 날씨처럼 변덕 많은 한국변덕쟁이라고 또 비단에 싼 개똥처럼 겉 다르고 속 다르며 말만 잘하고 속으로는 남을 해칠 생각만 한다고 욕을 한다. 악덕업자들 때문에 대한민국과 한국인들의 이미지가 실추된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나도 건설현장(노가대판)에서 일하면서 악덕업자들도 만났고 거칠고 교양 없는 덜된 인간들도 적지 않게 보아왔으며 돈도 사기당하고 ‘면장네 집 부역’도 해보았다. 칼에 베인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점차 아물지만 하늘처럼 믿고 찾아온 고국 땅에서 한 민족, 한 핏줄, 한 형제라고 믿었던 한국인들에게서 받았던 마음의 상처는 세월이 흘러도 쉽게 잊혀 지지 않는다. 인간차별과 인격모욕은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이젠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지만 방문취업제(H-2)를 실행하기 전 방문비자(F-1-4)로 한국에 체류하면서 불법으로 일하다가 못 받은 인건비 440만원과 빌려준 돈 500만원은 생각만 해도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만 같고 분통이 터져 미쳐 죽을 것만 같다. 그 돈 내가 어떻게 벌었고 어떻게 모은 돈인데 재수 없이 하루아침에 허망하게 날려버리니 거의 환장할 지경이었다. 내 돈도 나한테서 떠나면 내 돈이 아니고 일한 인건비도 받아야 내 돈이 되는 것이며 빌려준 돈도 꾼 사람이 갚아야 내 돈인 것이다.  

한국에 와서 질이 안 좋은 한국인들한테 당한 어떤 중국동포들은 한국을 욕하고 원망하는데 바람직하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이 된다. 중국에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는 것처럼 한국에도 마찬가지로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은 우리 동포들에게 봄날같이 귀중한 존재이다. 조상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고국 땅에서 단군의 후손으로 깨끗한 백의민족으로 살 수 있어 행복하고 자기의 돈도 벌고 또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위해 자그마한 기여라도 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5월 20일(세계인의 날)을 맞으며 세계인이 함께 사는 세상 함께 가는 길을 꿈꾸어 본다.

2018 02 22 대한민국 전라북도 김제시 지평선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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